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수학경시대회 준비를 포기해도 되는가?
By James H.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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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미국에서 자라나는 교포 2세 학생들은 자신이 수학을 잘 한다고 생각하고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학생에게 “자신감”을 주는데 중점을 둔 미국 교육 방법의 대 성공이다. “자신감이 있으면 더 열심히 하게 되고 더 열심히 하게 되면 실력이 올라간다”라는 인과관계의 가정에서 나온 교육지침일텐데 현실은 다르다. (수학에 자신감을 가지면 더 잘하나?) 간단히 말해서 OECD 국가중 미국의 학생은 자신감만 높고 실력은 낮다. 그 반대로 수학에 자신감이 없는 나라 (중국, 한국, 싱가포르) 학생들이 실력은 top 이다.
그래서 이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가슴이 부풀은 학생들이 수학 경시대회에 응시해 보면 불편한 사실을 접하게 된다. 특히 처음 접할 때는 이 소식이 충격에 가까워서 학생이나 학부모나 감당을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자제분이 경시대회 등수에 들지 못했을 경우)
이 때 학생/학부모님의 대처법은 두가지로 나누어 지는데
- 한 유형은 “우물속에 살았구나!”라는 깨달음과 함께 우물 밖 세상을 보고 큰 세상의 기준으로 학업을 계획한다.
- 다른 유형은 “무슨 이런 따위 시험이 있어 똑똑한 우리 아이 기분을 상하게 하는가?라고 분개하며 이 bad news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즉, 다시는 수학경시대회 따위에 참가하여 기분 잡치는 일이 없도록 하고 학교수학에서 A를 받아 자신감으로 충만한 학창생활을 영위한다.
둘 다 reasonable한 대처법이다. 특히 두번째의 대처법은 첫번째보다 쉽고 저렴하면서도 가족의 행복지수는 더 높아지는 경이로운 방법이라 많은 가족이 선택한다. 그리고 첫 대처법을 선택했던 가족도 얼마동안 수학 경시대회 준비 코스를 수강한 결과가 만족치 않으면 두번째 유형으로 전환하여 지출은 줄이면서 삶의 질은 향상되는 만족스러운 변화를 경험하시게 된다.
한데 내게 신기한 것은 바로 이 같은 분들이 자제분의 SAT 수학 점수는 쉽게 포기를 못하신다는 것이다.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 온갖 지출을 불사하고라도 끝까지 점수를 올리는데 집착하신다는 것이다. 왜 똑 같은 내용을 배우는 것인데 비교적 기회가 많을 때는 포기하더니 의욕도, 효과도 없는 지금은 집착하는가?
어리고 말 잘 듣는 시절에 “힘든 공부는 포기하면 된다”는 산 교육을 가르치고 나서 몇 년 후 덩치커지고, 여드름나고, 말마다 반항하는 학생에게 말을 바꾸면 통할 것인가?
5학년 때는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의 차이가 그렇게까지 크지 않다. 하지만 11학년이 되면 우열의 차이는 10년이 걸려도 메꿀 수가 없게 된다. 왜냐하면 잘 하는 학생들이 절대로 서서 기다리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잘 하는 학생들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초등학교 때 뒤 처진 것을 발견하고 방치를 선택하여 6년간 격차를 더 벌려 놓고 나서 제일 바쁘고 제일 말 안듣는 고등학교 11학년이 되어 몇 달 만에 역전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학원은 가능하다고 강조하며 대목을 본다.)
그래서 11학년 말에 난리를 치는 학생의 경우를 보면 항상 “높은 목표”를 가지고 있었지만 평범한 길을 가다가 뒤늦게 “이상”과 “현실”의 차이가 얼마나 벌어졌는지를 깨닫는 경우다. 즉 4~6학년 때부터 기회를 포기한 (또는 기회에 무관심했던) 결과가 꼬리를 물고 물어 도달한 상황이다.
지적경제속에 국제적으로 경쟁할 학생은 반드시 수학경시대회 준비를 해야 한다. 수학을 배우기 위해서도 아니고 경시에서 입상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어려서 수학 경시대회 준비를 하는 것은 수학을 배우는 외에도 분석적인 사고능력도 배우고 더 중요한 지능의 발달을 가져오기 때문에 추후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모든 과목이 다 쉬워지는 효과가 있다. 두뇌로 경쟁을 하는 전문직 커리어를 목표로 하는 학생은 의과가 되었건 경영학이 되었건 두뇌 성장 과정에 지능을 최대한으로 발달 시켜야 한다. 이는 장래에 어떤 운동을 선택할지 모르지만 성장과정에 기계체조와 마라톤 훈련하여 운동으로 단련된 튼튼한 몸으로 자라나도록 만들어 놓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은 앵무새에게 대화를 가르치는 것에 가까워 쉽게 A를 받을 수 있고 자신감이 넘치도록 해 주지만 지능을 높일 정도의 수준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설사 학교에서 경시대회 수준의 숙제를 내 주었어도 학생은 10초 들여다 보고 나서 “I don’t get it” 하면 넘어가게 되기 때문에 수학경시대회 문제를 배우는 효과가 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에서 수학 잘한다고 날리던 학생이 경시대회문제를 보면 시작도 못하는 것이 아닌가?
자제분이 11학년이 되어 “대입 준비가 힘들어요”라고 하면 “그러면 그만 두고 쉬어라”라고 하실 것인가? 그런 분만 저학년 때 수학경시대회 준비를 포기하셔야 나중에 후회를 하지 않으신다. 무슨 이유로건 “내 아이는 Harvard/MIT에 꼭 들어가야 한다!”라고 굳은 신념을 가지신 분은 무슨 방법으로건 자제분이 어려서부터 경시대회 수준의 수학을 굳은 신념으로 가르치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