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실험 없는 과학연구

By James H. Choi
http://Korean.SabioAcade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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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라 하면 흔히 흰 가운을 입고 시험관을 들고 있는 장면을 연상한다. 내가 석사 학위를 할 때 신호처리연구실 (signal processing lab) 내에 적을 두고 일했는데 이 “실험실”이라는 것이 책상마다 컴퓨터가 하나씩 올려 있는 것이 전부고 흰 가운을 입을 일도 없어 실험실에서 근무하면서도 “무슨 실험실이 이래?”하고 생각했던 것이 지금도 기억난다. 하지만 이 빅 데이터 시대에는 실험관도 흰 가운도 입지 않는 과학이 더 많다.
우선 우리가 “과학자”하면 떠올리는 대표적인 인물은 컴퓨터도 없이, 실험실도 없이 특허 사무실 책상에 앉아 연필과 종이만 가지고 노벨상 수준의 연구를 해 내었다. 아인스타인의 실화이다. “이론물리”는 말 그대로 이론을 따지는 학문이라 실험을 하지 않는다. 안 하는 것 보다 아직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론물리학자는 수학이라는 도구를 망원경/현미경처럼 사용하여 우주를, 원자핵의 속을 보고 새로운 것을 발견한다. 그러면 수십 년 후에 테크놀로지가 발달하고 나서야 실험물리학자가 실험을 하여 그 이론이 맞고 틀리는 것을 확인한다. 아인스타인의 중력렌즈는 1916년에 나온 이론이지만 거의 100년이 지난 최근에야 확인할 수 있었다. 중고등학생이 할 수 있는 이론물리 연구는 없다. 하지만 컴퓨터를 사용하면, 그리고 상상력을 동원하면 아직 아무도 생각해내지 못한 문제를 찾아 풀 수가 있다. 예를 들면 최근 뉴스에 “소행성(asteroid)에 테(ring)가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라는 기사가 나왔는데 수성처럼 큰 행성에 테가 있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지름이 불과 몇 킬로밖에 되지 않는 소행성에 테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충격적인 새로운 발견이었다. 물리와 프로그래밍을 배운 학생은 이럴 때 “어떻게 하면 작은 소행성에 테가 생길 수 있는가?” 이론을 생각하여 컴퓨터를 밤새 돌리는 “실험”을 할 수 있고, 그 결과로 과학 경시대회에도 출전할 수 있다. 물론 알아야 면장을 하는 것이라 아무나 시도할 수 있는 연구는 아니지만 수학, 물리, 프로그래밍을 앞서 배워간 학생은 이럴 때 급우들이 부럽게 쳐다보는 지붕 위에서 쌓아 놓은 실력을 한껏 과시하는 것이다.
순수 수학도 중고등학생이 접근할 수 없는 고도로 발달 된 분야이지만 컴퓨터를 사용하면 접근이 가능할 뿐 아니라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 답을 찾을 수도 있고 아니면 “이런 재미있는 문제가 있다”로 무책임하게 문제만 제기하고 해답도 없이 끝낼 수 있다. 그것이 conjecture인데 중고등학교에서는 창조적인 conjecture를 찾아내는 것 만으로도 과학 경시대회에 출전할 수가 있다. 몇 년 전 8학년 학생이 일리노이주 과학경시대회의 수학 부분에서 고등학생을 다 누르고 1등을 했는데 그의 연구는 Collatz Conjecture를 더 확대시킨 것이었었다. 즉, Collatz의 문제를 풀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그 외에 더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찾아내는 것으로 1등을 한 것이다.
기상학 같은 연구에서 지난 수백 년간의 온도 변화를 연구한다면 필히 남이 기록해 놓은 자료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실험 없이 자료를 받아서 분석한다. 천문학도 직접 망원경으로 측정을 할 수 있지만 첨단 천문 망원경에서 나오는 많은 자료를 무료로 download해서 분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아주 특정한 연구를 하지 않는다면 밤마다 하늘이 개이기를 염원하며 밤을 새울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내가 국제과학경진대회에서 물리학 분야를 심사할 때 마침 자료를 직접 측정한 학생과 download받은 학생 둘 다 있어서 관심 있게 보았는데 결국 download한 학생만 입상하는 것을 보았다. 다른 학생은 관측하는 시간에 기존 자료를 분석했다면 입상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학으로 넘어가서 임상실험은 엄두도 못 내는 것이고, 하다 못해 손금만 보려고 해도 승인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내 학생은 학교의 IRB (Institutional Review Board)가 손금 읽는 것을 허가하지 않아 “손금이 수명을 예측하는가?” 연구를 포기해야 했었다. 양로원으로 가서 장수한 분의 손금 특징을 파악하려고 했었다. “혈액형과 성격의 연관”연구 제안서는 상관 관계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의도로 시작했는데 학교측에서 “가정에 불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여 승인해주지 않았다. 동시에 미국에서는 자신의 혈액형을 모르는 학생이 대부분이라 생각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에 비해 임상실험 자료를 무료로 download하여 분석하는 전략은 아무런 허락을 받지 않아도 되고, 장비도 필요 없고, 시간도 소요되지 않아 첫날부터 분석해 가며 연구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
한 가지 꼭 피해야 할 연구는 특정 연구소에 가서 허락 받고 남의 기계를 사용해야 하는 연구다. 그 기계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간과 나의 시간을 맞추어야 하는 문제가 있고, 공교롭게 꼭 오케스트라 연주 시간과 학기말 시험 기간에만 사용가능 하게 되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마감일 직전에 기계가 고장이 나서 하늘이 노래지는 경험을 할 위험 부담도 만만치 않다. 그리고 내가 직접 측정하는 데이터는 오염이 됐거나 칼리브레이션이 어긋나 있었던 것을 뒤늦게 깨닫을 수도 있는 등 뭔가 원천적으로 잘못되어 새로 시작해야 해야만 할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이 빅 데이터의 시대에 들어선 오늘날에는 무료로 구할 수 있는 각 전문분야의 과학 자료도 많고 또 디지털 카메라 같이 자신이 집에서 직접 측정할 수 있는 종류의 데이터가 많아졌기 때문에 실험에 보낼 시간/비용/위험을 모두 다 피하고 관심분야에 맞는 분야의 자료를 찾아 분석을 배우는 것이 과학자다운 준비이고 여러모로 승산을 극대화 하는 현명한 전략이다.
ISEF에서 만난 Guest 연구원

By James H.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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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ISEF (International Science and Engineering Fair)에서 심사를 하던 중 처음 보는 특별한 사인을 발견했다. 두 세 포스터가 작품 번호 밑에 Guest 라고 추가 표식이 붙어 있었다. 시간을 내어 Guest 표식이 붙은 연구학생 중 한 명에게 그 의미을 물어보았다. 독일에서 온 학생은 “미국과 법이 달라 이런 상황이 생겼다”고 낙심하는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었다.
이 학생은 인간의 지문에 대한 연구를 했다. 부모와 자녀의 지문의 유사 정도, 형제자매간의 유사 정도 등을 연구하여 자료를 측정하고 분석하고 결론을 내어 발표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절차대로 한 연구였는데 미국 법의 눈으로 보면 아주 중요한 첫 단계를 거치지 않아 이 연구를 무효로 만든 것이었다. 따라서 이 학생은 입상을 할 수 없는 자격 상실자가 되었고 Guest라고 표현하여 “이 학생에게 아무 상도 주지 마시오” 라고 심사위원에게 알리는 것이었다.
독일서 국가대표로 뽑혀 미국까지 와서 이 푸대접을 받은 학생의 빠뜨린 첫 단계가 무엇인가? 그것은 임상실험허가를 받는 절차이다. 인간뿐 아니라 척추동물을 실험의 대상으로 하는 연구는 모두 다 실험을 시작하기 전에IRB (Institutional Review Board)의 공식 허가서를 받아야 한다. 이 절차 없이 시작한 연구는 무효로 간주된다. 그리고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은 사전에 실험 참가자로부터 동의서에 서명을 받아야 한다. 미성년자의 경우에는 보호자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
임상실험을 하기 위해서는 이런 법적 절차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만 지문을 보기 위해 이런 절차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예상 외이다. 이 독일 학생의 경험을 보면 독일에서는 미국처럼 기준이 까다롭지 않은 것 같은데 미국은 지문을 보기 위해서도 손금을 보기 위해서도 혈액형을 물어보기 위해서도 이 절차를 요구한다.
내가 가르치는 과학 연구 코스의 일부로 “손금과 수명의 관계”라는 연구가 있었다. 학생들이 미신과 과학을 직접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 내가 고안한 연구 주제였다. 연구 방법은6~8학년 학생들이 급우의 손금의 수명선을 보고 연장자의 수명선을 보아 급우들의 (다양한 수명선이 섞여 있다는 것을 가정) 수명선 보다 연장자의 (100% 수명선이 길어야 하는 사람들) 수명선이 평균적으로 더 긴가를 비교하는 것이었다. 또 한가지 연구 주제는 역시 같은 맥락의 “혈액형과 성격의 연관 분석”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두 연구는 시작도 못하고 말았다. 이유는 인간을 상대로 하는 연구였기 때문에 IRB(=학교 교장선생님, 간호사, 과학 선생님등 3명)의 허락을 받아야 했고 내 학생의 반 정도가 이 허락을 받지 못했다. 그렇다. 친구의 손금을 보는 것과 혈액형을 묻는 것이 금지되어 시작을 하지 못한 것이었다. 내 학생이 미국 전체에 거주하기 때문에 미국 약 20주에서 동시에 일어난 현상인데 이유는 한결같이 “학생의 안전에 대한 우려”였다. IRB를 받아 제출하는 마감일의 수업은 학생마다 돌아가며 “나도 허락을 못 받았다.”라고 한탄을 하는 수업이 되었다.
설마 교장 선생님이 손금을 보는 것은 인체에 전혀 해가 없다는 상식이 없어 이런 현상이 벌어졌는가? 물론 아니다. “허락해봐야 득은 없고 문제 발생의 요지는 무한대”라는 정확한 계산하에 이루어진 결정이다. 즉, 이미 A 받고 있는 학생들 더 잘 해봐야 평균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어디 과학경시대회 가서 수상해 봐야 학교에 도움되는 것은 없다. 오히려 이 연구 덕분에 학생이 고등학교가서 과학 수업을 받는 일이라도 벌어지면 학교측에서는 버스 운영비 지출만 더 들게 되고 낙제하고 있는 학생을 도울 자원만 축나게 된다.
나의 의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 “임상실험”의 시도와 좌절은 결국 내가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싶었던 한가지를 제대로 가르치는 결과가 되었다. 즉, 임상실험을 하는 연구는 이런 복잡한 절차와 부담이 있다는 것이고 과학의 발전은 과학 외의 다양한 요소가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미 제도의 장벽을 경험한 내 학생은 앞으로 섣불리 실험부터 시작하다가 Guest가 되고마는 쓴 경험을 겪지 않을 것이다.
2013년 ISEF 물리 부분 최우수상 = 전체 2등상
2013년 ISEF 물리 부분 최우수상 = 전체 2등상
By James H.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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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올해도 Intel ISEF (인텔 국제 과학 경진대회)에서 심사를 했다. 세계 전국의Science Fair 에서 지속으로 1등으로 올라온 고등학생이 마지막으로 만나는 외나무 다리가 ISEF이다. 나는 4가지 전공으로 4개의 학위를 받고 연구원으로 종사한 학력/경력 덕분에 여러 분야를 심사할 수 있는데 올해는 물리분야를 심사 했다.
지난 4년 동안은 Computer Science, 수학, Environmental Science를 심사했다. 작년에는 내가 학위도 없는 Environmental Science를 심사한 이유는 내가 심사하려던 세 분야 모두 내 학생이 하나 둘 진출하는 바람에 “배나무 아래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 라는 조상의 지혜를 따라 내 학생 심사를 피하다 보니 심사위원 모자란다고 하는 Environmental Science에서 받아 주어 심사를 했다.
ISEF에서는 분야마다 출전 학생의 수에 따라 수상자의 수가 달라지는데 올해 물리 분야에서는 77개의 연구가 올라왔는데 특상 하나, 1등상 하나, 2등상 넷, 3등상 여섯, 4등상 아홉, 총 21개의 상을 포상했으니 27%가 무슨 상인가 받은 것이다. 분야마다 출전자의 약 25%가 수상을 하도록 포상의 수가 조정된다.
올해 물리분야에서 특상을 받은 학생의 연구는Cool Core Bias in Sunyaev-Zel’dovich Galaxy Cluster Surveys라는 주제로 시물레이션은 통해 Cool core galaxy 의 온도 측정이 잘 못 되었다는 것을 밝히는 내용이었다. 천문학 연구이지만 망원경을 사용하지 않고 기존 자료와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만 해 낸 연구이다. 이 연구는 ISEF전체 분야에서도 2등을 하여 상금 5만 불을 받기도 했다.
여기에서 주지해야 할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상을 받지 못해 언급조차 되지 않은 연구 중에는 같은 천문학을 연구하되 직접 망원경으로 밤 하늘을 보고 측정을 하여 변광성(variable star)을 찾아 내어 (USNO-A2.0 1350-00672920) 자신의 이름으로 등록까지 시킨 학생이 있었다. 엄청난 시간을 들여 밤 하늘을 열심히 보며 측정한 자료를 분석해서 첫 발견을 한 것인데 심사위원들은 이 노고에 아무런 가치를 부여하지 않고 발명/발견의 중요성만 가지고 논의 했다. 그래서 직접 망원경 들여다 본 학생은 아무 상도 받지 못했고 남이 측정한 자료로 “밤 낮 컴퓨터만 돌린” 학생은 5만 불을 받았다.
나는 심사하면서 추후 내 학생도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자료 출처를 알아 둔다. 해마다 새로운 사이트가 나타나는데 이번에는 일본에서도 임상 자료를 제공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정말 희귀한 자료는 대부분 부모님의 연결이 있어서 가능했다. 예를 들어 이번 심사한 14명 중에서 아버지가 근무하는 연구소, 천문대에서 자료를 얻었다는 학생이 3명이었다.
한데 불공평한 세상을 한탄할 필요가 없는 것이 이 아버지 잘 둔 학생 중 아무도 입상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자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분석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과학은 실험이 아니라 분석이다. 실험 방법 자체가 기발나다면 모를까 측정 기구가 비싸고 희귀한 것은 아무런 가산 점을 가져오지 않는다. 2010년 STS 1등 상은 물리 분야에서 실험 없이 simulation만 한 학생에게 갔고 2011년 STS 1등 상도 실험 없이 수학 분야에서 정수의 제곱근을 찾는 방법을 연구한 학생에게 갔다.
실험이라는 것은 비싸고 시간이 걸리고 실패의 위험이 항상 존재하고 (연구비만 충분하다면) 어차피 과학자가 아닌 테크니션이 할 일이다. 과학 연구에 관심이 있다면 실험실을 찾을 것이 아니라 기존 자료를 찾아 내고 그 자료를 분석하는 능력을 습득하는 것이 현명하다.
의학, 환경, 물리등 거의 모든 분야의 아직 분석이 안 된 자료가 NIH, NASA그리고 세계의 여러 연구소에서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실험할 시간에 배경의 과학을 더 배우고 더 심도 있는 분석을 하는 것이 시간도 덜 들이고 연구의 수준도 올려 올해 ISEF에서 전체 2등 상을 받은 학생처럼 성공을 하는 비결이다.
물리에 감각이 있는지 아는 법 1
By James H.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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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를 잘 하는 학생은 공부를 열심히 하기도 했지만 우선 선천적으로 물리적인 현상을 이해하고 있다. 요즘 연구에 의하면 생후 몇 달이 된 신생아도 중력을 이해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예를 들어 책상위에서 굴러가던 공이 책상 밖으로 벗어나고서도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신생아가 좀 더 오래 지켜 본다는 것이다. 무엇인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챈다는 뜻이다.

나도 물리적인 현상을 직감적으로 이해하는 편에 속한다고 생각된다. 한가지 기억나는 예는 중학교 1학년 물상 시간에 선생님이 던진 질문이었다. 오른쪽의 상황에서 “주황색 무게를 물 속에 넣고 안 넣고가 저울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가 질문이었다.
무게를 물 속에 넣고 안 넣고가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것은 비논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 속에 들어갔으니 뭔가 차이가 나야만 할 것 같았다. 한데 만약 무게가 비커 바닥에 닿으면 무게 전체가 저울에 나타나겠지만 중간에 떠 있으면 좀 더 가볍게 저울에 나타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 가볍게 나타나는 무게는 뭔가 논리적이고 수학적으로 계산해낼 수 있는 수치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얼떨결에 손 들고 한 답이 “공의 부피에 해당하는 물의 무게만큼 올라갑니다”였다. 선생님이 맞았다고 했다. 나는 그 때까지 부력에 (buoyancy) 대해 배운 적이 없었다. 다만 0보다 크고 무게 자체보다는 가볍고 주어진 자료를 사용해서 계산을 해 낼 수 있는 수치가 무엇인가를 찾다보니 그런 짐작이 나온 것이었다. 그 때부터 그런 짐작이 적중하는 통쾌감에 중독이 된 것 같다. 어쩌면 그 일화가 나로 하여금 물리를 전공하게 만든 첫 스텝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항상 이런 식으로 물리를 배웠다. 개념을 배울 때마다 나는 무의식 중에 이미 “통밥”을 굴렸고 그 짐작이 맞으면 통쾌한 기분으로 “그러면 그렇지…” 고개를 깊이 끄떡거리며 잘 이해를 했고 틀리면 “신기한” 느낌에 눈이 휘둥그레져서 더 흥미를 가지고 배워 깨달았다. 그리고 나의 “통밥”은 다시 조율이 되어 다음 번에는 좀 더 정확하게 원리를 짚으려 했다. 물리 공식은 외우는 것이 아니라 나의 직감을 명문화 하는 도구였다. 즉, 눈으로 길이를 짐작할 수 있지만 자를 사용하여 정확한 수치를 측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공식은 내 직감이 상상할 수 없는 극한 상황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였다. 나는 공식을 볼 때마다 분모가 0이 되는 경우, 제곱근 안이 음수로 되는 경우 부터 찾아보는 버릇이 있다. 기계를 보면 뜯어보고 고장을 내보는 것과 마찬가지의 심보인데 물리에서는 아~주 유용한 버릇이다. (아인스타인의 상대성 원리 공식을 그런 눈으로 보면 누가 말을 안 해도 빛 속도보다 빠를 수 없고 빛 속도가 되면 momentum이 무한대로 폭팔한다는 것이 한 눈에 보인다.)

물리를 어려워 하는 학생은 두가지 유형으로 나누어지는데 하나는 수학에 약해 직감을 공식으로, 공식을 직감으로 옮기지 못하는 학생이다. “물리가 재미 있는데 성적은 낮은”전형적인 경우이고 영어에 서툴러 소질있는 과목에서 고전하는 경우와 마찬가지이다. 수학을 배우면 저절로 해결이 되는데 대부분 시기를 놓친 후에 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다른 하나의 유형은 물리학적 직감이 없는 경우이다. 이런 학생에게는 물리가 난해한 공식의 연속이고 물리 공부란 어떤 공식의 어디에 무엇을 어떻게 대입 해야 하는지를 배우는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한데 물리는 소질이 없다고 처음부터 피할 수가 없는 과목이다. 영어를 배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소질이 없으면 더 일찍부터 더 제대로 배워서 고등학생이 되면 일정 수준으로 올려놓아야 한다. 현대 경제에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과목인 영어를 어려서부터 가르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한데 어떻게 하면 물리를 직감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타입인지 아닌지를 구별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내가 위에 언급한 물리 문제를 받아 직감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까? 여기에 실험해 볼 기회가 하나 있다. 아래의 비디오는 아무런 special effect 없이 보이는 현상을 그대로 찍은 비디오이다. 이 비디오를 보면서 끝까지 어떻게 이런 비디오를 찍었는지 figure out 못 한다면 물리에 intuition이 없는 것이다. 나같이 약골로 태어난 아이가 어려서부터 운동을 배워 체력을 정상으로 만들 듯 이 비디오 촬영방법을 figure out 못한 학생은 어려서부터 과학에 대한 공부를 노는 것 같은 형태로 틈틈히 배우고 익혀야 한다.
어떻게 찍은 비디오인지 빨리 figure out 할 수록 intuition이 강한 것이지만 몇 초만에 figure out 하는 것이 어느 정도의 intuition에 해당되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나는 첫 사람이 걸어가는 장면을 보고 어떻게 찍은 것인지 알아 냈으니 한 5초 정도 걸린 것같다.
초중학년의 자녀를 가지신 분들에게 이 글을 보내드리면 자제분의 물리 적성을 오락형태로 무료로 즐겁게 측정해 보실 수 있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