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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경진대회의 현실과 대응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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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es H.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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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이 학교에서 하는 Science Fair에서 시작하여 모든 단계에서 1등만 하면 마지막에는 국제 과학 경진대회로 출전하게 된다. 그것이 Regeneron International Science and Engineering Fair (ISEF)이다. (과거 Intel ISEF로 알려졌던 대회는 2020년부터 Regeneron으로 후원사가 변경되었다.)

IMSA같이 이런 과학 연구에 중점을 두는 학교에서는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그런 특수 고교의 세계 밖으로 나가면 ISEF가 무엇인지 모르는 과학 선생님에게서 과학 연구를 배우며 그 수준에 맞게 성장하게 된다.

ISEF에서 심사를 하다 보면 해마다 거두되고 해마다 답이 없는 근본적인 문제가 하나 있으니 그것이 지역 대회의 심사위원 자질이다.

과학경시대회 지역대회는 그 지역의 자원 봉사자들이 조직하여 운영한다. 이 자원 봉사자는 대부분 과학자가 아니라 교육에 관심이 있는 교사, 학부형님들이다. 이들이 많은 시간과 비용을 소요해가며 이런 학생들에게 이런 기회를 만들어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한데 좋은 의도로만 해결될 수 없는 것이 있으니 이것이 학생의 연구를 제대로 평가하는 것이다. 일리노이 Region 6의 지역 대회에서는 심사위원들이 심사를 시작하기 전에 30분에서 한 시간 훈련 세미나를 듣는 것으로 준비완료가 된다. 훈련 과정의 상당부분이 “과학을 전혀 몰라도 괜찮다”라는 반복되는 격려에 할애되고 과학을 몰라도 모든 학생에게 던질 수 있는 질문을 몇 가지 가르쳐준다. “이 연구를 하며 무엇을 깨달았는가?” 같은 질문이다. 그래서 학생은 심사 채점표에 나온 채점 규정을 (포스터 규격 등) 잘 따르고 이 과학과 무관한 질문을 위한 대답만 준비해 놓으면 과학적인 이유로 점수를 깎이지도 높이 평가 받지도 않는다.

물론 2023년부터 일부 지역에서는 전문성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AI 기반 심사 지원 시스템이 시범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했지만, 아직 전국적으로 표준화되지 않았고 그 효과도 검증 단계에 있다.

만약에 연구 주제가 전형적인 “온도와 나팔꽃 성장 속도 관계 연구”쯤 되면 우리 상식에 근접한 주제라 얼마나 꼼꼼하게 측정했는지 얼마나 똘똘하게 발표하는 등등으로 비교적 정확하게 평가를 할 수 있는데 순수 수학에 대한 연구나 물리의 시뮬레이션 등의 이론적인 연구를 해 가면 심사위원들이 제대로 평가를 할 수 없게 되고 순수수학 연구한 학생에게 해당되지 않는 질문을 하기 시작하는 비극이 시작된다.

좋은 예로 내가 지도한 두 학생이 한 해 간격으로 같은 이론 물리 주제로 시뮬레이션을 하여 서부의 한 주, 동부의 한 주의 지역 대회에 출전했다.

서부의 학생은 인근 대학의 교수에게 심사를 받는 행운이 있어 그 교수님이 아이디어의 “기발함”을 알아보고 바로 그 자리에서 학생을 인턴으로 고용했다. 그리고 여름 동안 그 교수의 연구소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교수님이 Fortran으로 쓴 프로그램이 맞는지를 Mathematica를 사용하여 확인하는 일을 하며 능력을 인정받고 그 격에 맞는 추천서도 받아 (본인의 말에 의하면) 그 영향력으로 Harvard에 조기 합격을 하였다. 물론 2025년 현재는 하버드를 비롯한 상위권 대학들이 더 총체적인 평가 방식으로 전환해 단일 경험보다는 학생의 전체적인 성장과 잠재력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졌지만, 과학 연구 경험의 중요성은 여전하다.

동부의 학생은 같은 주제를 연구하여 근사하게 포스터도 만들어 출전했지만 과학을 모르는 심사위원을 만났고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누었다고 한다.

“측정을 몇 번 했나?”

“측정은 없습니다. 다 시뮬레이션을 했습니다.”

“그래도 여러 번 해서 평균을 내야 하지 않나?”

“시뮬레이션은 여러 번 해도 똑같은 결과가 나옵니다.”

“무슨 실험이 그런가?”

“시뮬레이션입니다.”

“흠…. 그런데 이거 뭐에 쓰나?”

“우주의 별과 행성의 움직임을 더 잘 이해하게 됩니다.”

“그게 일상생활에 어떤 도움이 되나?”

“직결되는 것은 없습니다.”

결국 이 학생은 “앞으로는 좀 더 유용한 연구를 하라”는 조언만 듣고 ISEF로는 진출하지 못한 채 물리 분야에서만 1등 하는 것으로 끝났다. 한가지 위로가 있다면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들고 나왔어도 똑같은 대화 후에 똑같은 조언 듣고 똑같은 결과로 끝났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나도 일리노이 Region 6에서 마지막 단계, 즉 국제 대회 출전자를 선발하는 심사위원으로 봉사를 몇 년 했었는데 내 책상에 오는 연구는 다 첫 단계를 통과한 연구였다. 즉 어떤 아인슈타인이 조용히 탈락되었는지 알 도리가 없다. 사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도 끝내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 몇 년 두고 심사하는 노벨상도 매번 논란에 휩싸이는데 몇 시간 만에 결정해야 하는 동네 고등학생의 과학경시대회는 오죽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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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이런 주사위 던지는 것 같은 첫 단계 심사에서 선발될 수 있을까? 현재 몇 가지 전략이 있다:

  1. “불확실한 경우에는 시도의 횟수를 늘려라”는 통계적인 접근이 여전히 유효하다. 즉, 어느 해 누구에게 어떤 식으로 심사를 받을지 모르니 출전 연도 수를 늘리고 출전 대회도 늘리는 것이다. 즉, 과학경시대회 참가는 9학년에 시작하여 자격이 되는 모든 대회에 출전하는 것이 현명하다. 또한, 비전문가 심사위원을 만날 가능성을 고려하여 연구를 보다 쉽게 설명하는 연습도 필수적이다.
  2. 최근 도입된 온라인 사전 검토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핵심 연구 내용을 사전에 제출하면 관련 분야 전문가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시행 중이다. 이를 통해 자신의 연구가 어떻게 평가받을지 미리 가늠해볼 수 있다.
  3. 전문 심사위원 매칭 플랫폼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학생들의 연구 주제와 적합한 전문가를 연결해주는 디지털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최소한 자신의 분야를 이해하는 심사위원을 배정받을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과학 경진대회가 모든 학생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는 현실도 인식해야 한다. 사회경제적 배경, 학교의 지원 수준, 연구 시설 접근성 등에 따라 출발선이 다른 것이 현실이다. 2025년 STEM 분야에서는 다양성과 포용성이 더욱 중요해졌지만, 과학 경진대회 시스템은 이러한 격차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인식하고 자신의 상황에서 최선의 전략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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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일반
  1. 4월 9, 2025 9:48 pm

    이 글을 읽어보니, 그래도 미국은 한국보단 나은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면접을 보기도 전에 학연, 지연과 싸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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