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컴퓨터 실력

By James H.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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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이 글은 2014년 시카고 중앙일보에 기고한 글이다. 지금 2025년에는 ChatGPT같은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학생이 제출할 수 있는 결과물의 수준은 높아졌지만 컴퓨터 원리에 대한 이해의 깊이는 여전히 크게 변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인공지능에 대한 의존도가 증가하면서 그 이해도가 더욱 낮아졌을 가능성도 있다.
오늘날 성장하는 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라 불린다. 이들은 단순히 컴퓨터가 있는 환경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컴퓨터와 함께 성장한 세대다. 특히 스마트폰의 터치스크린이 보편화된 이후 태어난 아이들은 말을 배우기도 전에, 심지어 걷기 전에 이미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게임에 열중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컴퓨터가 키운 세대” 라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한데 이 “디지털 세대”는 과연 디지털 컴퓨터에 대해 잘 알까?
이 질문에 답하기에 앞서, 먼저 나 자신을 소개하고자 한다. 나는 어린 시절 암실에서 필름을 현상했고, 안테나를 조정하며 흑백 브라운관 텔레비전을 시청했으며, 카세트테이프에 음악을 녹음하고, 연필로 글을 쓰며, 주판으로 계산을 하던 세대다. 또한, 1970년대 전자제품 수입이 금지되었던 브라질에서 생활하며 계산자를 이용해 물리 문제를 푸는 방법도 배웠다. 이러한 배경을 가진 내가 감히 디지털 세대의 컴퓨터 활용 능력을 평가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이유는, 내가 그들에게 디지털 도구를 활용하는 방법을 직접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컴퓨터를 이용한 의학 영상 처리, 정수론 연구 등 첨단 학문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디지털 세대의 컴퓨터 활용 방식과 문제 해결 능력을 직접 목격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디지털 세대의 컴퓨터 실력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상당히 왜곡되어 있다. 이들은 컴퓨터를 능숙하게 다룬다고 생각되지만, 실상은 매우 피상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활용 능력 또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이를 여행에 비유하자면, 이들은 인솔자의 안내를 받으며 유명 관광지를 빠르게 훑고 지나가는 패키지 여행객과 같다. 방문한 장소도 많고 본 것도 많지만, 정작 그 지역의 언어, 문화, 역사에 대한 이해는 부족하고, 오직 쇼핑센터의 위치만 정확히 기억하는 수준이다.
예를 들어, “연구”를 하라고 하면 디지털 세대의 대다수는 기존에 누군가 작성한 자료를 검색하여 그대로 베껴 쓰려는 경향이 강하다. 패키지여행은 따라갈 수 있지만, 스스로 여행 계획을 세우고 길을 찾는 것은 어려워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과거 세대는 도서관에서 카드를 뒤지며 책을 찾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이를 종합하여 결론을 도출하는 훈련이 이루어졌다. 반면, 오늘날은 방대한 정보가 손쉽게 검색되기 때문에, 원하는 주제를 이미 정리해 놓은 문서를 그대로 찾고 끝내는 경우가 많다. 과거에는 설령 표절을 하더라도 직접 손으로 베껴 쓰는 과정에서 일정 부분 학습이 이루어졌지만, 디지털 세대는 복사-붙여넣기만으로 과제를 완성하기 때문에, 자신이 제출한 리포트의 내용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더욱이, 이들이 의존하는 검색조차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학생이 드물다. 학교에서 기본적으로 가르치는 워드 프로세서조차 타자기처럼 사용하며, 자동 목록 작성이나 방정식 입력 기능조차 익히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수학 공식을 제출할 때도 마치 타자기로 찍은 듯 조잡한 형식으로 작성하는 사례가 흔하다.
디지털 세대는 단연 컴퓨터를 접하는 시간이 길지만 그것이 지식이나 활용 능력으로 연결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학부모 세대가 전화를 한 없이 붙잡고 있었지만 이 시간이 전화에 대한 지식으로 연결되지 않은 것과 매한가지이다. 자제분의 컴퓨터 사용 능력을 아시려면 “국가의 위도와 GDP의 관련에 대한 연구”를 하라고 하면 과연 “학생이 직접 각 나라의 위도를 찾고 각 나라의 GDP를 찾아 그래프를 만들고 연관성을 발견해 낼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검색해서 누가 해 놓은 결과를 베끼려고 하면 전형적인 디지털 세대의 전형적이 무능한 문제 접근 방식이고 우려를 해야 할 자세이다.
미국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자동으로 수준 높은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듯, 디지털 세대도 단순히 컴퓨터 환경에서 성장했다고 해서 그 기술을 능숙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올바른 교육을 받지 않으면, 결국 컴퓨터는 게임기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다. 다행히, 현재는 무료 온라인 컴퓨터 강의도 풍부하다. 자녀가 컴퓨터를 단순한 오락/소비 도구가 아니라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도구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도할 것을 권장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