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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for the ‘경험담 과 소견’ Category

교육과 테크놀로지

James Choi Portrait

By James H.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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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역사를 돌아보면 교육에 테크놀로지가 등장한 것은 구텐버그의 인쇄기가 발명 되면서 시작되었다.  그 출판 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모든 책이 당연히 다 손으로 옮겨 써서 전해졌었는데 그렇게 옮겨 쓴 책 한 권이 지금의 3만  불에 해당 되었다고 읽었다.  이 금같이 비싼 책을 그나마 대량 생산 할 수 있는 방법이 “낭독+받아쓰기”였다.  즉, 교실 앞에서 한 사람이 큰 소리로 책의 내용을 낭독하면 모여 앉은 학생이 받아 쓰는 것이었다.  이 “낭독”은 라틴어로 “Lectio”이고 그것이 영어의 “Lecture”가 되었고 그것을 우리는 “강의”라고 번역하고 있지만 원 의미는 “낭독”인 것이다.  지금도 우리가 “강의”를 들으러 가는 교실을 보면 중세의 “낭독+받아쓰기” 하던 모습을 그대로 지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교육과 관련된 첫 테크놀로지의 도입은 책을 널리 보급하는데 도움을 주었을 뿐 지식의 전달 형태는 바꾸지를 못했다.  물론 책이 저렴해짐으로 개인 소유가 가능해지고 그 책을 이용하여 혼자 배우는 것이 가능해진 것은 큰 변화이다.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학생은 낭독과 구별이 되지 않는 강의도 교실에 앉아서, 아무 질문 없이, 받아쓰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 다음 혁명적인 테크놀로지는 비디오테이프였다.  녹화를 해 놓으면 시간과 장소를 초월하여 강의를 재생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교육에 혁명적인 변화가 올 것 같았는데 이 역시 요리, 에어로빅 등의 몇 분야에서만 반짝 했지, 교육 전반적으로는 아무런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  비디오는 책에 비해서는 더 많은 정보를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지만 (엔진 분해/조립 방법을 글로만 읽고 배운다고 생각해보자) 비디오도, 책도 일방적인 전달의 매체였기 때문에 교육 체계를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 후 나온 DVD도 해상도만 높을 뿐 매한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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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테크놀로지는 컴퓨터를 사용하는 교육인데 이것이 우리의 현주소이다.  이제는 학교에 컴퓨터가 없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널리 보급이 되었지만 컴퓨터에 내장된 지식/개념을 배우는 것은 이미 80년대에 시작 됐다.  이 수 십 년 된 교육 방법이 요즘 와서 대세가 되는 이유는 가격이 저렴해져 보급에 문제가 없게 되었고, 소형화 되어 휴대가 가능해졌고, 인터넷의 발달로 그룹의 협력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능의 향상으로 점점 더 똑똑해져서 이제는 교사의 역할의 일부를 해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수학의 경우는 문제가 다지선다형이 아니라도 답이 a+b/2 라면 b/2+a나 (2a+b)/2 도 맞는다고 채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외에도 학생이 언제 무엇을 어떻게 공부했는지도 알고, 기록하고, 교사/학부모에게 보고까지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이는 우리가 항상 희망하는 “더 저렴하면서도 더 상세히 학생을 학업을 살펴주기”를 바라는  상반되는 희망이 동시에 충족될 수 있는 기회가 역사 처음으로 도래한 것이기도 하다.

이번의 혁명은 양방 정보 교환이 가능한 유능한 테크놀로지 인지라 “낭독+받아쓰기” 교육 형식을 드디어 바꿀 기세이다.  한 면으로는 온라인 대학 강의가 등장하고, 반면으로는 “모름지기 교육이란 스승과 제자가 대면하고 토론하는…”으로 요약되는 반대가 일고 있다.  동시에 “승자독식이 교육계까지 와도 옳은가?”라는 질문이 제시되고 있다.  미래는 예측을 불허 하지만 내 생각에는 이제 컴퓨터가 교육의 한 복판에 자리를 잡고 주위의 모든 것을 바꾸어 놓으리라고 예상한다.

이런 전례 없는 세상을 살아갈 우리의 아이들은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는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중요한 것은 컴퓨터를 잘 다루는 능력이 아니라 동기부여다.  왜냐하면 자동화된 교육은 단가가 떨어져 거의 무료로 제공이 되고 그런 환경에서 얼마나 배우는가는 학생의 의지/호기심/의욕이 결정하게 되기 때문이다.  전에는 교육을 받지 못하면 “집안이 가난해서” 등의 납득이 가는 이유가 있었지만 오늘의 세대가 자라나는 세상에서는 “게을러서” 밖에는 아무런 이유가 없게 될 것이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자제력이다.  이렇게 학생을 가르칠 능력이 있는 컴퓨터는 학생이 상품도 사게 할 수 있고 게임에도 중독시킬 능력이 있다.  사실 교육에 사용되는 모든 테크놀로지는 모두 다 엔터테인먼트의 용도로 개발/보급된 테크놀로지를 교육에 적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교육만 하는 테크놀로지는 없다.  컴퓨터로 배운다는 것은 항상 이런 유혹을 뿌리치는 능력이 전제 되어야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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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학년 과목 선택이 대학을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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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es H.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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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고등학교 진학할 학생이 9학년에 배울 과목을 선택하는 시즌이다.  자신의 수준에 맞는 과목을 선택하여 무리 없고, 좋은 추억이 남는 고등학교 시절을 지내도록 해야 하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한데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은 이 신입생의 과목 선택이 고등학교 4년간 수강할 과목을 정한다는 것이고  그 과목은 어느 수준의 대학에 합격할 수 있는지를 결정한다는 사실이다.  즉, 지금 코스 선택이 합격 가능한 대학의 리스트를 정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고등학교는 4년이고 4년 내에 여러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미국 고등학교에서 일어나지 않는 일 하나는 학교측이 자진하여 학생의 반을 바꾸어 주는 것이다.  처음 시작한 수준에서 아무리 잘 해도 그 반에서 A를 받는 것으로 끝나지 그 다음 수준으로 올려 주지 않는다.  미국의 고등학교에는 다양한 수준이 있기 때문에 각 수준마다 잘 하는 학생이 있고 그래서 All A받는 학생이 그리도 많은 것이다.  그 중에서 경쟁 심한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은 물론 최고 수준의 반에서만 나온다.  (그래서 고등학교 내내 All A를 받고도 원하는 대학에 진학 못하는 학생이 그리도 많은 것이다.)  이 한번 정하면 바꾸기 어려운 미국의 교육제도에 대해서는 Google에서 “수학 트랙”을 검색 하시면 상세한 정보를 얻으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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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영어에 서투른 학생은 “수학은 잠시 보류하고 일단 영어를 익히자”라는 계산 하에 수학을 낮게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낮게 시작하면 낮게 끝나게 되어 있는 것을 모르고 중간에 무슨 변화가 있으리라고 오산을 한 것이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영어도 미국 학생보다 부족하고 수학도 평범한 학생으로 고등학교를 마치게 되고 결국 그에 상응하는 대학 합격 결과가 나와 실망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대입 뿐 아니라 인생에도 우리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우리의 강점의 힘이다.  그래서 절대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강점을 한치도 양보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수학을 아주 잘하면 영어가 모자라도 수학경시대회 성적을 올려야 하는 다급한 학교에 특별 전형으로 합격할 수 있지만 약점이 덜 약하다는 것 만으로는 어떤 경쟁에서도 선택을 받을 수가 없다.  (실지로 한국 유학생으로 수학 팀을 채워 랭킹을 올린 보딩스쿨이 있다.  그 학교 수학 랭킹보고 진학해봐야 수학 랭킹이 일반 학생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불만족스러운 결과를 끝나는 경우는 “시작은 여유 있게 결과는 최고 수준으로”의 자세로 고등학교 과정을 임하는 가족이다.  우선 여유를 즐기는 것부터 배운 학생이 사춘기로 들어가며 갑자기 더 학업에 가속도를 더한다는 설정 자체가 무리이고 학교측이 학생의 편리를 위해 해마다 반 배정을 바꾸어 주리라는 가정도 오산이다.  물론 꾸준히 걸어간 거북이가 낮잠 잔 토끼를 앞선 것을 상기하고 분발할 수도 있지만 요즘 토끼는 우선 앞서서 출발한데다가 처음부터 끝까지 전속력으로 달린다.  오히려 거북이들이 가망 없음을 깨닫고 현명하게 쉬엄쉬엄 가서 뒤 늦게 다급해진 학부모님만 화병 나게 만드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러니 무슨 이유에서이건 자제분이 최고 대학으로 진학하는 것이 목표인 학부모님은 지금부터 목표를 인정 하시고 자제분이 같은 목표를 가지도록 설득하여 동의를 얻으시고 자제분이 자진하여 9학년 시작할 때부터 꿈 실현 가능성이 있는 반에 들어가도록 최선을 다 하도록 유도 하셔야 한다.  (자제분의 동의를 얻지 못하시는 학부모님은 마음 비울 준비를 하셔야 한다.)  나중에 바꾸는 것은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뿐 아니라 학교측과 적대적인 관계까지 발전될 수 있다.  “학생 혼자 묵묵히 하다 보면 학교/교사가 재능을 알아 보고 올려주지 않을까?”하는 생각은 “낙제생 수의 감소”에 집중해야 하는 교육의 현실과 동 떨어진 희망이라는 현실도 파악 하셔야 한다.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은 “진리”의 정의가 “친구가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시기이다.  반 배정은 친구 배정이다.  자제분이 열심히 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9학년을 시작하면 “공부 열심히 하는 것이 진리”가 되고 그렇지 않으면 다른 가치관이 진리가 된다.  맹모삼천지교의 교훈을 실천하는 마지막 기회가 9학년 반 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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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없는 과학연구

James Choi Portrait

By James H.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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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라 하면 흔히 흰 가운을 입고 시험관을 들고 있는 장면을 연상한다.  내가 석사 학위를 할 때 신호처리연구실 (signal processing lab) 내에 적을 두고 일했는데 이 “실험실”이라는 것이 책상마다 컴퓨터가 하나씩 올려 있는 것이 전부고 흰 가운을 입을 일도 없어 실험실에서 근무하면서도 “무슨 실험실이 이래?”하고 생각했던 것이 지금도 기억난다.  하지만 이 빅 데이터 시대에는 실험관도 흰 가운도 입지 않는 과학이 더 많다.

우선 우리가 “과학자”하면 떠올리는 대표적인 인물은 컴퓨터도 없이, 실험실도 없이 특허 사무실 책상에 앉아 연필과 종이만 가지고 노벨상 수준의 연구를 해 내었다.  아인스타인의 실화이다.  “이론물리”는 말 그대로 이론을 따지는 학문이라 실험을 하지 않는다.  안 하는 것 보다 아직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론물리학자는 수학이라는 도구를 망원경/현미경처럼 사용하여 우주를, 원자핵의 속을 보고 새로운 것을 발견한다.  그러면 수십 년 후에 테크놀로지가 발달하고 나서야 실험물리학자가 실험을 하여 그 이론이 맞고 틀리는 것을 확인한다.  아인스타인의 중력렌즈는 1916년에 나온 이론이지만 거의 100년이 지난 최근에야 확인할 수 있었다.  중고등학생이 할 수 있는 이론물리 연구는 없다.  하지만 컴퓨터를 사용하면, 그리고 상상력을 동원하면 아직 아무도 생각해내지 못한 문제를 찾아 풀 수가 있다.  예를 들면 최근 뉴스에 “소행성(asteroid)에 테(ring)가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라는 기사가 나왔는데 수성처럼 큰 행성에 테가 있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지름이 불과 몇 킬로밖에 되지 않는 소행성에 테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충격적인 새로운 발견이었다.  물리와 프로그래밍을 배운 학생은 이럴 때 “어떻게 하면 작은 소행성에 테가 생길 수 있는가?” 이론을 생각하여 컴퓨터를 밤새 돌리는 “실험”을 할 수 있고, 그 결과로 과학 경시대회에도 출전할 수 있다.  물론 알아야 면장을 하는 것이라 아무나 시도할 수 있는 연구는 아니지만 수학, 물리, 프로그래밍을 앞서 배워간 학생은 이럴 때 급우들이 부럽게 쳐다보는 지붕 위에서 쌓아 놓은 실력을 한껏 과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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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수학도 중고등학생이 접근할 수 없는 고도로 발달 된 분야이지만 컴퓨터를 사용하면 접근이 가능할 뿐 아니라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 답을 찾을 수도 있고 아니면 “이런 재미있는 문제가 있다”로 무책임하게 문제만 제기하고 해답도 없이 끝낼 수 있다.  그것이 conjecture인데 중고등학교에서는 창조적인 conjecture를 찾아내는 것 만으로도 과학 경시대회에 출전할 수가 있다.  몇 년 전 8학년 학생이 일리노이주 과학경시대회의 수학 부분에서 고등학생을 다 누르고 1등을 했는데 그의 연구는 Collatz Conjecture를 더 확대시킨 것이었었다.  즉, Collatz의 문제를 풀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그 외에 더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찾아내는 것으로 1등을 한 것이다.

기상학 같은 연구에서 지난 수백 년간의 온도 변화를 연구한다면 필히 남이 기록해 놓은 자료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실험 없이 자료를 받아서 분석한다.  천문학도 직접 망원경으로 측정을 할 수 있지만 첨단 천문 망원경에서 나오는 많은 자료를 무료로 download해서 분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아주 특정한 연구를 하지 않는다면 밤마다 하늘이 개이기를 염원하며 밤을 새울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내가 국제과학경진대회에서 물리학 분야를 심사할 때 마침 자료를 직접 측정한 학생과 download받은 학생 둘 다 있어서 관심 있게 보았는데 결국 download한 학생만 입상하는 것을 보았다.  다른 학생은 관측하는 시간에 기존 자료를 분석했다면 입상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학으로 넘어가서 임상실험은 엄두도 못 내는 것이고, 하다 못해 손금만 보려고 해도 승인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내 학생은 학교의 IRB (Institutional Review Board)가 손금 읽는 것을 허가하지 않아 “손금이 수명을 예측하는가?” 연구를 포기해야 했었다. 양로원으로 가서 장수한 분의 손금 특징을 파악하려고 했었다. “혈액형과 성격의 연관”연구 제안서는 상관 관계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의도로 시작했는데 학교측에서 “가정에 불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여 승인해주지 않았다. 동시에 미국에서는 자신의 혈액형을 모르는 학생이 대부분이라 생각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에 비해 임상실험 자료를 무료로 download하여 분석하는 전략은 아무런 허락을 받지 않아도 되고, 장비도 필요 없고, 시간도 소요되지 않아 첫날부터 분석해 가며 연구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

한 가지 꼭 피해야 할 연구는 특정 연구소에 가서 허락 받고 남의 기계를 사용해야 하는 연구다.  그 기계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간과 나의 시간을 맞추어야 하는 문제가 있고, 공교롭게 꼭 오케스트라 연주 시간과 학기말 시험 기간에만 사용가능 하게 되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마감일 직전에 기계가 고장이 나서 하늘이 노래지는 경험을 할 위험 부담도 만만치 않다.  그리고 내가 직접 측정하는 데이터는 오염이 됐거나 칼리브레이션이 어긋나 있었던 것을 뒤늦게 깨닫을 수도 있는 등 뭔가 원천적으로 잘못되어 새로 시작해야 해야만 할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이 빅 데이터의 시대에 들어선 오늘날에는 무료로 구할 수 있는 각 전문분야의 과학 자료도 많고 또 디지털 카메라 같이 자신이 집에서 직접 측정할 수 있는 종류의 데이터가 많아졌기 때문에 실험에 보낼 시간/비용/위험을 모두 다 피하고 관심분야에 맞는 분야의 자료를 찾아 분석을 배우는 것이 과학자다운 준비이고 여러모로 승산을 극대화 하는 현명한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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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미한 A학점 의미심장한 B학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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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es H.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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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아래 글은 내가 2014년 시카고 중앙일보에 기고했던 컬럼이다. 10년도 지난 기사를 언급하지만 내용은 오늘의 현실에도 해당된다.

2013년 12월3일자 하버드 대학 신문 Crimson지에는 하버드의 평균 점수가 A-라고 발표 하여 관심을 모은 적이 있다.  같은 기사에 예일 대학도 학생의 62프로가 A를 받고 있다는 통계를 공개했다.

이런 점수의 인플레이션은 전부터 암암리에 알려져서 새롭거나 충격적인 뉴스는 아니었지만 하버드가 공식적으로 인정/발표를 했다는 것이 이례적이었다.   이 사실을 공지한 하버드의 해리스 교수도 이런 후한 점수는 교수진이 학생의 학업 수준 유지에 실패한 것을 뜻한다고 첨언 했다.  (“it represents a failure on the part of this faculty and its leadership to maintain our academic standards”)

나는 다른 대학이나 중고등학교의 통계 발표를 본 적은 없는데 내가 가르치는 경험상으로도 모든 고등학교에서 이런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있다고 본다.  그런 결론을 내리는 근거는 A를 받는 학생의 수준이 천태만상이라는 것이다.   학교의 수학 과목에서 지속해서 A를 받아왔다는 학생이 기초도 되어 있지 않은 것을 수 없이 보아왔다.  “우리 아이 수학 잘해요”라는 학부모님의 귀띔을 내가 직접 확인해야지 그대로 믿었다가는 시행착오로 서로 시간만 낭비하게 된다.

이는 수학뿐 아니다.  심지어 고등학교 신문 편집장을 지냈다는 학생의 에세이가 문법, 논리전개에서 수준 이하인 경우도 봤다.  한마디로 후한 점수를 주어 학생에게 자신감을 주는 미국 교육의 대 성공에서 오는 착시현상에 학부모님의 판단까지 흐려지는 상황이다.  (OECD PISA시험에서 매번 미국 학생의 수학 성적은 하위권이지만 수학에 대한 자신감은 1등으로 집계 된다.)  특히 미국에서는 학생의 수준에 따라 반을 배정하기 때문에 아래쪽 반에 일단 배정이 되면 그 반에서는 아무리 지속해서 A를 받고 1등을 해 와도 대학 시험의 준비가 부족하게 되고 (모두다 하나의 SAT에 응시한다) 게다가AP같은 과목은 아예 해당이 되지 않는 고등학교 생활을 하게 되기 때문에 “학교에서 늘 A를 받는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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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역설적으로 확실해 지는 것은 B 성적의 의미이다.  점수 후한 학교에서 B를 받는 것이 확실히 중간 이하가 된다는 뜻이고 문제가 있다는 뜻이 된다.  이런 학교에서는 성적 분포가ABCDF 라고 생각하지 말고AAABC라고 생각하는 것이 정확한 것이다.  학부모님 중에 자제분에게 “B를 받아도 좋아”라고 호기 있게 선언하시는 분도 학교에 따라 B라는 성적이 저~ 아래쪽에 있는 성적일 수 있다는 것을 확인 하신 후에 발언을 하셔야 뒤늦게 말을 번복하여 일관성 없는 부모로 되는 상황을 예방하실 수 있다.

그리고 점수 후한 학교에서 B를 받던 학생의 점수가 A로 올라갔을 때 성취감을 느끼는 것도 “A를 받았으니까 이제는 됐다”라고 안도감을 느끼는 것은 점수를 정규분포로 주는 학교에서 D받던 학생이 C를 받았다고 안도하는 것에 해당된다.

이렇게 A가 무의미한 학교에 재학하는 학생은 어떻게 자신의 실력을 파악할 수 있을까?  우선 하나는 전교등수이다.  학교 등수를 알리지 않는 학교도 있는데 체중계를 없앤다고 날씬해 지지 않듯 등수를 모른다고 해서 실력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학교 밖에서 받는 객관적인 평가를 주기적으로 받는 것이다.  SAT/ACT같은 시험에 응시할 수도 있고 수학 경시대회 등에 참가하여 점수를 확인 할 수도 있다.  과학경진대회는 운의 작용이 클 뿐 아니라 객관적인 점수가 없어서 이런 자가 실력 평가로는 적절치 않다.  그리고 주위의 급우가 경쟁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잊고 “이만하면 됐다”라고 자만하기 쉬운데 목표를 높이 하고 있는 학생은 이런 전국 단위의 시험에 정기적으로 참가하면 점수 통계의 퍼센트 수치를 통해 실지 경쟁상대의 실력과 자신의 위치도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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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능력의 선천과 후천

수학 능력의 선천과 후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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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동계 올림픽 시즌이다.  이번 올림픽은 귀화를 한 선수의 드라마까지 있어 더 흥미진진하다.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것이 여론이지만 현재는 이구동성으로 “그 선수가 한국팀에 속해 있었으면”이라고 의견이 일치해 있다.  그리고 그 많은 분분한 여론 중에서 들리지 않는 의견이 하나 있으니 그것은 “앞으로 우리 선수들을 더 훈련을 잘 시켜 금메달을 받도록 하세요”라는 의견이다.

이미 날아간 새 하나에만 집착하고 우리 손에 있는 여러 새에 대해서는 무관심이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누구나 노력하면 된다”라고 가르치지만 다급해지면 “성공할 사람은 타고 난다”라는 믿음이 새어 나온다.  “후천”의 개발이라는 개념을 잊고 “선천”을 놓친 것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수학 교육도 천재로 태어나야 하나?  나는 미국 대표팀 코치를 비롯 미국 여러 지역의 유명한 수학 코치를 만나 대화할 기회가 많았는데 나는 항상 그들의 수학 팀을 성공으로 이끄는 비법을 물어보았다.  다양한 답이 있지만 하나로 종합하자면  “가급적이면 많은 수의 학생 속에서 추려내라” 인데 결국 “선천”적인 소질을 만날 확률을 올리라는 결론이다.  그 외에 어떤 식으로 훈련을 시키라는 조언도 있지만 팀의 수준이 올라갈수록 일단 “될성부른 떡잎”을 모아 놓아야지 그렇지 않으면 승산이 없다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었다.

그러면 수학도 재능을 타고 나는 분야라는 뜻인가?  이는 참 불편한 현실이다.  나 자신도 “누구나 열심히 하면 성공한다”라고 믿고 있지만 이렇게 정상에 있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현실이 이상과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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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나머지 수학에 타고난 소질이 없는 학생은 지금 한국의 “노메달” 선수의 신세처럼 외면을 받을 운명이라는 뜻인가?

No.  운동이고 수학이고 국제 대회에서 금메달 수상을 하기 위해서는 선천적인 소질과 부단한 노력 두 가지 다 반드시 겸비 되어야 한다.  운동을 직업으로 하려면 워낙 기회가 제한되어 있어 올림픽에서 금 메달을 받아도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수학의 경우는 수학이 쉬워서가 아니라 수학의 수요가 워낙 크고 응용 분야가 광범위 해서 “선천”이 없어도 충분히 “훈련”으로만 도달하는 그 아래 경지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에서 성공이란 국제대회에 출전하여 금메달을 받는 다는 뜻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만족스럽고 자신의 일에 만족할만한 커리어를 영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수학의 세계에서는 이런 평범한 성공을 한 엔지니어/과학자가 수학 국제 대회 금메달 수상자보다, 수학과 교수보다 더 보수가 높은 커리어를 가지는 것이 흔한 일이다.

참고로 예체능 분야는 우리가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으면 성공을 못한 것으로 간주를 해도 될 지경으로 경쟁이 치열하다.  문과도 수요가 제한되었고 한 스타가 관중의 관심을 장악하게 되는 winner take all 현상이 있기 때문에 기회가 극히 제한 되어 있다.  그래서 나는 학생의 소질이 두 분야에서 비슷하다면 이공계의 커리어 쪽으로 진출하는 것을 추천하는 것이다.

따라서 수학 공부는 소질이 있고 없고에 대해 걱정하지 말고 배우는 내용을 논리적으로 잘 이해하고 열심히 훈련하면 학교수학에서 A 받는 것은 물론, 수학 경시대회에서도 미국에서는 해마다 전국에 약 6000명이 초대받는 AIME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다.  한국은 모든 국민이 정상의 대학에 들어가는 것을 1차 목표로 하여 모든 학생의 노력이 포화된 상태라 선천적인 재능으로 승부가 갈라질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은 한국과 달라 국민 일부만 유명 대학 입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한국의 경우는 누구나 모든 교육 정보를 다 알고 있어 정보전이 불가능한데 미국은 1950년대부터 진행되어 온 AMC가 무엇인지 모르는 수학 선생님이 아직 대부분이니 그 선생님만 믿고 배우는 수학의 천재는 경쟁의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다.  그리고 미국 문화의 다양한 가치관 덕분에 수학의 천재도 소방수의 길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학구적인 경쟁에도 다양한 틈이 있다.  이런 제도 속에서 우리의 학생은 중간의 소질을 가지고도 마음만 먹으면 노력으로 충분히 만회하고도 남을 수가 있다.

우리는 올림픽의 대단한 선수들을 응원하며 그들의 투혼의 정신을 배워 우리도 이 비교적 수월한 경쟁에서 금메달을 받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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