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수학을 배워야 하냐고 묻는다면

By James H. Choi
http://Korean.SabioAcademy.com
원문출처
수학을 가르치다 보면 “왜 수학을 배우는가?”라는 질문을 접하게 된다. 이 질문은 주로 본인/타인에게 “수학을 배워야 할 동기”를 찾기/찾아주기 위해 하는 질문일 것이다.
한데 나는 이 “유용”이나 “혜택”을 나열함으로 수학에 흥미를 가지게 하는 전략이 얼마나 효과적인지에 대해서 회의적이다. “날씬해지는 데서 오는 혜택”을 알고 나서 자세가 바뀌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목숨이 직결된 혜택을 잘 알면서도 비만과 관계된 질병 환자는 늘어가기만 하니 “수학의 혜택” 따위야 기별이라도 가겠는가?
그렇다고 해서 수학의 중요성을 홍보하는 일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나를 포함하여 많은 수학 교사, 과학자들이 “수학이 얼마나 실용적이며 필수적인 학문인지” 예를 들어 열심히 설명하지만 학생의 반응은 항상 시큰둥~ 하다. 사실 내가 아는 모든 수학에 뛰어난 학생은 한결같이 “재미있어서” 또는 “뻐기고 싶어서” 수학을 하지, 아무도 “일상생활에 유용해서”나 “장래를 위해서” 공부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 즉, 이런 “왜 수학을 배워야 하는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자세를 바꾼 경우는 본 적이 없다.
우선 그 “수학의 중요성이란 설명”이란 어떤 내용일까? 크게 “연산의 유용”과 “수학의 힘”으로 나누어진다. 연산의 경우는 “식당에서 팁을 계산할 때” 등 연산이 필요한 경우를 들지만 이 모두 한결같이 계산기가 무료로 정확히 그리고 간단히 해결해 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설득력이 없다. “수학의 힘”의 경우는 다양하고 재미있는 예가 있다. “체스판의 첫 사각형에 1센트를 놓고 그다음 사각형에 2센트를 놓고, 그다음에 4센트, 8센트 식으로 두 배의 돈을 놓으면 마지막 64번째 사각형에는 얼마를 놓아야 하나?” 아니면 “종이를 반으로 접기를 몇 번 반복하면 그 접힌 종이의 두께가 지구에서 달까지 갈까?” 같은 식으로 계산기도 소용없고 직접 실험도 할 수 없고 오직 수학적 추리력을 사용해야만 풀 수 있는 문제가 등장한다. (첫 문제의 답은 약 9경 2천조 달러. 두 번째 문제의 답은 약 42번.) 들으면 신기하기는 하지만 평생 단 한 번도 내게 일어날 일이 아닌지라 재미있는 이야기 들은 것으로 끝난다. 그리고 유명한 문제는 인터넷 검색하면 답이 나온다.
그렇다면 수학을 배워야 하는 진짜 이유는 뭘까? 나는 “수학이 돈이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PayScale.com 같은 사이트에서 각 전공별 평균 연봉을 보면 학사학위 소유자의 초봉을 기준으로 석유공학 전공자는 약 $111,462, 공학 전공 졸업자의 평균 초봉은 $78,731로 나타난다. 첫 비이공계 전공의 등장은 간호학으로, 평균 연봉은 약 $56,000이다. 반면, 비즈니스 전공은 평균 연봉 $43,000, 리버럴 아츠 전공자는 $37,000 수준이다. 또한, 인문학 전공자의 평균 연봉은 $47,000에서 $114,000 사이로 다양하다. 그나마 이 통계는 고용에 성공한 사람에 국한하는 수치이고, 현실적으로는 그보다 더 낮다. 왜냐하면 낮은 연봉의 전공일수록 무직일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대학원 과정도 마찬가지다. 수학과 깊이 관련된 전공은 대부분 학비 면제에 생활비까지 받지만, 인문·사회 계열 전공은 대부분 자비로 다녀야 하니 부모님 은퇴금까지 고갈시키기 쉽다.
결국 수학을 포기하는 순간 평생 수입 기대치가 반 이하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단순히 “돈 때문에 수학을 해라”라는 말도 매력적이지 않다. 수학을 잘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재미있어서 하는 것이지, 돈을 벌기 위해 참고 공부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수학을 재미있게 접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수학을 게임처럼 접근하라. 체스판 문제나 종이 접기 문제도 단순히 답을 듣는 것이 아니라 직접 고민하고 해결해보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둘째, 수학을 활용하는 분야를 탐색하라. 요즘은 코딩, 데이터 분석, AI 같은 분야가 뜨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이 수학과 연결되어 있다.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와 연결해서 수학을 바라보면 훨씬 흥미로워질 것이다. 셋째, 경쟁을 활용하라. 수학이 뛰어난 학생들은 대부분 “재미있어서” 혹은 “뻐기고 싶어서” 한다고 했는데, 이는 결국 경쟁에서 오는 성취감 때문이다. 수학 경시대회나 퍼즐 풀이 같은 활동을 통해 성취감을 경험하면 자연스럽게 흥미가 생긴다.
그러니 “수학을 왜 배워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설득력 없는 일상생활의 유용성을 알릴 것이 아니라 “수학을 하면 돈을 더 벌 수 있고, 재미있게 하면 더 잘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답변을 해주는 것이 가장 정확하고 효과적이라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