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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for the ‘경험담 과 소견’ Category

ISEF에서 만난 Guest 연구원

ISEF에서 만난 Guest 연구원

James Choi Portrait

By James H.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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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ISEF (International Science and Engineering Fair)에서 심사를 하던 중 처음 보는 특별한 사인을 발견했다. 두 세 포스터가 작품 번호 밑에 Guest 라고 추가 표식이 붙어 있었다. 시간을 내어 Guest 표식이 붙은 연구학생 중 한 명에게 그 의미을 물어보았다. 독일에서 온 학생은 “미국과 법이 달라 이런 상황이 생겼다”고 낙심하는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었다.

이 학생은 인간의 지문에 대한 연구를 했다. 부모와 자녀의 지문의 유사 정도, 형제자매간의 유사 정도 등을 연구하여 자료를 측정하고 분석하고 결론을 내어 발표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절차대로 한 연구였는데 미국 법의 눈으로 보면 아주 중요한 첫 단계를 거치지 않아 이 연구를 무효로 만든 것이었다. 따라서 이 학생은 입상을 할 수 없는 자격 상실자가 되었고 Guest라고 표현하여 “이 학생에게 아무 상도 주지 마시오” 라고 심사위원에게 알리는 것이었다.

독일서 국가대표로 뽑혀 미국까지 와서 이 푸대접을 받은 학생의 빠뜨린 첫 단계가 무엇인가? 그것은 임상실험허가를 받는 절차이다. 인간뿐 아니라 척추동물을 실험의 대상으로 하는 연구는 모두 다 실험을 시작하기 전에IRB (Institutional Review Board)의 공식 허가서를 받아야 한다. 이 절차 없이 시작한 연구는 무효로 간주된다. 그리고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은 사전에 실험 참가자로부터 동의서에 서명을 받아야 한다. 미성년자의 경우에는 보호자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

https://i0.wp.com/c.sabio.tv/Column/Info/Korean/SpecialEvents/SpecialEvents.gif임상실험을 하기 위해서는 이런 법적 절차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만 지문을 보기 위해 이런 절차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예상 외이다. 이 독일 학생의 경험을 보면 독일에서는 미국처럼 기준이 까다롭지 않은 것 같은데 미국은 지문을 보기 위해서도 손금을 보기 위해서도 혈액형을 물어보기 위해서도 이 절차를 요구한다.

내가 가르치는 과학 연구 코스의 일부로 “손금과 수명의 관계”라는 연구가 있었다. 학생들이 미신과 과학을 직접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 내가 고안한 연구 주제였다. 연구 방법은6~8학년 학생들이 급우의 손금의 수명선을 보고 연장자의 수명선을 보아 급우들의 (다양한 수명선이 섞여 있다는 것을 가정) 수명선 보다 연장자의 (100% 수명선이 길어야 하는 사람들) 수명선이 평균적으로 더 긴가를 비교하는 것이었다. 또 한가지 연구 주제는 역시 같은 맥락의 “혈액형과 성격의 연관 분석”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두 연구는 시작도 못하고 말았다. 이유는 인간을 상대로 하는 연구였기 때문에 IRB(=학교 교장선생님, 간호사, 과학 선생님등 3명)의 허락을 받아야 했고 내 학생의 반 정도가 이 허락을 받지 못했다. 그렇다. 친구의 손금을 보는 것과 혈액형을 묻는 것이 금지되어 시작을 하지 못한 것이었다. 내 학생이 미국 전체에 거주하기 때문에 미국 약 20주에서 동시에 일어난 현상인데 이유는 한결같이 “학생의 안전에 대한 우려”였다. IRB를 받아 제출하는 마감일의 수업은 학생마다 돌아가며 “나도 허락을 못 받았다.”라고 한탄을 하는 수업이 되었다.

설마 교장 선생님이 손금을 보는 것은 인체에 전혀 해가 없다는 상식이 없어 이런 현상이 벌어졌는가? 물론 아니다. “허락해봐야 득은 없고 문제 발생의 요지는 무한대”라는 정확한 계산하에 이루어진 결정이다. 즉, 이미 A 받고 있는 학생들 더 잘 해봐야 평균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어디 과학경시대회 가서 수상해 봐야 학교에 도움되는 것은 없다. 오히려 이 연구 덕분에 학생이 고등학교가서 과학 수업을 받는 일이라도 벌어지면 학교측에서는 버스 운영비 지출만 더 들게 되고 낙제하고 있는 학생을 도울 자원만 축나게 된다.

나의 의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 “임상실험”의 시도와 좌절은 결국 내가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싶었던 한가지를 제대로 가르치는 결과가 되었다. 즉, 임상실험을 하는 연구는 이런 복잡한 절차와 부담이 있다는 것이고 과학의 발전은 과학 외의 다양한 요소가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미 제도의 장벽을 경험한 내 학생은 앞으로 섣불리 실험부터 시작하다가 Guest가 되고마는 쓴 경험을 겪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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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ISEF 물리 부분 최우수상 = 전체 2등상

2013년 ISEF 물리 부분 최우수상 = 전체 2등상

James Choi PortraitBy James H.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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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올해도 Intel ISEF (인텔 국제 과학 경진대회)에서 심사를 했다.  세계 전국의Science Fair 에서 지속으로 1등으로 올라온 고등학생이 마지막으로 만나는 외나무 다리가 ISEF이다.  나는 4가지 전공으로 4개의 학위를 받고 연구원으로 종사한 학력/경력 덕분에 여러 분야를 심사할 수 있는데 올해는 물리분야를 심사 했다.

지난 4년 동안은 Computer Science, 수학, Environmental Science를 심사했다.  작년에는 내가 학위도 없는 Environmental Science를 심사한 이유는 내가 심사하려던 세 분야 모두 내 학생이 하나 둘 진출하는 바람에 “배나무 아래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 라는 조상의 지혜를 따라 내 학생 심사를 피하다 보니 심사위원 모자란다고 하는 Environmental Science에서 받아 주어 심사를 했다.

ISEF에서는 분야마다 출전 학생의 수에 따라 수상자의 수가 달라지는데 올해 물리 분야에서는 77개의 연구가 올라왔는데 특상 하나, 1등상 하나, 2등상 넷, 3등상 여섯, 4등상 아홉, 총 21개의 상을 포상했으니 27%가 무슨 상인가 받은 것이다.  분야마다 출전자의 약 25%가 수상을 하도록 포상의 수가 조정된다.


message

올해 물리분야에서 특상을 받은 학생의 연구는Cool Core Bias in Sunyaev-Zel’dovich Galaxy Cluster Surveys라는 주제로 시물레이션은 통해 Cool core galaxy 의 온도 측정이 잘 못 되었다는 것을 밝히는 내용이었다.  천문학 연구이지만 망원경을 사용하지 않고 기존 자료와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만 해 낸 연구이다.  이 연구는 ISEF전체 분야에서도 2등을 하여 상금 5만 불을 받기도 했다.

여기에서 주지해야 할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상을 받지 못해 언급조차 되지 않은 연구 중에는 같은 천문학을 연구하되 직접 망원경으로 밤 하늘을 보고 측정을 하여 변광성(variable star)을 찾아 내어 (USNO-A2.0 1350-00672920) 자신의 이름으로 등록까지 시킨 학생이 있었다.  엄청난 시간을 들여 밤 하늘을 열심히 보며 측정한 자료를 분석해서 첫 발견을 한 것인데 심사위원들은 이 노고에 아무런 가치를 부여하지 않고 발명/발견의 중요성만 가지고 논의 했다.  그래서 직접 망원경 들여다 본 학생은 아무 상도 받지 못했고 남이 측정한 자료로 “밤 낮 컴퓨터만 돌린” 학생은 5만 불을 받았다.

나는 심사하면서 추후 내 학생도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자료 출처를 알아 둔다.  해마다 새로운 사이트가 나타나는데 이번에는 일본에서도 임상 자료를 제공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정말 희귀한 자료는 대부분 부모님의 연결이 있어서 가능했다.  예를 들어 이번 심사한 14명 중에서 아버지가 근무하는 연구소, 천문대에서 자료를 얻었다는 학생이 3명이었다.

한데 불공평한 세상을 한탄할 필요가 없는 것이 이 아버지 잘 둔 학생 중 아무도 입상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자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분석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과학은 실험이 아니라 분석이다.  실험 방법 자체가 기발나다면 모를까 측정 기구가 비싸고 희귀한 것은 아무런 가산 점을 가져오지 않는다.  2010년 STS 1등 상은 물리 분야에서 실험 없이 simulation만 한 학생에게 갔고 2011년 STS 1등 상도 실험 없이 수학 분야에서 정수의 제곱근을 찾는 방법을 연구한 학생에게 갔다.

실험이라는 것은 비싸고 시간이 걸리고 실패의 위험이 항상 존재하고 (연구비만 충분하다면) 어차피 과학자가 아닌 테크니션이 할 일이다.  과학 연구에 관심이 있다면 실험실을 찾을 것이 아니라 기존 자료를 찾아 내고 그 자료를 분석하는 능력을 습득하는 것이 현명하다.

의학, 환경, 물리등 거의 모든 분야의 아직 분석이 안 된 자료가 NIH, NASA그리고 세계의 여러 연구소에서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실험할 시간에 배경의 과학을 더 배우고 더 심도 있는 분석을 하는 것이 시간도 덜 들이고 연구의 수준도 올려 올해 ISEF에서 전체 2등 상을 받은 학생처럼 성공을 하는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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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에 감각이 있는지 아는 법 1

11월 13, 2012 5개의 댓글

물리에 감각이 있는지 아는 법 1

By James H.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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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를 잘 하는 학생은 공부를 열심히 하기도 했지만 우선 선천적으로 물리적인 현상을 이해하고 있다.  요즘 연구에 의하면 생후 몇 달이 된 신생아도 중력을 이해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예를 들어 책상위에서 굴러가던 공이 책상 밖으로 벗어나고서도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신생아가 좀 더 오래 지켜 본다는 것이다.  무엇인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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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물리적인 현상을 직감적으로 이해하는 편에 속한다고 생각된다.  한가지 기억나는 예는 중학교 1학년 물상 시간에 선생님이 던진 질문이었다.  오른쪽의 상황에서 “주황색 무게를 물 속에 넣고 안 넣고가 저울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가 질문이었다.

무게를 물 속에 넣고 안 넣고가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것은 비논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 속에 들어갔으니 뭔가 차이가 나야만 할 것 같았다.  한데 만약 무게가 비커 바닥에 닿으면 무게 전체가 저울에 나타나겠지만 중간에 떠 있으면 좀 더 가볍게 저울에 나타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 가볍게 나타나는 무게는 뭔가 논리적이고 수학적으로 계산해낼 수 있는 수치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얼떨결에 손 들고 한 답이 “공의 부피에 해당하는 물의 무게만큼 올라갑니다”였다.  선생님이 맞았다고 했다.  나는 그 때까지 부력에 (buoyancy) 대해 배운 적이 없었다.  다만 0보다 크고 무게 자체보다는 가볍고 주어진 자료를 사용해서 계산을 해 낼 수 있는 수치가 무엇인가를 찾다보니 그런 짐작이 나온 것이었다.  그 때부터 그런 짐작이 적중하는 통쾌감에 중독이 된 것 같다.  어쩌면 그 일화가 나로 하여금 물리를 전공하게 만든 첫 스텝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항상 이런 식으로 물리를 배웠다.  개념을 배울 때마다 나는 무의식 중에 이미 “통밥”을 굴렸고 그 짐작이 맞으면 통쾌한 기분으로 “그러면 그렇지…”  고개를 깊이 끄떡거리며 잘 이해를 했고 틀리면 “신기한” 느낌에 눈이 휘둥그레져서 더 흥미를 가지고 배워 깨달았다.  그리고 나의 “통밥”은 다시 조율이 되어 다음 번에는 좀 더 정확하게 원리를 짚으려 했다.  물리 공식은 외우는 것이 아니라 나의 직감을 명문화 하는 도구였다.  즉, 눈으로 길이를 짐작할 수 있지만 자를 사용하여 정확한 수치를 측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공식은 내 직감이 상상할 수 없는 극한 상황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였다.  나는 공식을 볼 때마다 분모가 0이 되는 경우, 제곱근 안이 음수로 되는 경우 부터 찾아보는 버릇이 있다.  기계를 보면  뜯어보고 고장을 내보는 것과 마찬가지의 심보인데 물리에서는 아~주 유용한 버릇이다.  (아인스타인의 상대성 원리 공식을 그런 눈으로 보면 누가 말을 안 해도 빛 속도보다 빠를 수 없고 빛 속도가 되면 momentum이 무한대로 폭팔한다는 것이 한 눈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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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를 어려워 하는 학생은 두가지 유형으로 나누어지는데 하나는 수학에 약해 직감을 공식으로, 공식을 직감으로 옮기지 못하는 학생이다.  “물리가 재미 있는데 성적은 낮은”전형적인 경우이고 영어에 서툴러 소질있는 과목에서 고전하는 경우와 마찬가지이다.  수학을 배우면 저절로 해결이 되는데 대부분 시기를 놓친 후에 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다른 하나의 유형은 물리학적 직감이 없는 경우이다.  이런 학생에게는 물리가 난해한 공식의 연속이고 물리 공부란 어떤 공식의 어디에 무엇을 어떻게 대입 해야 하는지를 배우는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한데 물리는 소질이 없다고 처음부터 피할 수가 없는 과목이다.  영어를 배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소질이 없으면 더 일찍부터 더 제대로 배워서 고등학생이 되면 일정 수준으로 올려놓아야 한다.  현대 경제에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과목인 영어를 어려서부터 가르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한데 어떻게 하면 물리를 직감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타입인지 아닌지를 구별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내가 위에 언급한 물리 문제를 받아 직감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까?  여기에 실험해 볼 기회가 하나 있다.  아래의 비디오는 아무런 special effect 없이 보이는 현상을 그대로 찍은 비디오이다.  이 비디오를 보면서 끝까지 어떻게 이런 비디오를 찍었는지 figure out 못 한다면 물리에 intuition이 없는 것이다.  나같이 약골로 태어난 아이가 어려서부터 운동을 배워 체력을 정상으로 만들 듯 이 비디오 촬영방법을 figure out 못한 학생은 어려서부터 과학에 대한 공부를 노는 것 같은 형태로 틈틈히 배우고 익혀야 한다.

어떻게 찍은 비디오인지 빨리 figure out 할 수록 intuition이 강한 것이지만 몇 초만에 figure out 하는 것이 어느 정도의 intuition에 해당되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나는 첫 사람이 걸어가는 장면을 보고 어떻게 찍은 것인지 알아 냈으니 한 5초 정도 걸린 것같다.

초중학년의 자녀를 가지신 분들에게 이 글을 보내드리면 자제분의 물리 적성을 오락형태로 무료로 즐겁게 측정해 보실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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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라이브 클래스를 처음 시작한 날

온라인 라이브 클래스를 처음 시작한 날

By James H.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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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2005년 12월9일에 쓴 글로 사비오 아카데미가 처음으로 온라인 라이브 수업을 시도한 날 쓴 글이다.  나의 e-Learning 경험은 그보다 훨씬 전인, 한국의 megastudy의 등장 보다도 전에 Motorola에서 교육 테크롤로지 책임자가 되면서 시작되었었다.  할 줄은 알았지만 단가가 비싸 사비오 아카데미에서는 몇년 동안 실용을 못하다가 가격이 내려가기 시작하면서 Skype가 등장하면서 사용이 가능해져 2005년에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첫 시범을 보이게 되었다.  그후로 많은 시간이 지나 이제 사비오 아카데미는 거의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만 진행하며 미국, 유럽, 남미, 아시아의 학생들을 가르쳐 오고 있다.

시카고의 폭설

Written on December 9, 2005

한강에 홍수가 나서 다리가 떠내려 갈 정도로 물이 불었던 날이었다. 상류의 집채까지 통째로 떠 내려오는 것을 사람들이 강가에서 구경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날카로운 애기의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험한 강물의 흰 거품위로 한 갓난 아이가 바구니에 실려 위태위태 하게 쓸려가고 있었다. 다들 안타까워 발을 동동 굴렀지만 아무도 무서운 강의 흙탕물에 뛰어들 엄두를 내지 못하고 방관할 뿐이었다.

그때 한 노인이 용감히 강물이 뛰어 들었다. 그 노인은 서투른 헤엄으로 가까스로 아이가 실린 바구니를 잡아 강가로 안전하게 끌어내어 한 생명을 구했다. 강가에 모인 사람들은 축제 분위기가 되었고 홍수를 취재하던 한 기자가 군중 사이를 뚫고 들어와 마이크를 들이대었다.

“젊은이도 망설이는 급류에 어떻게 노인이 뛰어들 용기가 났습니까?”

물에 빠진 생쥐 모양을 한 그 노인은 덜덜 떨며 기자에게 간신히 말했다.

“누가 밀었어~~~”

뭔가 극적인 일을 해내는 데는 전혀 예상치 않았던 기회가 촉매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페니실린의 개발이 일반 약품으로 보급되기까지는 다른 약품처럼 10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을 것이었으나 2차 대전에 당장 사용을 해야 했기 때문에 일반화가 훨씬 가속화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오늘 나에게는 눈이 촉매가 되었다.

그 동안 e-Learning 강의 준비를 하며 학원에서 하는 일반 수업도 집에서 받을 수 있도록 인터넷 방송을 (broadcast) 준비하는 중이었다. 아직 테스트 단계로 모든 기구가 준비되어 있지 않았고 학생이 수업에 오지 않아도 되는 학원 수업 자체를 중계 (broadcast) 하는 것은 내년에나 제공할 생각이었다.
https://i0.wp.com/c.sabio.tv/Column/Info/Korean/SpecialEvents/SpecialEvents.gif한데 오늘 시카고 지역에 폭설이 내렸다. 전 같으면 수업을 cancel 할 일 이었는데 이 수업 cancel 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학생들이 집을 떠나기 전에 미리 다 알려 헛걸음을 치지 말도록 해야 하는데 학생이 많은 경우, 전화를 안 받고 answering machine 도 없는 경우도 있고 해서 눈이 쏟아지기 시작하는 때부터 수업 시작하기 전 사이에 모든 학생에게 다 연락 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수업 한번 cancel 하려면 수업 가르치는 것 보다 몇 배의 에너지가 든다. 거기에다 make up class 를 새로 스케쥴 하려면 절대로 모든 학생이 같이 올 수 있는 시간이 없다. 결국 두 세번 따로 가르쳐야 한다.

그렇다고 수업을 강행하면 학생 한 명 만 오고 나머지 다 결석하는 난처한 경우가 생긴다. 이래 저래 만족스러운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다.

오늘의 폭설은 좀 달랐다. 나는 수업을 cancel 하려고 했는데 원장 선생님이 “그 동안 준비 다 됐다는 수업 e-Learning broadcast 이런 때 사용하는 것이 아니냐?”고 하셔서 꼼짝없이 cancel 소리 집어넣고 이 live broadcasting이 작동하도록 만들어야 했다. 사람이 뻥을 치면 언제가 이렇게 댓가를 치르게 된다.

결국 수업을 취소하지 않고 결석하는 학생을 위해 수업을 인터넷 방송을 하기로 하고 모자라는 대로 기구를 갖추어 시도를 했다. 올 학생은 오라고 하고 못 오겠다고 하는 학생에게는 수업에 참가하는 웹 사이트와 암호를 주었다. 내가 지금 학원에서 e-Learning 수업을 하고 있지만 이는 주로 Calculus와 Physics 학생들로 오늘 오는 저학년 기하 학생들이 아니었다. 또한 여태까지 내가 한 것은 전적으로 e-Learning을 사용해서 멀리있는 학생을 가르친 것이지 교실 앞에서 학생을 가르치며 그것을 중계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도 과감히 시도해 보기로 했다. 오늘 수업 못 오겠다고 연락한 학생들은 난데없는 웹 페이지에 난데없는 암호로 들어오라는 지시를 받고 얼떨결에 들어왔다. 연락도 없이 조용히 white Christmas 분위기를 17일 일찍 즐기려던 학생들은 극성스러운 학원의 전화를 받고 화들짝 깨진 분위기에 웹 페이지로 끌려왔다.

전혀 준비 안된 상태에서 무리하게 시도한 관계로 마이크가 없는 학생이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마이크 가진 학생은 말로 질문 했고 없는 학생은 chat으로 질문을 했다. 내가 물어보는 문제의 대답은 mouse로 공용칠판에 그려가며 대답을 했고. speaker 도 없는 학생은 교사가 전화를 두 개 앞에 놓고 speaker phone 모드로 사용해 내용을 전달 하였다. 이 학생들은 Internet 으로 칠판 보고 전화로 강의를 들은 것이다.

결국 오늘 세 반에서 진행된 5개의 수업이 다 인터넷으로 중계되었고 오늘 못 온 학생은 갑자기 마이크 찾느라 헤드폰 찾느라 난리를 겪었지만 결국 수업을 다 들었고 그래도 빠진 학생은 녹화된 수업을 download 해서 보충수업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결국 오늘 억울한 학생은 눈을 무릅쓰고 위험한 길을 달려 온 학생들이었다. 한 수업에는 학생이 다 결석하고 한 명만 학원에 왔는데 이 학생 끝까지 “집에서 공부할 것을…” 하며 결석한 학생들이 집에서 편하게 수업을 한 불공평에 대해 끝까지 투덜거렸다.

내게는 스트레스 만점이었지만 결국 내년 1월에나 시도하려던 교실 수업 e-Learning live broadcast 가 한달 앞당겨 시도되었고 학생들은 당장 필요했기 때문에 준비 부족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져 성공을 한 것이다. 모든 일이 이제부터 한달 빨리 진행이 될 것이다. 이렇게 해서 내가 가르치는 학원은 기후 때문에 수업을 cancel 하는 일이 없는 학원, 라이드 없어도 수업 들을 수 있는 학원이 되었다.

“어떻게 이런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학생들이 단번에 사용하도록 만들 수 있었습니까?”

“시카고에 하루는 눈이 많이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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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불모지에서 수학 스타로 탄생하는 자세

수학 불모지에서 수학 스타로 탄생하는 자세

By James H.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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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 생이 한 자리에 모여 실력을 겨루는 수학 경시대회에 가 보면 “어느 지역 수학 서클” 이라는 팀이 등장합니다.  이런 팀은 한 지리적인 지역에서 수학을 잘 하는 학생을 모아 만든 팀으로 멤버는 여러 학교에서 오게 됩니다.  한국에서는 학교에대한 집착력이 강해서 이런 학교를 초월하는 단체 형성이 어렵다고 들었는데 미국에서는 한 학교에서 한, 두명씩 모여 형성된 이런 팀이 자주 보입니다.

그리고 이런 팀은 무서운 실력을 보입니다.  지난 5년간 미국 최고로 부상한 Lehigh Valley팀도 그런 식으로 한 지역의 학생을 모은 팀 입니다.  당연한 것이 한 학교내에서 8명 (HMMT의 경우) 15명 (ARML의 경우) 선발 하려면 수를 채우느라 저 아래쪽까지 내려가야 하는데 한 지역에서 모으면 greatest hits 를 골라 모을 수 있으니 이론적으로도 더 우수한 팀을 만들 수가 있습니다.

평범한 수준에서 생각하면 이런 수학 서클에 뽑혀 훈련 받아 경시대회에 참가하는 것이 아주 이상적인 수학 교육이 됩니다.  하지만 경쟁심한 대학에 지원서를 내려는 학생은 그보다 한 수준 높여 생각하여 이런 수학 서클을 조직할 수 있습니다.  제가 지난번 인턴쉽에대한 글에 소개드린 이준섭군도 고등학교때 Fairfax Math Circle에 참여했을 뿐 아니라 이 서클의 조직자였습니다.  준섭군은 이제 하버드 대학생으로 HMMT에 참가한 고등학생들에게 조언을 해 주었는데 “네가 수학을 제일 잘 하지 못해도 상관없다.  서클을 조직하고 함께 풀고 배우면 되는 것이다”라는 아주 중요한 조언을 해 주었습니다.

수학에 영 관심이 없는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은 기회가 없는 것을 한탄할 것이 아니라 우물안에서 왕 개구리의 자리를 쉽게 차지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거머 쥐어야 하고 그 여세로 성장하여 대양의 상어도 넘봐야 합니다.   이렇게 한번 눈을 뜨면 기회가 없을수록 기회가 많다는 것이 보이게 됩니다.
https://i0.wp.com/c.sabio.tv/Column/Info/Korean/SpecialEvents/SpecialEvents.gif그러니 “이 지역은 왜 쓸만한 프로그램이 하나도 없어?”라고 한탄하지 마시고 “여기는 내가 간단하게 왕이 되겠구나!”하고 기회를 보셔야 합니다.  저도 앞으로는 학생을 모아 출전하는 것이 아니라 전국에 흩어져 사는 제 학생들이 각 지역에서 수학 서클 창설자로 졸지에 탈바꿈하여 상급생, 동네 수학 천재등을 인솔하여 HMMT 같은 대회에 자신의 서클 이름으로 참가하도록 배후조정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공부열심히 하는 모범생에서 지역의 수학 지도자로 자질과 격을 올리는 것이죠.  물론 처음에 시작하려면 무슨 교재로 무엇을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앞이 캄캄하게 됩니다.  제 역할은 이제 학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제 학생이 다른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교재를 제공/추천하고 서클 활동을 가이드 해 주는 것으로 변하게 되지요.

인생의 경험으로 잘 아시듯이 인생의 성공은 최고 점수를 받는 학생이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최고 점수를 받는 팀을 모을 수 있는 사람이 차지합니다.  대입 사정관도 그것을 잘 알고 있고 인생에 성공할 자질을 보이는 학생을 선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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