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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 바꾸는 법 2: AP Calculus 시험 실화

트랙 바꾸는 법 2: AP Calculus 시험 실화

Written on September 26, 2005

By James H. Choi
http://Korean.SabioAcademy.com
원문출처

미국 고등학교 수학 과정은 수준이 다양하여 갈은 고등학교를 나와도 배운 수학이 현저히 차이가 난다는 이야기를 전에 썼다. (#72 고등학교 수학의 다양한 트랙들)

우선 한가지 이야기 해 둘 것은 거의 모든 학생이 제 실력으로 제 트랙에 들어가서 배우고 있다는 사실이다.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대로 차근히 배워 나가면 중간에 뛰고 어쩌고 할 이유가 없다. 이 트랙은 물론 높기 전에 자기의 수준에 맞아야 가장 유리한 것이다.

트랙은 중학교 들어갈 때 고등학교 들어갈 때 반 편성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아 제대로 배정되어 간다. 하지만 시작을 제대로 못 한 경우에는? 중간에 갑자기 실력이 는 경우에는? 중간에 바꿀 수가 있는가?

한국 대입시험 수기를 보면 흔히 뒤 늦게 정신차린 학생들 이야기가 나온다. 빈둥빈둥 놀다가 갑자기 정신차려 공부해서 명문대 들어갔다는 이야기 들이다. 얼마나 실화인지 모르지만 이런 이야기는 한 시험으로 운명이 좌우되는 수험제도에서만 가능하다. 미국같이 장기간 준비를 해야 하는 제도에서는 대입준비 10 학년 때 정신차려 시작한다고 해서 갑자기 바이올린을 잘 하게 될 수도 없고 테니스 챔피언이 될 수도 없다. 공부 성적으로 승산을 본다고 해 봐야 낮은 트랙에서 아무리 A 받아도 학교 등수가 올라가지 않는다.

시험 점수로 승산을 보려면 뭔가 번쩍 눈에 띄는 성적을 받아야 하는데 학교에서 A 받는 것이야 흔한 일이고 SAT ACT 잘 본다고 해도 명문대에서는 그 것이 기본 조건이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마음잡고 정신을 바짝 차렸다고 해도 학교 등수도 올리기가 어려운 것이 일단 10학년 시작하고 나면 트랙 바꾸는 것 거의 불가능 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변수를 쓰는 방법밖에 없는데 내가 두 명의 10학년 학생과 한 11학년 학생을 통해 실험한 경험을 알려드리겠다.

머리는 좋은데 공부에 별 관심이 없던 10 학년 학생과 11학년 학생 다 학교에서 Algebra 2 를 하고 있었다. 10학년 학생들은 트랙3 을 하고 있었으니 낮지도 뛰어나지도 않은 수준이었고 11학년은 트랙 4라 저조한 편이었는데 내가 이 학생들을 충동시켜서 Calculus 를 배우도록 했다. 무슨 장래를 위한 계획 같은 거창한 이유보다도 단지 서로 지지 않으려는 경쟁심이 90% 작용해서 이 Calculus 공부에 달려 들었다. 전에는 내가 이 학생들 가르치며 숙제해라 복습해라 잔소리를 많이 했는데 이 시험준비만은 이 학생들이 내가 충분히 가르쳐주지 않는다고 나를 들 볶았다. 막연한 공부가 아니라 다가오는 시험을 위한 공부가 이들의 자세를 이렇게 바꾸어 놓는구나 하고 알았다. 내가 모든 수업을 직접 가르칠 시간이 안 되어 대학에서 Calculus 가르치는 선생님을 모셔 그 선생님에게도 배우게도 했는데 “시험은 바짝 다가오는데 새 선생님 설명이 시원치 않다” 수업 거부를 하다시피 하여 결국 그 선생님 그만두게 하고 내가 다시 가르치도록 만들었다. 완전히 주객전도가 되어 학생들의 극성에 내가 꼼짝없이 끌려 다니며 가르쳐야 하는 양상까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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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달 전까지 숙제를 안 해오던 학생들이 밤에 AP Calculus 시험 망치는 악몽 꾸어가며 자다 말고 일어나서 복습을 하는 경이로운 현상까지 보일 지경으로 공부들을 하였다. 친구들 생일 파티 같은 것은 물론 다 가지가지 핑계를 대고 빠지면서 학원에 나와 열심히 공부를 했다. 그들만 악몽에 시달린 것이 아니다. 나도 이들이 “시험 잘 못 보았다”고 전화를 해 오는 악몽을 자주 꾸었다.

지난 2005년 5월 그들은 AP Calculus BC 시험을 보았고 나는 그날 아침도 “시험이 어려웠다”는 전화를 받는 악몽으로 잠을 깼다. 오전 내내 시계를 보며 초조하게 기다리던 전화가 드디어 오후에 왔고 셋 다 “아주 어려워서 자신이 없다”고 걱정스러운 소리를 해서 결국 내 악몽이 마침내 현실로 되었다. 늘 그랬듯이 이번 악몽에서도 깨어나기를 바랐지만 이번에는 영영 깨어나지 않고 말았다. 맥이 탁 풀렸고 역시 무리였나 싶었지만 이런 시험은 내가 잘 보았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남이 나보다 못 보았냐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어려웠어도 다른 학생에게 더 어려웠으면 내가 이기는 것이다. 기다려봐야 했다.

초조하게 기다리던 통지표가 6월 말에 왔다. 10학년 한 학생은 5점 (만점) 다른 두 학생은 3점을 받았다. 세 명 다 5점을 받았으면 좋았겠지만 한 명이라도 만점을 받아 주었으니 Algebra 2에서 Calculus BC까지 일 년 만에 갈 수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가 되었다. 뻣뻣한 남학생 남선생의 사이의 대화였지만 학생이 내게 5점 받았다고 전화 했을 때 목소리가 좀 촉촉했었다. 완전히 악몽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고등학교에서 5점을 인정 하는 것은 정해진 일이지만 3점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미지수였다. 삼분의 이. 66.67% 악몽이었다.

  트랙 0 트랙 1 트랙 2 트랙 3 트랙 4
5학년 수재 Pre-Algebra 산수 산수 산수
6학년 Algebra 1 Pre-Algebra 산수 산수
7학년 Geometry Algebra 1 Pre-Algebra 산수
8학년 Algebra 2 Geometry Algebra 1 Pre-Algebra
9학년 Precalculus Algebra 2 Geometry Algebra 1
10학년 Calculus Precalculus Algebra 2 Geometry
11학년 Statistics Calculus Precalculus Algebra 2
12학년 특별과정 Statistics Calculus Precalculus

개학하고 나서 세 학생 다 AP Calculus BC 성적표를 학교에 보였고 현재 이 학생들은 다음과 같은 코스를 하고 있다.

Student 1: 5점 받은, 이제 11학년이 된 학생은 Precalculus와 Calculus BC에 full 크레딧을 받고 AP Statistics를 하게 되었다. Calculus AB 만 가르치는 학교에서 Calculus BC 크레딧을 받는 돌연변이 학생이 되었다. 학교측에서는 이 학생이 12학년 때 가르칠 수학 과목이 없는 난처한 상황이 되었지만 나나 학생이나 싱글싱글 즐겁기만 하다. 1년 전에 제발 이 학생을 하나 더 높은 반으로 올려달라고 내가 편지까지 써서 부탁한 것을 거절 당했는데 이제 다 속 시원하게 해결이 되었다. 이 학생은 트랙 3 이 트랙 1 로 된 것이다. 이 학생은 지금 나와 Physics C 를 배워 이 과목 역시 수업 없이 시험으로 넘어가려 한다. (학교에서는 현재 AP Chemistry를 하고 있다) 이제 입시원서상에는 독학으로 Calculus BC 와 Physics C 를 해 낸 학생으로 나타나게 된다.

Student 2: 3점 받은, 이제 11학년이 된 학생은 학교측에서 Calculus BC 를 다시 배우라고 배정 시켰다. 트랙 3이 트랙 2 로 된 것이다. 좀 더 잘 했으면 Track 1 까지 갔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그게 어디냐 이다. 특히 Calculus 를 아니까 물리가 쉬워서 Physics B 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어 Physic C 로 바꾸려 한다.

Student 3: 3점 받은, 이제 12학년이 된 학생은 원래 트랙대로 가면 AP Calculus 도 아닌 그냥 쉬운 Calculus 를 배울 차례로 되어 있었다. 학기초에 성적표 들고가서 Calculus BC 듣고 싶다고 했더니 “개교 후 이런 일은 처음이다”라고 하면서 Special Case 로 그 자리에서 바꾸어 주었단다. 그 학생은 지금 Calculus BC 반에서 “Special Case” 로 통한다고 한다. 비록 3점을 받았지만 한번 다 배운 내용이니 아마도 그 반에서 명성을 날리고 2006년 5월 시험에는 반드시 5점을 받을 것이다. 트랙 4에서 트랙 3으로 됐다.

결국 악몽이 아니었다. 또한 돌이켜 볼 때 학교에서는 일주일 5일 수업으로 가르치는 과목을 우리는 일주일 이틀도 안 되는 수업으로 해 낸 것이다. 이런 식으로 지적(知的)곡예를 하여 강의 흐름을 바꾸어 놓는 것은 여러모로 무리가 많을지 모르고 장기적으로 어떤 효과를 가져올 지 예측 불허이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대 성공이다. 5점이 가져오는 장점은 알고 있었지만 3점도 이런 좋은 결과로 연결될지는 몰랐다. 학교에 학부형이 찾아가고 추천서 쓰고 전화하고 해도 통하지 않을 일이 이 시험 성적 하나로 저절로 해결 되었다. 학생들의 위치가 유리해졌을 뿐이 아니라 학생들의 자세도 확 달라졌다. 이 세 명은 시험 보는데 재미 들려서 내년 5월에는 AP Physics C 두가지 (Mechanics, E&;M) 다 해내려고 벼르고들 있다. 한데 내 지식을 자신의 두뇌에 옮겨 놓으라고 버티고 있는 자세들은 여전하다.

나는 아직 이 세 명이 8개월 만에 그 많은 수학을 배우는데 성공한 정확한 이유를 모른다. 특별한 학생들이었는지, 내가 가르치는 것이 우수했는지, 올해가 유난히 AP 시험이 쉬웠는지 (=다른 학생들이 유난히 저조 했는지) 등등 data point 하나 가지고 무슨 그래프를 그릴 단계가 아닌 것이다.

그래서 data point 를 하나 더 만들려 한다. 올해도 2006년 5월의 시험을 목표로 의욕 있고 재능 있는 학생들만 모아 Algebra 2에서 Calculus까지 다시 한번 가르쳐 볼 것이다. 이번에는 10학년 뿐 아니라 Algebra 2를 반 이상 끝낸 뛰어난 8학년, 9학년도 뽑았다.. 이제는 미지의 세계를 모험하는 것이 아니라 한번 가본 길을 다시 가보는 식으로 다음 세대의 학생들을 인솔해 스트레스 심한 지적(知的)곡예를 시작할 것이다. 이 프로그램에 뽑힌 학생들 반응도 가지가지이다. 어떤 학생은 멋도 모르고 시작하고 어떤 학생인 신이 났다. 제일 신이 난 학생은 위의 Student 2 의 동생이다. 형이 10학년에 한 것을 자기는 8학년에 해 내겠다고 들 떠있다. 8개월간 형이 고생한 것을 바로 옆에서 보았는데도 수학여행 떠나는 학생같이 신이 났으니 나도 기쁘다. 지금은 형 눌러놓기 위해 시작하지만 끝에는 수학의 묘미와 조화에 매료되어 형이 말 했듯 “다 설명을 해 주니까 이해는 하겠는데 뉴튼은 어떻게 이것을 생각해 냈을까?” 하고 감탄을 할 것이다. 이 8학년 학생 일년에 다 배우는 것은 무리일지 모르지만 2년 만에 해내도 (변덕 안 나면 충분히 할 것이다) 트랙 0 가 된다.

나는 아직도 이런 무리한 교육의 장기적 여파를 모른다. 대학가서도 자신을 가지고 시험에 강하게 될지, 아니면 너무 빨리 배워 빈약한 지식이 될지. 또한 대학 측에서 이 시험 결과를 수재의 증명으로 볼지 불균형한 인간의 증세로 볼지도 모른다.

한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렇게 열심히 배우는 것을 과연 무리로 봐야 하나도 생각한다. 국제 시장에서 언제 어디서 어떤 교육을 받았을지 모르는 어떤 두뇌의 미래의 경쟁자와 승부를 겨누려면 이정도 무리는 생활화가 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이 정도도 배워내지 못하는 약골 두뇌로, 이 정도의 도전에도 덤비지 못하는 배짱 없이 어디에 명함을 내 놓겠나 하는 반론도 생각한다. 그리고 한국의 대입 시험 준비 강도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약과다.

충분한 자료가 없을 때 우리는 “믿음”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나는 이런 공부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단기적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긍정적인 힘이 되리라 믿는다. 나는 이 세 명을 강하게 만들었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그들의 지식의 늘었기 때문에.

그들의 대입 조건이 유리해졌기 때문에. 배우는 즐거움을 깨닫도록 했기 때문에.

그들이 어려운 시험에 대한 겁이 없어졌기 때문에.

그리고 그들이 악몽에 까지 나타나는 수학 문제 푸는 공부를 처음부터 끝까지 수학 여행 가는 기분으로 신나게 즐겼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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