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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경시대회와 과학 경시대회의 차이

By James H.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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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만 해도 교육에 관심 있는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AMC(미국 수학 경시대회)가 무엇인지 모르는 분들이 많았다. 이는 당연한 일이었는데, 10년 전뿐만 아니라 지금도 미국에서는 AMC를 아는 수학 교사보다 모르는 교사가 더 많을 정도로, AMC는 특정 집단에게만 알려진 대회였다.
당시만 해도 한인 학생이 수학 경시대회에서 고득점을 한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었고, 따라서 높은 성적은 하나의 특별한 기록으로 간주되곤 했다. 그러나 이제는 AIME에 진출하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 되었으며, 내가 직접 아는 사례만 해도 8학년생 중 AIME에 진출하는 학생이 여럿일 정도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AIME 기록이 없는 것이 불리한 상황이 되었다.
과학경시대회에 대한 인식은 한국인 학부모님 사이에 아직 수학만큼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아 보인다. 인도 학생은 많은 경우가 이공계 직종에 근무하는 부모의 자녀이기 때문이 이 중요성을 알고 일찍부터 참가하고 있었다. 내가 6년 전 국제과학 경진대회 ISEF에서 심사위원을 할 때도 한국인 학생이 거의 안 보였지만 인도 학생은 많았었다. 그리고 그때나 지금이나 심사 위원도 한국계로 보이는 사람은 없었지만 인도 사람은 많다. 지금 내가 멘토링 하는 학생 중에 가장 뛰어난 학생도 재능과 의욕을 겸비한 인도계 학생이다. 하지만 문의 들어오는 것을 보면 이제는 한국계 학부모님 사이에서도 이 과학 경시대회의 중요성이 인식되기 시작한 것 같다.
과학 경시대회는 수학 경시대회는 경시대회라는 점은 같지만 전혀 다른 점이 많으니 아래 열거하는 차이점을 주지 하고 준비를 하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1. 기출문제가 없다. 수학 경시대회는 기출문제와 해설을 보면서 준비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과학 경시대회에는 그런 문제가 없고 오히려 전에 했던 연구를 그대로 답습하면 표절이 된다.
2. 당일 수상자 발표가 있다. AMC같은 수학 경시대회는 점수를 받을 때까지 몇 주가 걸려 기다리게 되는데 과학 경시대회는 몇 경우를 제외 하고는 지역/주 대회는 당일 날 수상까지 마치게 된다. 당일 발표는 흥을 돋구기도 하지만 절망적인 감정도 유발하게 된다. 정신 없이 빨리 진행되는 절차에 휩싸이지 말고 냉철하게 상황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3. 정답이나 해설이 없다. 수학 경시대회의 경우, 정답과 오답이 명확하게 구분되기 때문에 평가 기준이 객관적이다. 하지만 과학 경시대회에서는 서로 다른 주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한 연구들을 평가해야 하며, 특히 전체 1등을 선발할 때는 수학과 심리학처럼 전혀 다른 분야를 비교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 때문에 명확한 평가 기준을 설정하기 어렵고, 결국 그날 심사위원들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다.. 아마 다음 날 같은 심사위원이 다시 모여 같은 연구를 심사해도 전혀 다른 결정을 내리는 일이 충분히 있을 수도 있다고 본다. 특히 당일 시상식을 해야 하는 시간 압력 때문에 예측 불허가 더 가중된다.
4. 운의 영향이 크다. 경시대회 당일 누가 심사를 하는지 어느 심사위원의 심기가 어땠는지에 따라 결과가 좌우된다. 특히 수준 높은 연구를 할 경우 그 연구를 알아봐 줄 심사위원이 있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구글검색 결과 몇 가지 베껴 온 학생과 구별이 되지 않는다.
5. 직접 1대1로 발표를 해야 한다. 수학경시대회는 혼자와의 투쟁이지만 과학경시대회는 상대방을 설득하는 능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모든 심사가 1대1로 나를 의심하는 사람에게 나의 우수함을 설득하는 시험대이다. 항상 칭찬만 듣고 자란 학생이 갑자기 흠을 잡으려 작정한 공격적이 어른들이 던지는 질문에 천연스럽게 척척 대답해야 하기 때문에 수줍어 하거나 우물쭈물하는 학생은 본의 아니게 무의식적으로 감점을 당하게 된다. 선천적으로 무대 체질이 아닌 학생은 발표 훈련을 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6. 과학 리포트를 작성할 수 있어야 한다. 심사 과정에서는 단계별로 포스터, 인터뷰, 리포트를 통해 평가가 이루어진다. 그러나 전체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각 단계에서 하나의 요소만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결국 포스터, 인터뷰, 리포트 중 가장 약한 부분이 발목을 잡게 된다. 과학 리포트는 일반적인 에세이와 달리 구성, 형식, 문체가 다르며, 방정식도 활용해야 한다. 이러한 요소들은 하루아침에 익힐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과학 리포트 작성법을 미리 제대로 익혀 두는 것이 중요하다.
7. 제로섬 게임이다. 과학경시대회는 상대평가이다. 내가 얼마나 잘 했는가는 중요하지 않고 내가 다른 연구보다 얼마나 더 뛰어난가가 중요하다. AIME진출하는 것은 학교에 몇 명이 AIME수준이 될 수 있다는 제한이 없는데 과학 경시대회는 철저한 우열의 비교로 제한을 한다.
비협조적인 학교의 사연

By James H.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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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 있는 학생이 발전을 하다 보면 거쳐가야 하는 과정이 있다. 이 중에는 각자 알아서 참가 해도 되는 대회/행사도 있지만, “학교에서는 무관심인 수학 경시대회에 진출”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학교에서는 가르치지도 않는 AP시험에 응시”하는 것까지 학교측의 협조를 얻어야 실현이 가능한 일이 많다.
미국의 고등학교는 예체능분야는 학교측이 적극적으로 협조를 해 줄 뿐 아니라 좋은 결과가 나올 경우에는 전교생의 귀감이 되도록 학교 행사로 시상식까지 한다. 하지만 학구적인 경시/행사의 경우에는 학교에 따라 협조/지원/허락에 극과 극의 차이가 난다. 내 학생을 통해 본 경험으로는 협조 확률이 50%를 넘지 않는다. 따라서 학교측의 협조가 필요한 시험/행사에 대한 참가/개최 계획은 “학구적인 활동이니 학교가 반기겠지”라고 가정하면 위험하고 반드시 학교의 협조를 확인 한 후 진행을 시작해야 한다.
학교측이 비협조적/적대적인 반응을 하는 경우에 우리의 본능적인 반응은 “차별이 아닌가?” 하는 피해 의식이고 그 다음은 “포기해야 하나? 아니면 싸워야 하나?” 하는 투쟁/도주 (fight or flight) 반응이다. 그리고 좀더 큰 그림을 보는 사람은 “이 기회에 본 때를 보이는” 후배를 위한 파급 효과까지 계산에 넣을 수도 있겠다. 한데 이렇게 “발끈”하기 전에 학교측의 입장을 생각해 봐야 한다.
현재 정부에서 실행하는 미국의 학교/교사의 평가는 재학생 몇 명이 경시대회에 우승하고, 몇 명이 무슨 대학으로 진학 했는가로 정해지지 않고 몇 명이 낙제를 면했는가로 정해진다는 것이다. 지붕이 아니라 마루의 높이로 평가를 받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름도 No Child Left Behind (한 명도 뒤처지지 말기)이지 Many students reaching higher (여러명이 앞서 나가기)가 아니다. 내가 만나본 학교 선생님도 가르친 AP 반에서 몇 명이 만 점을 받았는가는 교사 평가, 연봉에 전혀 관계가 없다고 이야기 해 주었다. 그런 제도 하에서 가장 현명한 운영 방법은 혼자 알아서 A를 받을 학생은 방치 하고 고전하고 있는 학생을 위해 예산/에너지를 집중하는 것이다. 전쟁터에서 부상자는 넘치고 의료진의 인력이 제한되었을 때 실행하는1.어차피 죽을 사람, 2.그냥 둬도 살 사람, 3.치료하면 살릴 수 있는 사람 세 그룹으로 환자를 나누는 triage를 연상시킬 정도로 대부분의 학교는 모자라는 예산으로 (특정 학생이 아닌) 최다수의 학생을 위한 교육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원래 미국의 전형적인 공립 고등학교는 mission statement를 봐도 “대입”이라는 단어는 언급조차 없고 준법/봉사 정신이 투철한 학생을 가르치는 것이 목표로 되어 있다. 반드시 대다수가 실패해야 하는 명문대 입학 목표로 하는 교육과는 달리 전체가 다 성공할 수 있는 “훌륭한 시민 되기” 가 목표라는 것이 미국의 교육이 한국의 교육보다 평화롭고 우호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AMC 같은 경시대회를 유치하는 것은 아무리 성공해도 공립학교측에는 이득이 되는 점은 하나도 없고 (낙제생 수를 줄이지 않는다) 일단 AMC같은 행사가 공식화가 되면 학부모님의 수학 교육의 기대치가 동반상승 할 수 있다. 그리고 경시대회 성적이 저조하면 학교 수학에서 A를 받는 것이 무의미 하다는 것도 알려지게 되니 한마디로 백해 무익, 긁어 부스럼이다. 그리고 설사 잘 가르칠 수 있는 선생님이 마침 있어서 대회 상을 휩쓸어 와도 그 선생님은 일만 늘었지 연봉이 올라가지 않으니 얼마나 지속할지가 미지수이다. 중도하차 하면 물론 원망을 사게 된다. 내가 교사였더라도 수학 경시대회 같은 골치 아픈 일에 말려들어가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런 상황을 감안하면 주로 나 자신의 발전을 위해 벌이자는 일에 학교 측이 응해 주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고마운 일이지 거절하는 것이 황당한 일이 아니다. 특히 학부모가 모든 자원봉사 활동에는 쏙 빠지고 학교 공연에서는 자기아이 순서가 지나면 바로 귀가하는 지독한 얌체로 명성 높은 그룹의 일원이면 학교측이 얌체 같은 제안을 거절 해도 별로 놀라울 것이 없는 것이다. 얌체에게 어떤 호의도 베풀고 싶지 않는 것은 차별이 아니라 정의의 실현이다. 내가 무시해 오던 사람이 내게 호의를 베풀지 않으면 분개할 것이 아니라 자신을 돌이켜 보고 반성을 해야 할 때다.
과학경진대회 심사 절차

By James H.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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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이 글은 시카고 중앙일보에 기고한 칼럼이다. 특정 지역의 이름을 언급하지만 절차는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하니 모든 독자분께 도움이 되리라 판단하여 올린다.
과학경진대회 심사는 지역마다 절차가 다른데 Evanston부터 Barrington까지 다 포함하는 Illinois Region 6는 세 단계로 심사가 진행되어 국제과학경진대회 (ISEF)로 진출할 학생을 선발한다.
우선 학교에 따라 교내 과학경진대회를 하여 학교 대표를 선발하는 경우가 있다. 과학연구가 활성화 되어 있는 Niles North, Niles West, Stevenson가 예선을 할 정도의 규모인데 실제 어떤 과정으로 선발되는지는 담당 교사에게 직접 확인 하셔야 한다. 무관심한 학교에 재학중인 학생은 예선 없이 자신이 모든 절차를 확인하여 과학선생님의 동의를 얻어 유일한 학생으로 출전할 수 있다. Region 6의 대부분의 공립 고등학교는 (Barrington, 211학군, New Trier, Glenbrook N/S 등) 학생의 학교대표 출전은 승인하지 않는다. 그래도 이공계의 꿈에 불타는 학생은 독립적으로 출전하는 방법이 있으니 문의 하시면 알려 드리겠다. 버지니아 주의 여러 고등학교는 Honor반 수준 이상의 모든학생에게 의무적으로 과학연구를 시켜 교내 예선부터 치열한 경쟁으로 선발하여 지역 과학경진대회에 출전을 시키는 것을 보면 주마다, 학군마다, 극과 극의 차이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사연으로 지역 대회에 출전한 학생은 세 단계의 심사를 받는다.
첫 단계는 Floor Judge라 하여 심사위원이 현장에서 학생의 포스터 앞에서 직접 인터뷰를 하며 모든 것이 규정대로 되었는지 확인하고 과학 연구가 무엇인지 개념을 파악하고 있는지 알아보고, 하자가 없고 수준급의 연구를 했다고 판단하면 학생의 리포트를 받아 온다. 따라서 이 절차에서 심사 위원이 리포트를 가져가지 않으면 아무 상도 받지 못하는 것이 확실하다. Floor Judge의 배경은 다양하다. 미국의 지역에 따라 대학 교수가 심사하는 곳도 있고 과학을 모르는 자원 봉사도 있다. Illinois Region 6의 Floor Judge는 학부모님과 중고등학교의 교사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특히 수준 높은 연구를 할 경우 누가 심사를 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평가가 나올 수 있다. 내가 이해 못하는 것을 평가해야 하는 궁지에 몰리면 학생의 인상, 연구의 꼼꼼함 등 다른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요소로 채점을 하게 되기 때문에 학생은 연구 내용이나 수준 외에도 포스터의 규격 준수, 발표하는 자세 등 과학과 무관한 부수적인 면을 하나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두 번째 단계는 주로 학교 선생님으로 구성되어 있는 Best of Category 심사위원이다. 한 분야당 서 너 명의 심사위원이 있고 열 개가 넘는 분야가 있기 때문에 수 십 명이 된다. 이들은 분야마다 한 테이블에 둘러 앉아 리포트를 돌려 읽으며 각 분야의 가장 우수한 학생 두 명씩 선발한다. 처음에는 Floor Judge들이 리포트를 보내주기를 기다리다 하나씩 오기 시작하면 일이 시작된다. 여러가지 선발 방법이 있겠지만 내가 할 때는 받은 리포트 중에 가장 우수한 두 개를 정해 놓고 새 리포트가 오면 기존 둘 보다 나은가를 토론하여 top 2 를 결정하였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이 Best of Category 심사위원은 학생을 만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아무리 발표를 잘 준비 했고 포스터가 완전해도 Floor Judge에게만 보이는 것이지 이 단계부터는 100% 리포트만으로 평가를 받게 되는 것이다.
세 번째이자 마지막 단계는 ISEF 출전 학생 선발이다. 구성위원이 해마다 바뀌었는데 올해부터는 이공계 박사만 초빙하여 진행하기로 정하고 지역 대학에게 도움을 청했으나 시카고 대학, 노스웨스턴 대학에서 교수를 한 명씩만 보내 나를 포함 4명으로 단출하게 구성되었다. 몇 명을 선발하는가는 예산이 얼마나 있는가에 따라 정해진다. ISEF는 학생이 자비로 출전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반드시 지역 과학경진대회에서 지원을 해야 한다. 올 해는 다섯 명 연구를 보내게 되었다. 이 단계 역시 학생을 만나지 않고 리포트를 읽어 정한다. 각 분야마다 Best of Category 두 명의 리포트를 보내오면 20부가 넘는다. 이 리포트를 2시간 내에 읽어 토론하여 가장 우수한 학생을 선발해야 하는 것인데 계산해 보면 얼마나 속전속결을 해야 심사를 끝낼 수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리포트를 쓸 때 그 점을 감안하여 심사위원이 한 눈에 이해를 할 수 있도록 모든 개념에 도형을 동원하여 최대한 이해를 돕는 정신으로 써야 한다.
실험 없는 과학연구

By James H.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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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라 하면 흔히 흰 가운을 입고 시험관을 들고 있는 장면을 연상한다. 내가 석사 학위를 할 때 신호처리연구실 (signal processing lab) 내에 적을 두고 일했는데 이 “실험실”이라는 것이 책상마다 컴퓨터가 하나씩 올려 있는 것이 전부고 흰 가운을 입을 일도 없어 실험실에서 근무하면서도 “무슨 실험실이 이래?”하고 생각했던 것이 지금도 기억난다. 하지만 이 빅 데이터 시대에는 실험관도 흰 가운도 입지 않는 과학이 더 많다.
우선 우리가 “과학자”하면 떠올리는 대표적인 인물은 컴퓨터도 없이, 실험실도 없이 특허 사무실 책상에 앉아 연필과 종이만 가지고 노벨상 수준의 연구를 해 내었다. 아인스타인의 실화이다. “이론물리”는 말 그대로 이론을 따지는 학문이라 실험을 하지 않는다. 안 하는 것 보다 아직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론물리학자는 수학이라는 도구를 망원경/현미경처럼 사용하여 우주를, 원자핵의 속을 보고 새로운 것을 발견한다. 그러면 수십 년 후에 테크놀로지가 발달하고 나서야 실험물리학자가 실험을 하여 그 이론이 맞고 틀리는 것을 확인한다. 아인스타인의 중력렌즈는 1916년에 나온 이론이지만 거의 100년이 지난 최근에야 확인할 수 있었다. 중고등학생이 할 수 있는 이론물리 연구는 없다. 하지만 컴퓨터를 사용하면, 그리고 상상력을 동원하면 아직 아무도 생각해내지 못한 문제를 찾아 풀 수가 있다. 예를 들면 최근 뉴스에 “소행성(asteroid)에 테(ring)가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라는 기사가 나왔는데 수성처럼 큰 행성에 테가 있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지름이 불과 몇 킬로밖에 되지 않는 소행성에 테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충격적인 새로운 발견이었다. 물리와 프로그래밍을 배운 학생은 이럴 때 “어떻게 하면 작은 소행성에 테가 생길 수 있는가?” 이론을 생각하여 컴퓨터를 밤새 돌리는 “실험”을 할 수 있고, 그 결과로 과학 경시대회에도 출전할 수 있다. 물론 알아야 면장을 하는 것이라 아무나 시도할 수 있는 연구는 아니지만 수학, 물리, 프로그래밍을 앞서 배워간 학생은 이럴 때 급우들이 부럽게 쳐다보는 지붕 위에서 쌓아 놓은 실력을 한껏 과시하는 것이다.
순수 수학도 중고등학생이 접근할 수 없는 고도로 발달 된 분야이지만 컴퓨터를 사용하면 접근이 가능할 뿐 아니라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 답을 찾을 수도 있고 아니면 “이런 재미있는 문제가 있다”로 무책임하게 문제만 제기하고 해답도 없이 끝낼 수 있다. 그것이 conjecture인데 중고등학교에서는 창조적인 conjecture를 찾아내는 것 만으로도 과학 경시대회에 출전할 수가 있다. 몇 년 전 8학년 학생이 일리노이주 과학경시대회의 수학 부분에서 고등학생을 다 누르고 1등을 했는데 그의 연구는 Collatz Conjecture를 더 확대시킨 것이었었다. 즉, Collatz의 문제를 풀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그 외에 더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찾아내는 것으로 1등을 한 것이다.
기상학 같은 연구에서 지난 수백 년간의 온도 변화를 연구한다면 필히 남이 기록해 놓은 자료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실험 없이 자료를 받아서 분석한다. 천문학도 직접 망원경으로 측정을 할 수 있지만 첨단 천문 망원경에서 나오는 많은 자료를 무료로 download해서 분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아주 특정한 연구를 하지 않는다면 밤마다 하늘이 개이기를 염원하며 밤을 새울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내가 국제과학경진대회에서 물리학 분야를 심사할 때 마침 자료를 직접 측정한 학생과 download받은 학생 둘 다 있어서 관심 있게 보았는데 결국 download한 학생만 입상하는 것을 보았다. 다른 학생은 관측하는 시간에 기존 자료를 분석했다면 입상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학으로 넘어가서 임상실험은 엄두도 못 내는 것이고, 하다 못해 손금만 보려고 해도 승인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내 학생은 학교의 IRB (Institutional Review Board)가 손금 읽는 것을 허가하지 않아 “손금이 수명을 예측하는가?” 연구를 포기해야 했었다. 양로원으로 가서 장수한 분의 손금 특징을 파악하려고 했었다. “혈액형과 성격의 연관”연구 제안서는 상관 관계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의도로 시작했는데 학교측에서 “가정에 불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여 승인해주지 않았다. 동시에 미국에서는 자신의 혈액형을 모르는 학생이 대부분이라 생각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에 비해 임상실험 자료를 무료로 download하여 분석하는 전략은 아무런 허락을 받지 않아도 되고, 장비도 필요 없고, 시간도 소요되지 않아 첫날부터 분석해 가며 연구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
한 가지 꼭 피해야 할 연구는 특정 연구소에 가서 허락 받고 남의 기계를 사용해야 하는 연구다. 그 기계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간과 나의 시간을 맞추어야 하는 문제가 있고, 공교롭게 꼭 오케스트라 연주 시간과 학기말 시험 기간에만 사용가능 하게 되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마감일 직전에 기계가 고장이 나서 하늘이 노래지는 경험을 할 위험 부담도 만만치 않다. 그리고 내가 직접 측정하는 데이터는 오염이 됐거나 칼리브레이션이 어긋나 있었던 것을 뒤늦게 깨닫을 수도 있는 등 뭔가 원천적으로 잘못되어 새로 시작해야 해야만 할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이 빅 데이터의 시대에 들어선 오늘날에는 무료로 구할 수 있는 각 전문분야의 과학 자료도 많고 또 디지털 카메라 같이 자신이 집에서 직접 측정할 수 있는 종류의 데이터가 많아졌기 때문에 실험에 보낼 시간/비용/위험을 모두 다 피하고 관심분야에 맞는 분야의 자료를 찾아 분석을 배우는 것이 과학자다운 준비이고 여러모로 승산을 극대화 하는 현명한 전략이다.
교육 통계를 읽는 법

By James H.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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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에 대한 정보를 접하다 보면 많은 통계가 사용된다. 하지만 우리가 이 통계의 수치를 그대로 신봉할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만약 10%의 합격률이 사실이라면 10명에 9명은 재수를 해야 하는데 주위에 재수생 한 명이라도 본 적이 있으신가? 그러니 특정 대학의 입학률은 낮아도 학생마다 워낙 여러 대학에 지원을 하기 때문에 궁극적인 실지 합격률은 100%에 가깝지만 아무도 그렇게 발표하지 않는다.
이런 교육 통계의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선 통계를 이해해야 한다. “세상에는 거짓말이 있고 그 위에는 지독한 거짓말이 있고 그 위에는 통계가 있다”라는 미국의 속담이 있다. 그만큼 통계는 인용자의 의도에 따라 무궁무진한 모습으로 변형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한 예로 통계자료를 보면 “독신은 기혼보다 사탕을 더 많이 먹는다”라는 결론을 내리는데 이는 “아이”를 “독신”으로 간주한 결과이다. 어처구니 없지만 애들은 엄연히 미혼이다. 이렇게 속으면 자신을 탓할 수 밖에 없으니 위의 속담처럼 “통계”가 등장하면 “고도의 거짓말”이 등장한 것으로 간주하고 일단 확인을 한 후에 믿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완전히 사실로만 무장하고 있어도, 아무리 눈을 부릅뜨고 있어도 코를 베가는 통계도 있다. 예를 들어 실패율 20%의 위험한 수술을 권할 때는 “성공률 80%”라고 정확한 통계를 제시하여 환자 마음을 움직인다. 500명 졸업생 중 490명이 1류 대학 못 가는 고등학교는 98% 가 실패하는 형편없는 학교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해마다 10명 아이비급 대학 진학!”이라는 뛰어난 기록을 내세워 학부모님의 관심을 끌 수도 있다. 한국에서는 현재 학교/학원에서 “xx 학생 yy대학 합격”이라고 내 거는 배너를 어떻게 통제하는가에 대한 기사가 나오는데 내가 제안하는 제도는 “모든 학생의 결과를 다 발표 하거나 아니면 모두 다 함구 하거나 양자 택일”이다. 그러면 자유 발언의 권리를 보호하면서 동시에 자발적으로 입을 다물게 할 수 있다고 본다. 아무리 대단한 학교/학원도 합격자 몇 명 알리기 위해 지평선까지 이어질 불합격생의 리스트를 내 걸 배짱은 없을 것이니까.
통계란 복잡한 전체 상황을 간단한 수로 표현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치이다. 따라서 90% 성공이라는 통계는 위에서 전체를 내려다 볼 때에나 의미가 있는 수치이지 참가하는 개인 개인에게는 결과적으로 오직 100%와 0%만 있고 중간 수치는 없다. 교육이란 다양한 배경, 그리고 천차만별 준비상태의 학생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모든 결과가 어느 학생이 참여 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교육과 관련된 통계는 Bayesian Probability로 봐야 한다. Bayesian Probability는 간단히 말해 “해당”이라는 개념이다. 이 통계가 나에게 해당이 되느냐를 보는 것이다. 교육의 경우에는 예를 들어 Q 고등학교의 수학 팀이 해마다 우승을 한다고 해서 그 학교에 입학하면 수학을 잘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만약 Q 고교 수학 팀 멤버 전체가 다 한국에서 데려온 유학생이라면 (동부 명문 보딩 스쿨의 실지로 있는 예이다) 완성품을 수입한 것이지 이 학교에서 가르쳐서 올라간 실력이 아니기 때문에 이 학교의 수학 명성은 다른 학생에게 “해당”이 되지 않는다. 또 한 예로, 많은 학부모님이 “A 고등학교 졸업생 중 H 대학 합격자가 많다”는 통계에 비중을 두셔서 A 고등학교로 진학을 정하시는데 우선 이 통계를 받아 들이기 전에 이 통계가 모든 Q 고교학생에게 골고루 해당이 되는지, 아니면 Q 고교학생 중 H대학 캠퍼스에 학생 조부의 존함이 새겨진 빌딩이 있는 학생에게만 해당되는 수치인지까지 확인해야 승산 있는 결정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이Bayesian Probability로 교육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공식 정보를 수집하면서 동시에 반드시 나와 비슷한 유형의 선배의 경험도 구해야 한다. 즉, 뒷 이야기, 내부 사정, 경험담을 해 줄 멘토가 필요하다. 이 멘토의 성향/조건/목표가 나의 그것과 비슷하면 비슷할 수록 내가 갈 길의 모든 흐릿한 확률이 확실한 명암으로 갈라져 판단을 정확하게 할 수 있다. 독특한 학생이어서 본받을 선배를 찾는 것이 여의치 않으면 비슷한 학생을 가이드 한 경험이 있는 전문가를 멘토로 삼아 조언을 듣는 것도 한 방법이다. 특히 실패 경험이 있는 멘토가 “해당”에 대해 더 확실히 알고 있다. 학교 사이트의 공식 정보와 이 멘토의 조언을 합하면 통계를 정확히 읽어 앞길이 선명히 보이게 되어 가장 야심 차면서도 가장 확실한 전략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