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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가 서투른 선생님이 수학을 가르칠 수 있나?
Written on July 10, 2009
By James H. Choi
http://Korean.SabioAcademy.com
원문출처
질문:
영어가 서툴러도 영어로 수학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을까?
답:
있다. 하지만 대안이 없을 때만 그런 선생님을 고용해야 한다.
내 자신이 한 좋은 예다. 나의 영어는 이미 유창해 졌지만 아버지 미국주재 파견을 따라 온 한 일본인 학생을 내가 가르치게 된 적이 있다. 이 학생은 미국에 온지 몇 달 되지 않아 영어를 거의 못했다. 나는 친구의 소개를 받아 가르치러 가면서도 설마 예상을 못했는데 결국 일본어로 수학을 가르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가르쳤다. 내 일본어는 들으면 유창한 것 같지만 수학 용어는 전혀 몰랐고 어휘의 분포도 일정치 않아 어려운 표현을 잘 아는 듯 하면서도 (사자성어 같은 한자 들어간 표현은 한국어과 같은 사용법의 경우가 많아 넘겨 짚어서 맞춘다) 간단한 말을 모르는 경우도 많아 나는, 일본인이 대화를 하면서도 대체 내가 어디까지 이해하고 있는지 짐작하기 어려운, 즉 피하고 싶은 대화 상대이다.
학생은 내 제 2 외국어도 아닌 제 4 외국어로 하는 (한국어, 영어, 포르투갈어, 일어 순서) 수학 설명을 이해를 잘 했다. 나는 항상 표현이 모자라 쉬운 단어도 돌려 설명을 해야 했지만 싫은 표정 하지 않고 열심히 이해 하더니 심지어는 “나 미국에 살면서 내 영어가 선생님의 일본어 수준까지만 가면 참 좋겠다”라는 소리까지 했다고 학부모님이 전해 주셨다.
이 학생은 공부 외에도 나를 좋아하고 따르기까지 하여 전기 기타도 가르쳐 주니 학교 수업에 말도 못하고 학교 가기 싫어하며 비디오 게임만 하며 현실을 도피하던 자세가 변해 급기야 학교에서 유명한 록 밴드의 리드까지 되는 위치까지 갔고 수학을 선두주자로 시작한 A 가 나오는 성적은 내가 어느날 “록 기타리스트가 성적표까지 All A 가 되면 폼 나는 것이다(かっこいいよ)” 라고 귀뜸을 해 주었더니 그 말을 그대로 믿어서인지 All A가 나오기 시작 했다.
그 학부모님의 말씀에 의하면 미국에 몇 년만 다녀가는 일본인 주재원의 자녀들 중에 방황하고 탈선하는 경우가 많아 중도 귀국을 해야 하는 경우가 흔한데 내가 가르친 학생의 경우는 공부에 우등생이 되었을 뿐 아니라 학교에서 인기까지 드높은 학생이 되어 졸업하고 귀국을 한 아주 드문 성공 케이스라고 한다. 그 학부모님은 다 쵸이센세이의 덕분이라고 일본인 특유의 과장된 감사를 하시는데 실은 내가 엄청난 양의 일본어를 배웠기 때문에 내가 감사를 할 일이다. 지금도 어디에서 일본어로 Algebra를 설명하라고 하면 두렵지 않다 날씨 설명보다는 수학 설명이 내게 훨씬 더 익숙한 분야가 되었다. (단 그 학생이 오오사카 출신이라 일본인 친구들의 말에 의하면 내 일본어 액센트에 kansai ben이섞여 있다고 한다. 과연 그런지는 私も知らん)
이렇게 제4언어로도 성공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수학은 물론 제2언어로 가르칠 수 있다. 하지만 나의 서투른 일본어로 이 학생을 성공적으로 가르칠 수 있었던 것이 이 학생과 학부모가 나를 전적으로 믿고 존중해 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학부모님이 눈이 온 날은 내가 가르치는 동안 내 차에 쌓인 눈을 치워 주셨고 가르치는데 방해가 될 정도로 가지 가지 간식을 내 오셨고 매번 내가 떠날 때면 온가족이 나와 내 차가 코너를 돌 때까지 손을 흔들며 배웅해 주셨다. 한국학생 포함 다른 나라 학생을 가르치면서 내가 이렇게 칙사 대접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만약 삐딱한 자세의 학생이었거나 적대적인 학부모였거나 장난 심한 그룹이었으면 서투른 언어로 수학을 가르치는 것은 어림도 없었다. 아마 내 서투른 일본어를 흉내내며 조롱하는 학생들에게 밀려 나고 말았을지 모른다.
Native Speaker도 난해한 소리를 장황하게 늘어놓아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는 소리를 사람도 있고 서투른 언어구사력으로도 상대방이 무엇을 궁금해 하는지 파악을 하여 궁금한 점을 정확히 설명해주는 사람이 있다. 관건은 언어 구사력이나 어휘가 아니라 조리 있고 논리적인 생각과 설명능력이다. 특히 수학과 물리는 논리가 생명이기 때문에 선생이 언어가 서투르더라도 학생이 “아하!”소리가 나오게 하면 성공적인 선생이고 “ok” 소리가 나오게 하면 실패다.
한데 아이러니칼 하게도 내가 운영하는 학원에서는 나는 가능하면 영어에 서투른 수학 선생님을 고용하지 않는다. 영어 발음도 나를 기준으로 하여 나보다 액센트가 심하면 고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이유는? 절충하지 않아도 된다면 절충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영어 잘 하는 선생과 수학 잘하는 선생중에 하나를 양자택일을 하지 않아도 둘 다 잘하는 선생들이 있는데 왜 학생들에게 극복할 난관을 하나 더 주어야 하겠는가? 그러지 않아도 똑똑하고 말발이 쎈 학생들을 논리와 지식으로 압도를 해야 하는데 언어가 부족하면 오히려 당하게 되고 권위나 내세워 “딴말 말고 내가 하라는 대로 해!” 하는 식으로 도저히 존경할 수 없는 흔해빠진 심리적 폭군의 하나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학원이 성장해 가는 과정에 영어에 서투른 선생님을 고용한 적도 있는데 오래가지 않았고 이제는 선생님을 선택할 수준이 되어 그런 절충을 하지 않는다) 특히 그룹을 가르치는데는 학생들보다 말을 잘 할 뿐 아니라 말발도 더 세야 한다. 즉, 논리적인 영어로 학생들을 압도할 수 있어야 한다.
참고로 아무리 native speaker라고 해서 그 언어를 잘 하는 것이 아니다. 하는 말의 세 번째 단어마다 “like”인 유치한 수준의 구사력을 가진 선생이면 학생들이 그 화법을 배울까 무서워 고용할 수 없다.
긴 이야기가 되었는데 결론은
- 영어가 서투른 선생님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수학을 충분히 잘 가르칠 수있다. 영어가 유창하지만 설명을 제대로 못하는 선생님보다 백 배 낫다.
- 하지만 조리있고 유창한 언어로, 특히 학생들이 배워야 할 지적인 어휘로 (소위 말하는 SAT vocabulary) 논리적인 설명을 구사하는 수학 선생님이 있다면 물론 그 선생님을 선택해야 한다.
Physics 물리 수업 일기 1
Written on November 24, 2005
By James H. Choi
http://Korean.SabioAcade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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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 가장 속상하는 문제는 물리를 가르치는 일이다. 물리는 내가 학사학위를 받은 분야니까 뭔가 좀 안다. 한데 그 지식을 전달하기가 엄청 어렵다. 수학보다 더 어렵다. 문제는 나는 물리를 본능적으로 이해하려는 스타일이고 내 학생의 대부분은 뭔가 공식을 외워 적용하려는 스타일이다. 공식 외워 적용을 해서 성적이 좋으면 상관이 없는데 물리는 완전히 이해한 학생과 공식만 외운 학생과 간단히 구별해낸다. 물리야말로 열심히 공부하는 것과 성적과 별 연관성이 없는 과목이다.
게다가 문제를 푸는 스타일이라는 것이 있다. 나는 산전 수전 겪어서 그냥 답을 향해 직진하는데 학교 선생님들은 공식과 도형을 제대로 그려 차례대로 풀어나가는 것을 강조하고 이 규칙을 따르지 않는 경우에는 감점을 한다. 물론 학교 선생님이 옳다. 그래서 나는 간단히 답이 나오는 방식을 접어두고 미련하리만치 고지식하게 정석을 따라가야 한다. 이 차례대로 차근차근 풀어가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이해 못해도 스텝만 따라가면 답이 나올 수 있는 일종의 cookbook이다. “여행자를 위한 영어 회화” 책 보면서 대화하는 식이다. 문제가 꼬이면 당장 막히게 되는데 문제를 뚫어보는 법은 가르치기가 참 어렵다. 학교에서 하는 것처럼 차례대로 풀어가는 식으로 가르치고 문제가 꼬이지 않기를 기원하는 수 밖에. 하지만 내가 직접 겪어서 SAT Physics Subject Test 는 차근차근 푸는 것이 아니라 한눈에 관계를 파악하는 것을 측정하는 시험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 insight 도 강조를 안 할 수가 없다. 예를 들어, 중력을 계산하는 방법 외에도 “지구가 부풀어 직경이 두 배로 되면 중력은?”하는 문제도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다. (답: 중력은 4분의 1) 또한 지구의 한 복판으로 들어갈 수 있다면 그 곳에서 느끼는 중력은? (답: 무중력. 지구에서 중력은 지구 표면에서 가장 강하고 안으로 들어갈 수록 멀리 떨어질 수록 약해진다.)
어렵던 부분을 넘어가고 나면 나아지지 않을까도 싶지만 앞으로 전망은 더 어둡다. AP Physics 수업 지금 Mechanics가 끝나고 Thermodynamics가 시작되었다. 기계는 그래도 직감적으로 어떻게 움직이리라는 것은 어느 정도 느낄 수 있는데 Thermodynamics는 참 추상적이다. 오죽 추상적이면 Newton 도 결국 제대로 이해 못하고 말았을까. 그 동안 Mechanics에서 고전해온 점수 만회해야 하는데 배우는 내용은 Thermodynamics에서 Electricity &; Magnetism으로 그 후로는 Quantum Mechanics 그리고 마지막으로 Nuclear Physics로 마치니 점점 어려워지기만 한다. 어렵다기 보다도 감이 안 잡히는 추상적인 세계로 빠지기만 하는 것이다.
학생들 스트레스 받고 어깨처진 모습을 보기도 안스럽고 물리 시험 어떻게 봤냐고 물어보면 한숨부터 쉬는 것도 보기 어렵다. 유일한 위안이 있다면 지금이 내년 5월 보다는 그래도 양반이라는 것 뿐이다. 이 학생을 성적이 저조한 것에 대해 사교육 교사는 공교육 교사보다 훨씬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학교 교사는 가르치는 학생들 내에 실력 분포도가 생기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한반에 A 부터 F 까지 생기는 것이 당연하다) 사교육 교사는 다 A 를 받아야 다리를 뻗고 잔다. 학교 한 반에 내 학생들이 상위를 다 차지해야만 내 임무가 완수되는 것이다.
내가 가르친 학생들을 top으로 올린다는 말이 그럴 듯 하게 들리지만 이 동전을 뒤집어 보면 반대 편에는 “내게 배우지 않는 학생은 상위권에서 밀려나야 한다”라고 써있다. 나는 이점에 대해 여러모로 생각을 해 봤는데 다른 해석이 없다. 모든 올림픽 코치와 선수의 임무는 다른 어떤 나라 선수도 금메달을 못 받아 평생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고 그들의 그 고약한 심보가 성공하면 챔피언이라는 칭호를 받는다. 내 경우에는 학교 반에서 내게 배우지 않은 학생들이 밀려나면 나는 “잘 가르치는 선생”이 되는 것이고 내게 배운 학생과 내게 배우지 않은 학생과 구별이 되지 않으면 나는 “실력없는 선생” 을 지나 “수강료 낭비”의 의혹까지 제기하게 되는 일이다. 올림픽 코치가 자신이 가르치는 선수가 우승할 경우 패자들에게 안길 좌절감에 매어있을 수 없듯 나는 오직 내 학생들을 끌어올리는데 집중을 해야 한다.
그래서 독한 마음으로 눈에 불 켜고 가르치려 하는데 학교에서 일주일에 5일 동안 배우는 것을 내가 일주일에 한번으로 다 가르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우선 가르치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판단이다. 수업시간을 두 배로, 아니 필요하면 세배로 늘리려 해도 학생들이 라이드를 얻을 수 있는 시간이 안 맞는다. 비장한 각오고 뭐고 학생이 내 앞에 있어야 가르칠 수 있는 것이데 얼굴보기가 이렇게 힘드니 망막하다. 이래 안되고 저래 안되고 결국 나는 판토마임처럼 사방이 보이지 않는 벽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도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판토마임처럼 마음만 먹으면 벽을 뚫고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 수업을 e-Learning으로 해서 라이드에 구애받지 않고 배울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이 바쁜 팔방 미인 학생들 유일하게 동시에 시간이 나는 심야 시간에 각자의 방에서 잠옷입고 앉아 물리를 배우게 하려 한다. 매일 물리 문제를 답해 줄 수 있는 사람이 online으로 대기하도록 하고 푸는 문제도 작년의 문제들을 구해 같은 난이도의 문제를 풀게 하여 학교 시험에 익숙해지도록 만들려 한다. 너무 숟가락으로 떠 먹이는 식이 되어 해롭다고 할 수 있는데 기아상태인 사람이 모처럼 먹으려는 맥도날드 햄버거 건강에 해롭다고 빼앗을 수 없는 것처럼 우선 빨리 만들 수 있는 햄버거로 기아를 면하고 그 다음에 시간이 걸리는 건강식을 제공하는 두 단계 문제해결이어야겠다는 궁지에 몰린 선생다운 생각이다.
내 모든 것을 걸고 가르치는데 승산이 얼마나 될지는 나도 모른다. 단지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이렇게 해서도 안 되면 내 능력으로는 해낼 수 없는 일인 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