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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 AP Calculus – 인공지능 시대의 고급수학 학습전략

By James H.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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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고등학생 중 소수만이 AP Calculus BC를 이수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전국적으로 약 87,000명만이 이 과목의 시험을 치렀는데, 이는 매년 약 3백만 명이 졸업하는 미국 고등학생의 단 3%에 불과한 수치이다.
AI 시대에 맞는 수학 학습 경로
12학년 이전에 AP Calculus BC를 완료한 학생들에게는 이제 더욱 다양한 선택지가 열려있다.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현 시대에서는 단순한 계산 능력보다 개념적 이해와 응용 능력이 중요해졌기 때문에 다양한 학습 경로를 고려해볼 만하다.
데이터 과학과 통계 심화
AP Statistics를 아직 수강하지 않았다면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데이터 해석 능력이 필수적이며, 통계학은 그 기반이 된다. 베이지안 통계는 불확실성을 다루는 강력한 프레임워크를 제공하며, 실험 설계는 유의미한 결과를 얻기 위한 방법론을 가르친다. 데이터 마이닝 기법을 통해 대량의 데이터에서 패턴을 발견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특히 실제 데이터셋을 분석하는 실습을 통해 이론적 지식을 실무에 적용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설 검정, 신뢰구간, 회귀분석 등의 개념을 확실히 이해하고 이를 실제 문제에 적용해보면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의 기초를 다져야 한다.
다변수 미적분학과 선형대수학의 병행 학습
전통적인 과정에서는 다변수 미적분학(Multivariable Calculus)을 먼저 배우고 선형대수학(Linear Algebra)으로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AI 시대에는 이 두 과목을 가능한 한 병행해서 학습하는 것이 유리하다. 딥러닝 알고리즘의 기본 원리인 경사 하강법(Gradient Descent)은 다변수 미적분학의 핵심 개념이며, 신경망의 가중치 업데이트는 선형대수학의 행렬 연산으로 이루어진다. 컴퓨터 비전에서는 이미지를 행렬로 표현하고 변환하는 과정에서 두 수학 분야의 지식이 모두 필요하다. 자연어 처리에서는 단어 임베딩과 같은 기술이 벡터 공간의 성질을 활용하므로, 벡터 연산과 다변수 함수의 개념을 동시에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기계학습의 최적화 문제를 이해하려면 두 분야의 지식을 종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산수학과 알고리즘 이론
과거에는 순수 수학이나 컴퓨터 과학 전공자들에게만 중요했던 이산수학(Discrete Mathematics)이 이제는 모든 STEM 분야 학생들에게 필수가 되었다. 그래프 이론은 소셜 네트워크 분석, 추천 시스템, 최적 경로 찾기 등 다양한 AI 응용에 기초가 된다. 조합론은 가능한 경우의 수를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방법을 제공하여 AI 시스템의 결정 공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알고리즘 분석은 효율성과 복잡도를 평가하는 틀을 제공하여 AI 시스템의 성능을 최적화하는 데 필수적이다. 부울 대수와 논리학의 기초는 AI 시스템의 결정 과정과 규칙 기반 추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산 확률론은 불확실성을 다루는 AI 모델의 기반이 되며, 정보 이론은 데이터 압축과 기계학습의 핵심 개념인 엔트로피를 다룬다.
계산적 사고와 프로그래밍
수학적 개념을 배우는 것과 함께, 프로그래밍 언어로 이를 구현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Python은 데이터 분석과 기계학습 라이브러리가 풍부하여 수학적 개념을 실습하기에 적합하다. R은 통계 분석에 특화되어 있어 통계학 개념을 직접 구현하고 시각화하는 데 유용하다. Julia는 수치 계산에 최적화되어 복잡한 수학적 모델을 효율적으로 구현할 수 있게 해준다. 대학과 온라인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Computational Thinking” 또는 “Mathematical Computing” 코스는 수학적 문제를 알고리즘적으로 분해하고 코드로 구현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특히 선형대수학의 행렬 연산, 미분방정식의 수치해법, 확률 시뮬레이션 등을 직접 코딩해보면서 이론과 실제 사이의 연결성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용적인 접근법
현대 수학 학습에서는 이론과 실용적 적용 사이의 균형이 중요하다:
프로젝트 기반 학습: AI 툴을 활용하여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미분방정식을 배운 후에는 간단한 물리 시뮬레이션을 직접 코딩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진자의 운동을 모델링하거나 인구 성장 모델을 시뮬레이션하는 프로젝트는 이론적 개념을 실제로 적용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최적화 알고리즘을 학습한 후에는 실제 스케줄링 문제나 자원 할당 문제에 적용해보면서 이론이 실제 문제 해결에 어떻게 활용되는지 배울 수 있다. 통계적 방법론을 학습한 후에는 실제 데이터셋을 분석하여 의미 있는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함으로써 데이터 분석 능력을 키울 수 있다.
AI 도구와의 협업: ChatGPT, Wolfram Alpha, GitHub Copilot 같은 AI 도구를 단순히 답을 얻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개념 이해와 문제 해결 과정을 돕는 협업 파트너로 활용해야 한다. Wolfram Alpha를 통해 복잡한 수식의 시각화와 단계적 풀이를 확인하면서 자신의 이해를 점검할 수 있다. ChatGPT와 같은 대화형 AI를 활용하여 개념에 대한 다양한 설명을 얻고, 자신만의 이해 방식을 발전시킬 수 있다. GitHub Copilot과 같은 코딩 보조 도구를 통해 수학적 알고리즘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접근 방식을 배울 수 있다. 이러한 도구들이 제공하는 솔루션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개선하는 과정에서 더 깊은 이해를 얻을 수 있다.
학제간 적용: 수학을 물리학, 경제학, 생물학, 사회과학과 같은 다른 분야에 적용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물리학에서는 미분방정식이 자연 현상을 모델링하는 데 어떻게 사용되는지 배울 수 있다. 경제학에서는 게임 이론과 최적화 이론이 의사결정 과정을 분석하는 데 어떻게 활용되는지 알 수 있다. 생물학에서는 집단 유전학과 생태계 모델링에 확률론과 미분방정식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배울 수 있다. 사회과학에서는 네트워크 이론과 통계적 방법론이 사회적 상호작용과 행동 패턴을 이해하는 데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 수 있다. 이러한 학제간 적용을 통해 수학의 실용성과 유연성을 경험하고, 다양한 문제에 창의적으로 적용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수학적 직관 개발: AI가 계산은 즉시 해줄 수 있지만, 수학적 직관과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은 인간만의 강점이다. 풀이 과정에서 ‘why’와 ‘how’에 집중하여 개념의 근본적인 이유와 연결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문제에 대해 여러 가지 접근 방식을 시도해보면서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직관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많은 문제를 풀어보는 경험이 필요하지만, 단순히 문제 해결 기법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패턴을 인식하고 일반화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명확한 반례를 찾거나 극단적인 경우를 고려하여 이론의 한계를 탐색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다. 개념의 시각적 표현과 기하학적 해석을 통해 직관적 이해를 강화할 수 있다.
대학 및 직업 준비
AP Calculus BC를 일찍 끝낸 학생들은 다음 단계로 근처 대학의 강의를 수강하거나, edX, Coursera, Khan Academy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의 고급 과정을 활용할 수 있다. 주요 대학들은 고등학생들을 위한 여름 프로그램이나 원격 학습 옵션을 제공하고 있으니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스탠포드 대학의 “Math Camp”, MIT의 “PRIMES” 프로그램, 존스 홉킨스 대학의 “Center for Talented Youth” 등은 고등학생들이 대학 수준의 수학을 미리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대학의 컴퓨터 과학 학부와 수학과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수학적 모델링 경진대회”나 “알고리즘 대회”에 참가하는 것도 실제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좋은 방법이다.
온라인 코스의 경우, MIT의 OpenCourseWare, 스탠포드의 온라인 고급 수학 과정, Khan Academy의 선형대수학과 미적분학 심화 과정 등을 통해 자기 주도적 학습을 진행할 수 있다. 특히 Coursera의 “Machine Learning”이나 edX의 “Data Science MicroMasters” 같은 프로그램은 수학 지식을 AI와 데이터 과학에 직접 적용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연구 경험을 쌓기 위해서는 지역 대학의 교수나 연구소와 연결하여 인턴십이나 연구 보조 기회를 찾아보는 것이 좋다. 많은 대학들이 고등학생들에게 여름 연구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이를 통해 실제 연구 환경에서 수학적 지식을 응용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AI 시대에는 단순 계산 능력보다는 수학적 모델링 능력, 알고리즘적 사고, 그리고 수학을 실제 문제에 창의적으로 적용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이러한 역량을 키우는 방향으로 수학 학습 경로를 설계하면, AI 기술이 발전하는 미래에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수학적 직관과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은 AI가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의 강점이므로, 이러한 역량을 개발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한국의 선행학습, 미국의 선행학습

By James H.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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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선행학습이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2023년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2025년 현재까지도 교육계와 학부모 사이에서 첨예한 대립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AI 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학습까지 법적 규제 대상으로 논의되는 상황이다. 이런 “평준화”된 국민을 대량 생산해내는 것이 목표라고 공천한 교육이념 풍토에 익숙한 학부모님은 학교에서 정해주는 대로 복종하는 것이 바른 교육이라고 믿는 분도 있다. 모두 다 각자의 목표/인생관에 따라 정할 일이니 내가 참견할 일이 아니다. 다만 한국의 “선행학습”과 미국의 “선행학습”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주지 하시고 현실에 근거한 계획을 세우실 수 있도록 그 차이를 설명 드리자 한다.
한국에서는 같은 학년의 학생이 같은 내용을 학습하도록 되어 있다. 비록 체격/성격/재능은 다양하지만 학습 속도/의욕만은 동일화 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 제정된 제도이다. 2025년 현재, 디지털 교과서와 온라인 학습 플랫폼이 보편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수학 교과서/참고서를 보면 여전히 모든 chapter와 모든 section의 이름이 다 똑같다. 진도가 같으면 학습 능력도 동일해지나? 물론 아니다. 그러면 해마다 벌어지기만 하는 수준/실력 차이는 어떻게 감당해 내는가?
우선 앞서 나가는 학생을 저지하여 “평준화”된 수준으로 끌어내리려 한다. 그 시도의 일환이 위 언급한 선행학습 금지이다. 2025년에는 개인 맞춤형 AI 학습 앱도 규제 대상에 포함되어, 학년 수준을 넘어서는 내용을 제공하는 서비스에 제재가 가해지고 있다. 각 학년은 같은 수업을 받도록 하여 선행에 투자한 시간/노력을 낭비로 만든다. 따라서 한국의 고등학생은 아무리 국제 수학 경시대회에서 금상을 받고 와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특별 교육을 받기는커녕 수업은 보통학생과 같은 내용을 들어야 하고 수상 기록은 함구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대입 지원 시 고등학교 담 밖에서 한 대회의 수상 기록은 언급 못하도록 규정이 되어 있다. 그러니 이런 학생이 방과 후에 자기 수준의 수학을 배울 에너지를 축적해 두기 위해 학교에서는 잠을 자 두는 것이 나름 현명한 시간 매니지먼트라고 볼 수 있다.
또 그 반대에 있는 학생도 있다. 문교부가 정한 진도가 너무 벅차 수업을 따라갈 수 없는 학생이다. 이런 “수학을 포기한 자”의 수가 많아 “수포자”라는 이름까지 등장했다. 2025년에는 수포자를 위한 대안적 학습 경로에 대한 논의가 일부 시작되었으나, 여전히 공식 지침은 지속해서 같은 반에 앉아 있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도 학교에서 자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런 저런 사연으로 한국은 학교는 모든 학생이 같은 진도로 배우는 것과, 잠자는 학생이 많은 것으로 유명해지게 되었고 이 두 가지 사실에는 연계성이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학생의 수준에 따라 우열반으로 나누기 시작하고 고등학교 입학 반 배정 수학 시험을 볼 때 쯤이면 우열반의 수준 차이는 3년까지, 심하면 4년까지 벌어진다. 2025년 현재 미국의 많은 주에서는 AI를 활용한 개인 맞춤형 교육을 적극 도입해 이러한 격차를 더욱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미국에서 학생이 선행하면 학교가 다시 끌어 내리려 하지 않고 새 위치를 출발점으로 인정해 준다. 그래서 미국의 고등학교 수학 수업은 한 반에 9학년부터 12학년이 다 섞이게 된다. 미국은 나이에 근거한 서열을 한국처럼 따지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고 다 자기 수준에서 공부하고 나름의 수준 내에서 A도 받아 온다. 한데 일단 9학년 때 트랙 배정이 되면 그 다음부터는 좀처럼 올라가기가 쉽지 않다. 학교의 담당자에 따라 학생이 여름방학 동안 배워 온 것을 인정해주는 학교도 있지만 “일단 고등학생이 되면 중간에 변치 않는다”라는 신조를 가진 담당자를 만나면 AP Calculus에서 만점을 받는 기염을 토해야 꿈쩍한다.
그러니 미국에서 3학년에서 8학년까지의 선행은 시간/돈 낭비가 아니라 학생에게 기회의 문을 열어주는 현명한 전략이다. 한국에서 한번 “학벌”이 있으면 문이 열리는 것과 대동소이하다. 일단 압도적으로 우월하게 고등학교를 시작하면 기차의 첫 칸에 탄 것이기 때문에 그 때부터는 “선행”에 신경 쓸 것 없이 그냥 앉아 있어도 제일 먼저 결승점을 지나게 된다. 게다가 어려서 선행해 두는 것은 “맹모삼천지교” 효과도 있다. 선행하는 학생은 항상 선행하는 학생과 어울리게 되기 때문에 공부 더 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된다. 학생에게 잔소리 하지 않아도 항상 공부를 중요시 여기는 친구와 친구 부모님을 만나게 되니 뭔가 배우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가치관이 형성 된다. 학생을 일찍 이런 그룹 속에 넣어 놓는 계획을 실행 못한 학부모님은 사춘기의 아이에게 순리를 역류 시키는 이상한 사람이 된다. 대입에 가장 중요한 10학년 말에 “내가 왜 여름 방학에 공부를 하냐?”고 부르짖는 자제분의 모습을 보게 되면 그의 친구가 다 놀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고 그 때는 “마음을 비우는 것”외에는 가정에 평화를 유지할 다른 방법이 없게 된다.
교육과 테크놀로지

By James H.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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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역사를 돌아보면 교육에 테크놀로지가 등장한 것은 구텐버그의 인쇄기가 발명 되면서 시작되었다. 그 출판 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모든 책이 당연히 다 손으로 옮겨 써서 전해졌었는데 그렇게 옮겨 쓴 책 한 권이 지금의 3만 불에 해당 되었다고 읽었다. 이 금같이 비싼 책을 그나마 대량 생산 할 수 있는 방법이 “낭독+받아쓰기”였다. 즉, 교실 앞에서 한 사람이 큰 소리로 책의 내용을 낭독하면 모여 앉은 학생이 받아 쓰는 것이었다. 이 “낭독”은 라틴어로 “Lectio”이고 그것이 영어의 “Lecture”가 되었고 그것을 우리는 “강의”라고 번역하고 있지만 원 의미는 “낭독”인 것이다. 지금도 우리가 “강의”를 들으러 가는 교실을 보면 중세의 “낭독+받아쓰기” 하던 모습을 그대로 지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교육과 관련된 첫 테크놀로지의 도입은 책을 널리 보급하는데 도움을 주었을 뿐 지식의 전달 형태는 바꾸지를 못했다. 물론 책이 저렴해짐으로 개인 소유가 가능해지고 그 책을 이용하여 혼자 배우는 것이 가능해진 것은 큰 변화이다.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학생은 낭독과 구별이 되지 않는 강의도 교실에 앉아서, 아무 질문 없이, 받아쓰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 다음 혁명적인 테크놀로지는 비디오테이프였다. 녹화를 해 놓으면 시간과 장소를 초월하여 강의를 재생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교육에 혁명적인 변화가 올 것 같았는데 이 역시 요리, 에어로빅 등의 몇 분야에서만 반짝 했지, 교육 전반적으로는 아무런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 비디오는 책에 비해서는 더 많은 정보를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지만 (엔진 분해/조립 방법을 글로만 읽고 배운다고 생각해보자) 비디오도, 책도 일방적인 전달의 매체였기 때문에 교육 체계를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 후 나온 DVD도 해상도만 높을 뿐 매한가지였다.
그 다음 테크놀로지는 컴퓨터를 사용하는 교육인데 이것이 우리의 현주소이다. 이제는 학교에 컴퓨터가 없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널리 보급이 되었지만 컴퓨터에 내장된 지식/개념을 배우는 것은 이미 80년대에 시작 됐다. 이 수 십 년 된 교육 방법이 요즘 와서 대세가 되는 이유는 가격이 저렴해져 보급에 문제가 없게 되었고, 소형화 되어 휴대가 가능해졌고, 인터넷의 발달로 그룹의 협력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능의 향상으로 점점 더 똑똑해져서 이제는 교사의 역할의 일부를 해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수학의 경우는 문제가 다지선다형이 아니라도 답이 a+b/2 라면 b/2+a나 (2a+b)/2 도 맞는다고 채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외에도 학생이 언제 무엇을 어떻게 공부했는지도 알고, 기록하고, 교사/학부모에게 보고까지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이는 우리가 항상 희망하는 “더 저렴하면서도 더 상세히 학생을 학업을 살펴주기”를 바라는 상반되는 희망이 동시에 충족될 수 있는 기회가 역사 처음으로 도래한 것이기도 하다.
이번의 혁명은 양방 정보 교환이 가능한 유능한 테크놀로지 인지라 “낭독+받아쓰기” 교육 형식을 드디어 바꿀 기세이다. 한 면으로는 온라인 대학 강의가 등장하고, 반면으로는 “모름지기 교육이란 스승과 제자가 대면하고 토론하는…”으로 요약되는 반대가 일고 있다. 동시에 “승자독식이 교육계까지 와도 옳은가?”라는 질문이 제시되고 있다. 미래는 예측을 불허 하지만 내 생각에는 이제 컴퓨터가 교육의 한 복판에 자리를 잡고 주위의 모든 것을 바꾸어 놓으리라고 예상한다.
이런 전례 없는 세상을 살아갈 우리의 아이들은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는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중요한 것은 컴퓨터를 잘 다루는 능력이 아니라 동기부여다. 왜냐하면 자동화된 교육은 단가가 떨어져 거의 무료로 제공이 되고 그런 환경에서 얼마나 배우는가는 학생의 의지/호기심/의욕이 결정하게 되기 때문이다. 전에는 교육을 받지 못하면 “집안이 가난해서” 등의 납득이 가는 이유가 있었지만 오늘의 세대가 자라나는 세상에서는 “게을러서” 밖에는 아무런 이유가 없게 될 것이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자제력이다. 이렇게 학생을 가르칠 능력이 있는 컴퓨터는 학생이 상품도 사게 할 수 있고 게임에도 중독시킬 능력이 있다. 사실 교육에 사용되는 모든 테크놀로지는 모두 다 엔터테인먼트의 용도로 개발/보급된 테크놀로지를 교육에 적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교육만 하는 테크놀로지는 없다. 컴퓨터로 배운다는 것은 항상 이런 유혹을 뿌리치는 능력이 전제 되어야 가능하다.
“강팀은 약팀을 무참하게 무찔러야 한다”

By James H.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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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월드컵의 8강자 전에서 강 팀으로 자부하는 이태리 팀이 한국 팀에게 패배했다. 이태리팀은 한국팀을 1:0으로 리드 하다가 게임 종료 몇 분 남기지 않고 동점을 허락했고 급기야 연장전에서 역전이 되어 패하고 말았다. 이태리 팀은 심판의 오판과 부정의 의혹을 들고 나오며 항의를 했는데 이 상황에 대해 한국팀 코치 히딩크가 한 발언을 내가 멋대로 번역한 것이 “강팀은 약팀을 무참하게 무찔러야 한다”이다. 원 표현은 “When you are a good team, you must punish a little team” 이었다. 나는 그 발언이 의도한 뜻을 “이태리 팀이 그렇게 강하다면 약 팀을 압도해야지, 지고 나서 항의나 하고 있으니 그 꼴이 뭐냐?” 조소로 해석 한다.
그 경기에서 부정이 있었는지 오판이 있었는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한가지, 이태리가 10점 차이로 이기고 있었으면 아무리 이태리에 앙심을 품은 심판으로만 채워놓은 게임이더라도 이겼을 것이다.
이 히팅크의 “조언”은 미국에서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에게도 해당이 된다. 불투명한 선발기준을 위해 준비하는 미국 대입을 지원하는 학생에게는 축구 게임보다도 더 많은 미지수가 도사리고 있다. 이태리 팀처럼 역전을 당하지 않으려면 “내가 조금 앞서있다”로 안심하지 말고 격차를 필요이상으로, 무자비 하게 벌려 놓아야 한다. 원래 미래란 알 수 없는데다가 대입에서는 전국에서 몰려오는 경쟁 상대 중에 누가 동문의 자녀인지 모르고 누가 희귀한 악기, 요상한 운동을 하여 특별 대우를 받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예체능 분야에서는 누구나 최대한의 자신 개발/계발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음악의 경우는 재능 있는 학생은 인위적인 제한 없이 실력대로 발전하여Carnegie Hall에서 연주한 경력까지 이력서에 넣는 길이 열려 있다. 고등학교 Orchestra 에서 “first violin이냐 아니냐?”로 도토리 키 재고 있는 대학 지원생 사이에서 Carnegie Hall에서 연주한 학생은 “무참하게” 우위를 차지해 버리는 것이 당연하다.
한데 수학/과학 분야에서 “Carnegie Hall 연주 수준”의 재능을 가지고 있는 학생은 어떻게 해야 “무참하게” 뛰어날 수 있을까? 간단치가 않다. 음악으로 비교해 보아도 Carnegie Hall에서 연주하는 수준의 학생은1. 누군가가 일찍 재능을 알아보았고, 2. 누군가가 학교 외에서 별도로 가르쳤을 것이고 3. 대회 참가 등에 학교측에서 협조를 했어야 탄생할 수 있는 경우인데 그 세 단계 중 하나도 우연히 일어날 일이 아니다. 그래서 (내가 보기에는) 대부분의 어린 천재급 과학도가 고등학교로 가면 그저 “AP 과학 과목에서 쉽게 A받는 정도”로 만족하고 만다. 물론 “그렇게 해서 전교 1등 하면 되니 무엇이 문제인가?”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선 미국에는 전교1등이 참 많이 배출된다. 소위 Ivy 대학 모두의 총 입학 정원 수 보다 두 배가 넘게 많다. 그리고 소질이 있어 쉽게 A받은 학생과 간신히 A받은 학생은 서류상에 아무런 차이가 없으니 히딩크가 경고하는 위태로운 상황이 된다.
수학/과학에 재능이 있는 학생은 음악/운동처럼 일찍부터 훈련을 받고 발표할 기회를 찾아야 제 빛을 낼 수 있고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물론 소질/흥미도 없는 학생을 학부모의 욕심으로 억지로 가르치면 해가 되니 일단 시작을 한 후 학생이 수학/과학을 배우는 것을 즐거워하고 잘 해내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지속해야 한다. 내 경험으로는 소질 있는 학생이 그렇게 학생의 이해 능력대로 배워 나가면 9학년은 물론 심지어는 8학년에 AP 수준의 수학과 물리를 이해한다. 그것도 아주 신나고 재미있게 배워 실지 AP 시험에서도 5점 (만점)을 받기도 한다. (고등학생이 대학교 가서 수업 받는 학생은 다 이렇게 중학교 때 만들어진 것이다.) 여기에서 그치면 그저 “뛰어난 시험 보는 기계”로 끝나게 되니 그 다음에는 이 압도적인 지식을 이용한 연구를 하여 자신이 “뛰어난 창의력의 소지자”라는 것을 과시해야 한다. 연구 시간은 고등학교에서 뛰어난 학생에게 제공하는 Independent Studies 또는 Seminar라는 제도를 이용한다. 다른 학생은 그제서야 AP 수학 물리 시험 준비 하느라 바쁜 동안 이 학생은 그 지식으로 독자적인 연구를 하여 발표/수상을 하는 수준이 되는 것이다. 그 경지가 어느 심판이 보아도 비교가 안되게 뛰어난, 즉 “가혹하도록” 앞선 학생이 되는 것이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컴퓨터 실력

By James H.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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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이 글은 2014년 시카고 중앙일보에 기고한 글이다. 지금 2025년에는 ChatGPT같은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학생이 제출할 수 있는 결과물의 수준은 높아졌지만 컴퓨터 원리에 대한 이해의 깊이는 여전히 크게 변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인공지능에 대한 의존도가 증가하면서 그 이해도가 더욱 낮아졌을 가능성도 있다.
오늘날 성장하는 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라 불린다. 이들은 단순히 컴퓨터가 있는 환경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컴퓨터와 함께 성장한 세대다. 특히 스마트폰의 터치스크린이 보편화된 이후 태어난 아이들은 말을 배우기도 전에, 심지어 걷기 전에 이미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게임에 열중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컴퓨터가 키운 세대” 라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한데 이 “디지털 세대”는 과연 디지털 컴퓨터에 대해 잘 알까?
이 질문에 답하기에 앞서, 먼저 나 자신을 소개하고자 한다. 나는 어린 시절 암실에서 필름을 현상했고, 안테나를 조정하며 흑백 브라운관 텔레비전을 시청했으며, 카세트테이프에 음악을 녹음하고, 연필로 글을 쓰며, 주판으로 계산을 하던 세대다. 또한, 1970년대 전자제품 수입이 금지되었던 브라질에서 생활하며 계산자를 이용해 물리 문제를 푸는 방법도 배웠다. 이러한 배경을 가진 내가 감히 디지털 세대의 컴퓨터 활용 능력을 평가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이유는, 내가 그들에게 디지털 도구를 활용하는 방법을 직접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컴퓨터를 이용한 의학 영상 처리, 정수론 연구 등 첨단 학문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디지털 세대의 컴퓨터 활용 방식과 문제 해결 능력을 직접 목격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디지털 세대의 컴퓨터 실력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상당히 왜곡되어 있다. 이들은 컴퓨터를 능숙하게 다룬다고 생각되지만, 실상은 매우 피상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활용 능력 또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이를 여행에 비유하자면, 이들은 인솔자의 안내를 받으며 유명 관광지를 빠르게 훑고 지나가는 패키지 여행객과 같다. 방문한 장소도 많고 본 것도 많지만, 정작 그 지역의 언어, 문화, 역사에 대한 이해는 부족하고, 오직 쇼핑센터의 위치만 정확히 기억하는 수준이다.
예를 들어, “연구”를 하라고 하면 디지털 세대의 대다수는 기존에 누군가 작성한 자료를 검색하여 그대로 베껴 쓰려는 경향이 강하다. 패키지여행은 따라갈 수 있지만, 스스로 여행 계획을 세우고 길을 찾는 것은 어려워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과거 세대는 도서관에서 카드를 뒤지며 책을 찾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이를 종합하여 결론을 도출하는 훈련이 이루어졌다. 반면, 오늘날은 방대한 정보가 손쉽게 검색되기 때문에, 원하는 주제를 이미 정리해 놓은 문서를 그대로 찾고 끝내는 경우가 많다. 과거에는 설령 표절을 하더라도 직접 손으로 베껴 쓰는 과정에서 일정 부분 학습이 이루어졌지만, 디지털 세대는 복사-붙여넣기만으로 과제를 완성하기 때문에, 자신이 제출한 리포트의 내용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더욱이, 이들이 의존하는 검색조차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학생이 드물다. 학교에서 기본적으로 가르치는 워드 프로세서조차 타자기처럼 사용하며, 자동 목록 작성이나 방정식 입력 기능조차 익히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수학 공식을 제출할 때도 마치 타자기로 찍은 듯 조잡한 형식으로 작성하는 사례가 흔하다.
디지털 세대는 단연 컴퓨터를 접하는 시간이 길지만 그것이 지식이나 활용 능력으로 연결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학부모 세대가 전화를 한 없이 붙잡고 있었지만 이 시간이 전화에 대한 지식으로 연결되지 않은 것과 매한가지이다. 자제분의 컴퓨터 사용 능력을 아시려면 “국가의 위도와 GDP의 관련에 대한 연구”를 하라고 하면 과연 “학생이 직접 각 나라의 위도를 찾고 각 나라의 GDP를 찾아 그래프를 만들고 연관성을 발견해 낼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검색해서 누가 해 놓은 결과를 베끼려고 하면 전형적인 디지털 세대의 전형적이 무능한 문제 접근 방식이고 우려를 해야 할 자세이다.
미국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자동으로 수준 높은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듯, 디지털 세대도 단순히 컴퓨터 환경에서 성장했다고 해서 그 기술을 능숙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올바른 교육을 받지 않으면, 결국 컴퓨터는 게임기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다. 다행히, 현재는 무료 온라인 컴퓨터 강의도 풍부하다. 자녀가 컴퓨터를 단순한 오락/소비 도구가 아니라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도구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도할 것을 권장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