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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무료 Par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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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es H.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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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또는 “공짜”라는 개념은 현실을 왜곡하는 힘이 있다. 결국, 누군가는 어디선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진리를 피할 수 없는데, 인위적으로 무료로 만들면 의도치 않은 결과가 나타나고, 그 차액을 누군가가 부담하거나 손해를 보게 된다. 특히, 무료 혜택을 받는 사람이 손해를 보는 사람보다 힘이 있는 경우, 이러한 왜곡은 그대로 정착되고 만다.

대표적인 예가 “무료 대학” 제도다. 한국에서는 한때 “등록금 반값 운동이 있었는데, 브라질에서는 한 발 더 나아가 주립대학(브라질의 최고 명문대학은 대부분 주립 또는 국립대학이다)이 법적으로 무료 교육을 제공하도록 되어 있다. 즉, 가정 형편에 관계없이 학생이 공부만 잘하면 최고의 대학을 무료로 다닐 수 있는 제도가 수십 년째 운영되고 있다. 결과는 어떨까?

부유한 가정의 자녀들이 무료 대학을 독차지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은 비싼 사립대학을 다니거나 아예 대학 진학을 포기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가난한 사람들이 세금을 내어 부유층 자녀들의 대학 교육을 지원해 주고, 이들이 사회적 우위를 세습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 이유는 바로 입학 시험 때문이다. 남미 최고 대학으로 꼽히는 상파울루 대학교(Universidade de São Paulo, USP)는 입학 시험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는데, 이 시험에서 합격하려면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한다. 그리고 이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고급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이는 곧 비싼 사립 고등학교를 다녀야 한다는 뜻이다.

내가 다닌 고등학교는 특히 상파울루 대학교에 많은 학생을 입학시키는 것으로 유명했다. 대입 시험이 다가오면 대형 학원들이 우리 학교를 찾아와 무료 복습 강좌 수강증을 나눠주며 우리 이름을 사 가기도 했다. (나도 친구에게 주기 위해 내 이름을 팔았다.) 이 학원들은 이후 신문과 광고에 우리의 이름을 **“합격자 리스트”**로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자신들의 합격률이 높다는 이미지를 만들었다. 문제는, 돈이 없어 사립 고등학교에 다닐 수 없던 학생들이 이러한 광고에 속아 고액을 지불하고 **“족집게 단기 속성 코스”**를 수강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물론 한국식 사고방식으로 보면, **“São Paulo 대학에 합격하기 위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도 부모가 무리를 해서라도 비싼 사립학교를 보낸다”**는 상황을 떠올릴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경우가 드물었고, 실제로 그렇게 한 사례는 나와 한국인 친구 집안뿐이었다. 브라질 친구들은 대부분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가정 출신이었다.

브라질 국민 모두가 문제를 인식하고 비판하는 이 불합리한 무료 대학 교육 제도가 수십 년째 유지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혜택을 받는 사람들이 권력을 쥐고 있고,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무관심하거나 투표율이 낮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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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겉보기에는 거의 “무료”인 미국 공립 고등학교 제도가 마치 모든 학생이 가정 소득과 관계없이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학군이 지역 부동산 가격을 왜곡하여 결국 부동산을 살 여력이 있는 사람만이 우수한 공립 교육을 누릴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

2008년 이전까지는 “우수한 무료 교육”과 함께 “부동산 투자 이익”까지 얻을 수 있는 특권 패키지가 되기도 했다. 고급 주택이 많은 지역에 위치한 New Trier 같은 고등학교는 미국 교육의 불평등을 비판한 책 Savage Inequalities에서 **“특권을 누리는 고등학교의 대표적인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또한, 샴버그 지역의 211학군에서는 약 10년 전 학교 운영비를 늘리기 위해 부동산세 인상 투표를 진행한 적이 있다. 당시 주민들에게 배포된 안내문에는 **“학교가 AP 수업 등을 제공하지 못해 수준이 낮아지면, 당신의 집값도 하락합니다”**라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는 공지라기보다 사실상 협박과도 같았고, 결국 주민들은 부동산세 인상안을 통과시켰다.

시험을 치러 학생을 선발하는 공립 고등학교도 마찬가지다. 이들 학교의 합격자 명단은 거의 예외 없이 입시 준비에 많은 돈을 투자한 학생들이 장악한다. 결국, 미국에서도 우수한 공립 교육을 받으려면 부유한 가정 출신이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러한 왜곡은 교육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인기 가수의 공연에서는 티켓 가격과 관계없이 좌석의 실질적 가치가 정해진다. 아무리 무료 공연이라도 암시장이 형성되면서 티켓 가격이 원래의 시장 가격으로 치솟는다. 즉, 무료든 유료든 최종적으로 관객이 지불하는 비용은 비슷하며, 단지 돈이 흘러가는 경로가 달라질 뿐이다.

이는 종교 행사에서도 마찬가지다. 베네딕토 교황이 뉴욕을 방문했을 때, 야구장에서 열리는 미사 입장권을 뉴욕 내 가톨릭 교회 신도들에게만 무료로 배부했다. 그러나 결국 이 표들은 암시장에서 200달러 선에 거래되었다.

현재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대학 온라인 강의, 위키백과(Wikipedia), 무료 프로그래밍 언어와 같은 다양한 무료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서비스들은 시장을 왜곡하는 힘을 가지며, 누군가는 그 혜택을 보고, 누군가는 피해를 입는다.

그리고 그 여파를 가장 직접적으로 맞을 사람들은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들이려는 우리의 자녀 세대다.

이 문제에 대한 더 깊은 분석은 Part 2에서 다루겠다.

다음글: 비싼 무료 Par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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