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선행학습, 미국의 선행학습

By James H.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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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선행학습이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2023년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2025년 현재까지도 교육계와 학부모 사이에서 첨예한 대립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AI 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학습까지 법적 규제 대상으로 논의되는 상황이다. 이런 “평준화”된 국민을 대량 생산해내는 것이 목표라고 공천한 교육이념 풍토에 익숙한 학부모님은 학교에서 정해주는 대로 복종하는 것이 바른 교육이라고 믿는 분도 있다. 모두 다 각자의 목표/인생관에 따라 정할 일이니 내가 참견할 일이 아니다. 다만 한국의 “선행학습”과 미국의 “선행학습”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주지 하시고 현실에 근거한 계획을 세우실 수 있도록 그 차이를 설명 드리자 한다.
한국에서는 같은 학년의 학생이 같은 내용을 학습하도록 되어 있다. 비록 체격/성격/재능은 다양하지만 학습 속도/의욕만은 동일화 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 제정된 제도이다. 2025년 현재, 디지털 교과서와 온라인 학습 플랫폼이 보편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수학 교과서/참고서를 보면 여전히 모든 chapter와 모든 section의 이름이 다 똑같다. 진도가 같으면 학습 능력도 동일해지나? 물론 아니다. 그러면 해마다 벌어지기만 하는 수준/실력 차이는 어떻게 감당해 내는가?
우선 앞서 나가는 학생을 저지하여 “평준화”된 수준으로 끌어내리려 한다. 그 시도의 일환이 위 언급한 선행학습 금지이다. 2025년에는 개인 맞춤형 AI 학습 앱도 규제 대상에 포함되어, 학년 수준을 넘어서는 내용을 제공하는 서비스에 제재가 가해지고 있다. 각 학년은 같은 수업을 받도록 하여 선행에 투자한 시간/노력을 낭비로 만든다. 따라서 한국의 고등학생은 아무리 국제 수학 경시대회에서 금상을 받고 와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특별 교육을 받기는커녕 수업은 보통학생과 같은 내용을 들어야 하고 수상 기록은 함구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대입 지원 시 고등학교 담 밖에서 한 대회의 수상 기록은 언급 못하도록 규정이 되어 있다. 그러니 이런 학생이 방과 후에 자기 수준의 수학을 배울 에너지를 축적해 두기 위해 학교에서는 잠을 자 두는 것이 나름 현명한 시간 매니지먼트라고 볼 수 있다.
또 그 반대에 있는 학생도 있다. 문교부가 정한 진도가 너무 벅차 수업을 따라갈 수 없는 학생이다. 이런 “수학을 포기한 자”의 수가 많아 “수포자”라는 이름까지 등장했다. 2025년에는 수포자를 위한 대안적 학습 경로에 대한 논의가 일부 시작되었으나, 여전히 공식 지침은 지속해서 같은 반에 앉아 있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도 학교에서 자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런 저런 사연으로 한국은 학교는 모든 학생이 같은 진도로 배우는 것과, 잠자는 학생이 많은 것으로 유명해지게 되었고 이 두 가지 사실에는 연계성이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학생의 수준에 따라 우열반으로 나누기 시작하고 고등학교 입학 반 배정 수학 시험을 볼 때 쯤이면 우열반의 수준 차이는 3년까지, 심하면 4년까지 벌어진다. 2025년 현재 미국의 많은 주에서는 AI를 활용한 개인 맞춤형 교육을 적극 도입해 이러한 격차를 더욱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미국에서 학생이 선행하면 학교가 다시 끌어 내리려 하지 않고 새 위치를 출발점으로 인정해 준다. 그래서 미국의 고등학교 수학 수업은 한 반에 9학년부터 12학년이 다 섞이게 된다. 미국은 나이에 근거한 서열을 한국처럼 따지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고 다 자기 수준에서 공부하고 나름의 수준 내에서 A도 받아 온다. 한데 일단 9학년 때 트랙 배정이 되면 그 다음부터는 좀처럼 올라가기가 쉽지 않다. 학교의 담당자에 따라 학생이 여름방학 동안 배워 온 것을 인정해주는 학교도 있지만 “일단 고등학생이 되면 중간에 변치 않는다”라는 신조를 가진 담당자를 만나면 AP Calculus에서 만점을 받는 기염을 토해야 꿈쩍한다.
그러니 미국에서 3학년에서 8학년까지의 선행은 시간/돈 낭비가 아니라 학생에게 기회의 문을 열어주는 현명한 전략이다. 한국에서 한번 “학벌”이 있으면 문이 열리는 것과 대동소이하다. 일단 압도적으로 우월하게 고등학교를 시작하면 기차의 첫 칸에 탄 것이기 때문에 그 때부터는 “선행”에 신경 쓸 것 없이 그냥 앉아 있어도 제일 먼저 결승점을 지나게 된다. 게다가 어려서 선행해 두는 것은 “맹모삼천지교” 효과도 있다. 선행하는 학생은 항상 선행하는 학생과 어울리게 되기 때문에 공부 더 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된다. 학생에게 잔소리 하지 않아도 항상 공부를 중요시 여기는 친구와 친구 부모님을 만나게 되니 뭔가 배우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가치관이 형성 된다. 학생을 일찍 이런 그룹 속에 넣어 놓는 계획을 실행 못한 학부모님은 사춘기의 아이에게 순리를 역류 시키는 이상한 사람이 된다. 대입에 가장 중요한 10학년 말에 “내가 왜 여름 방학에 공부를 하냐?”고 부르짖는 자제분의 모습을 보게 되면 그의 친구가 다 놀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고 그 때는 “마음을 비우는 것”외에는 가정에 평화를 유지할 다른 방법이 없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