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후 첫 SAT 시험을 치르고 1/3
Written on May 23, 2005
By James H. Choi
http://Korean.SabioAcademy.com
원문출처
나는 지난 2005년 3월12일 토요일에 새로이 바뀐 SAT시험을 치러보았다.
내가 치른 이 SAT 시험은 역사적인 시험이라고 할 수 있다. 1920년대에 시작된 SAT시험을 처음으로 대대적으로 그 내용을 바꾼 시험이기 때문이다. 적성 검사라는 이름 하에 지능 검사였던 SAT가 변해가는 사회의 여론과 상업성 요구에 부응하여 지식 검사로 변환한다는 것이 이 새 SAT의 요지였다.
새로운 미지수가 되어버린 SAT시험이라 사비오 학원에서는 학생들보다 우선 교사들이 먼저 시험을 치러 보기로 했다. 수영장에 들어가기 전에 물에 발 끝을 담가보듯이 사비오 학생들을 위해 교사들을 물에 확실하게 밀어 넣었다.
나는 고등학생들 속에 섞여서 시험을 보는 것이 마치 당연한 일처럼 멀쩡한 얼굴로 다른 교사들에게 지시했지만, 막상 내 자신이 시험을 보려 가려니까 어린 학생들 속에 끼어서 시험 보는 것이 쑥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 살이라도 나이 차가 덜 나 보일까 하고 면도까지 하고 집을 나섰다.
그러나 막상 시험장에 도착하여 줄줄이 들어오는 고급 승용차에서 쏟아져 나오는 이 새파란 애송이들을 보니 내가 그들 중 한 명으로 취급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 거북스럽고 그냥 돌아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이미 사방에 대고 내가 개정 SAT 시험을 본다고 나발을 불었고 또 주저하는 우리 학원 교사들에게 시험을 보도록 밀어 붙인 죄로 꼼짝없이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이 나이 지긋한 사람이 어린 학생들과 서로 밀치며 벽에 붙어있는 잘 보이지도 않는 잔 글씨로 쓰여진 명단에서 내 이름을 찾고 있으려니 오만 생각이 다 들었다. 나중에는 말도 못 알아 듣는 수업에 절망을 느꼈던 이민 초기 시절까지 생각이 났다. 브라질 고등학교 시절에 미국인 학교를 간신히 찾아가서 SAT를 봤던 기억도 떠올랐다. 벌써 다 잊혀졌던 옛날 이야기, 수험생 중 유일하게 대중 교통 수단으로 Sao Paulo 근교에 위치한 시험장에 도착한 나는 운전사가 모셔온 미국 외교관 자녀들, 회사 중역 자녀들과 함께 시험을 치렀다. 그들은 제삼국가에 살고 있는 해외거주 미국인 특유의 우월적인 자세와 사춘기 특유의 건방짐을 한몸에 겸비하고 내게 압도감과 거부감을 주었다. 그들의 유창한 본토 영어에 눌려서 묻는 말 다 알아 듣고도 떠듬떠듬 말도 변변히 못 했던 기억도 난다. 그 SAT 시험에서 수학은 누구보다 빨리 끝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괜히 물 마시러도 다녀 왔지만, 영어는 비슷한말 선택문제에서 질문 단어 및 선택지문 내용 다섯 단어가 전부 생소했던 기억도 난다. 포르투갈어 시험이었건 영어 시험이었건 내 얄팍한 지식으로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과 항상 정면으로 경쟁하느라 시험지를 받아 들면 하늘이 노래지는 것은 이미 생활화가 되어있던 시절이었다.
걷잡을 수 없이 밀려오는 이러한 옛 생각들을 떨치면서 벽에 붙은 잔글씨들을 노려보다 내 이름을 찾아냈다. 빨리 교실을 찾아 들어가 제일 뒷줄에 앉아 숨어버리려 했더니 웬걸, 교실은 다 차고 첫 줄만 남아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수 없이 제일 앞줄에 자리를 잡고 뒤통수에 꽂히는 시선을 느끼고 있는데, 의자가 삐걱거린다. 옮기자니 또 시선을 더 끌 것 같고, 계속 앉아있으면 삐걱거려서 주의를 끌 것 같다. 망설이다가 내 몸의 균형을 잘 유지하면서 그냥 버티기로 했다. 옆에 앉은 수험생들이 흘낏흘낏 쳐다본다. 동양계 학생은 눈 마주치면 목례도 한다. 확실히 연장자를 공경하는 자세가 배어있는 문화다.
8시 15분. 영어시험에는 계산기를 사용하면 안되고, 지금 시험치는 섹션 외에 다른 부분을 열면 안되고, 휴대전화는 꺼야 하고, B2 연필을 사용해야 하는 등등 설명을 읽어주고 나서 시험이 시작 되었다. 수험 시간만3시간 45분, 휴식 시간 설명하는 시간 합하면 족히 4시간이 넘는 마라톤 시험이었다. 나는 이름 모를 심리적인 부담에 눌려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모범생처럼 얌전히 시험을 보았다. 나이 탓인지 이번에는 수학 문제를 빨리 풀었다고 과시할 필요도 느끼지 못했다.
첫 섹션은 에세이. 다수의 지배가 옳은지에 대해 쓰라고 했다. 25분 내에 써내야 하는데 25분이란 정서하는 시간밖에 안 된다. 초를 잡고 교정하고 정서하고 할 시간 없다. 1분내에 마음 속으로 글의 흐름을 생각하고 바로 정서로 작문을 시작 해야 한다.
작문 연습을 전혀 하지 않았는데 학원에서 수학수업 중 학생들이 문제를 푸는 동안 기다리며 옆방에서 영어 작문 강의하는 소리 들었던 것이 도움이 되었다. 풍월은 못 읊을 줄 몰라도 SAT 에세이 작문방법 정도는 문밖에서 흘러 들은 소리로도 배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삼 년 채우고 나면 풍월을 읊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들은 강의내용 대로 누구나 할 뻔한 소리는 피하고 채점자들 눈에 띄도록 삐딱하게 나가기로 작정을 했다.
대다수라고 다 옳은 것이 아니고 다수가 바보이면 다수의 결정도 멍청하다고 썼다. 고 박정희 대통령을 예로 들어가며 독재정권이 경제부흥을 일으킬 수 있고 현재 정치의 자유가 없는 싱가포르가 다수의견을 존중하는 민주국가 대부분보다 더 잘 산다고 썼다. 소크라테스, 플라톤의 말을 인용하고 일부러 유식한 단어를 골라 썼다. 누 가 내 몸을 치료하도록 허락 받기 위해서는 의학 교육과 자격증을 따야 하고 내 머리를 이발하기 위해서도 면허를 받아야 하는데 나라를 지배하기 위해서 그리고 나를 지배하기 위해서는 아무런 자격증도 없이 대다수의 투표만 얻으면 된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가장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큰 기업들은 다 한결같이 독재형태라고도 지적했다. 민주주의는 인류 역사상 잠깐 잠깐씩 나타나는 형태로 이상적인 정부형태라고 단정하기는 이르며 어쩌면 이상적인 정부라는 것은 없고 독재와 민주의 정치형태 사이를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진리인지도 모른다고 했다.
과연 몇 점이나 받을지 참 궁금하다. 어쩌면 제삼국가의 민주화 유공자 장학금을 받아 미국에 유학 와서 눌러앉은 어느 영어 교사가 내 작문을 채점을 해서 영점을 줄지도 모르겠다.
작문섹션(Writing section)에서 에세이 하나로 800점을 다 정하는 것은 아니다. 에세이가 30%를 차지하며, 복수선택 문제로 다른 작가의 글에서 틀린 부분을 찾는 문제의 비중이 70%로 오히려 더 크다. 즉 SAT 전체 2400점 중 에세이 쓰는 것은 240점을 차지한다.
에세이는 항상 시험 처음에 나온다. 또 작문의 복수선택(writing multiple choice) 10분짜리 섹션은 항상 마지막에 나온다. 그 외의 섹션부터는 시험지에 따라서 문제의 순서가 다른데, 같은 고사장에서 시험 보는 학생들은 순서만 다를 뿐 내용은 같다. 시험 내용은 다음과 같이 나뉘어진다.
1. Writing section
- 25분 에세이(essay) 하나. (항상 시험의 첫 섹션에 등장)
- 25분 복수선택(multiple choice) 하나
- 10분 복수선택(multiple choice) 하나 (항상 시험의 마지막 섹션에 등장)
- 총 60분 총 800점
2. Critical Reading
- 25분 복수선택 둘
- 20분 복수선택 하나
- 총 70분 총 800점
3. Math
- 25분 복수선택 둘 (그 중 10문제는 grid-in으로 답을 직접 표기)
- 20분 복수선택 하나
- 총 70분 총 800점
4. 모의시험 25분
Writing, critical reading, math중 하나로 장래에 나올 시험 문제를 미리 주어 학생반응을 시험하는 부분이다. 이 부분은 성적에 들어가지 않지만 수험생은 어느 부분이 모의시험이고 어느 부분이 실지 시험인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헛수고인지 알면서도 모든 문제에 대해서 최선을 다 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