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서 1: 이상적인 대학 지원 추천서
By James H.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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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이상적”이란 존재하기가 어렵다는 뜻과 일맥상통한다. 그래도 경쟁이 치열한 대학에 지원하여 종이 한 장 차이로 당락이 오가는 경우에는 추천서도 이 이상에 가장 가깝도록 최선을 다 해야 한다.
이상적인 대학 지원 추천서란 다음과 같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1. 지원하는 대학만을 위한 추천서야 한다.
즉 다른 대학에 제출할 수 없는 추천서야 한다. “작년에 입학한 XYZ에 비해 이 학생은 작문이나 표현에 떨어지지만 수학과 논리 능력을 더 강하다.” 같은 식으로 그 대학에 이미 재학중인 학생을 언급하고 “ABC 101 코스를 이 학생은 쉽게 해낼 것으로 본다” 같은 식으로 그 대학의 코스까지 잘 파악하고 그 대학에서의 승패까지 가늠하는 추천서가 이상적이다. 이런 식으로 추천서를 그 대학의 입학 사정관에게만 해당되는 내용으로 쓰면 대학이름만 바꿔 치우면 되는 추천서에 비해 백배 더 학생을 돋보이게 한다.
2. 지원하는 학생만을 위한 추천서야 한다.
형용사는 누구나 남발할 수 있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 동사를 사용하여 학생이 해 낸 구체적인 일을 예로 들어 그 학생의 인격을 표현해야 한다. 예를 들면
“이 학생은 책임감이 강하다” => “11학년 가을 학교에 홍수가 났을 때 다른 학생들은 어두워지고 나서 귀가를 했지만 이 학생은 끝까지 남아 모래주머니를 쌓고 있었다”
“이 학생은 리더쉽이 강하다” => “학교 역사 처음으로 AMC를 유치한 것은 이 학생의 리더쉽의 결과였다. 학교측이 결정을 보류하려 하자 관계자들을 한명씩 만나 설득을 했고 동시에 여러 학생을 준비시키는 스터디 그룹도 리드했다”
그래서 이 추천서가 이 학생을 아주 잘 아는 사람이 오로지 이 학생만을 위해서 쓴 것을 의심할 여지가 없어야 한다. 학생 이름만 바꾸어가며 붕어빵 찍어내는 추천서는 효과가 없다.
3. 이미 성공 사례가 있는 추천자라야 한다.
최고의 추천자는 글을 잘 쓰는 사람도 미사여구를 남발하는 사람도 아니다. 그 대학에 정확한 추천서를 써 온 경력이 있어 대학이 신뢰하는 추천자이다.
추천서의 가치는 추천자가 얼마나 대학측으로부터 신뢰를 받는가에 따라 정해진다. 대학의 신뢰를 잃는 가장 빠른 방법은 추천서와 학생이 일치하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해마다 평범한 학생을 “내 평생 처음 보는 가장 뛰어난 학생이다”라고 추천서를 쓰면 그 다음부터는 그 추천자의 “평생 처음 보는 뛰어난 학생”이 어느 수준인지 알게 된다. 한국같이 학생의 수준에 관계없이 모든 추천서가 극찬으로 채워지는 문화에서는 추천서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미국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반드시 미국에서 추천서를 받아야 한다. 한국과 중국에서 오는 추천서는 한결같이 다 “내 평생 처음 보는 천재”라고 써 있어서 참고하지 않는다고 한 유명한 대학의 입학 사정관이 내게 직접 이야기 해 준 조언이다.
혹시 집안에 아는 유명한 사람의 팔을 비틀어 (영어표현직역) 극찬이 가득한 추천서를 받아 내어도 위의 #2 에 해당되는 학생의 일화를 열거 할 수 없으면 한발 떨어진 사람이 무책임한 형용사를 남발하고 있는 것이 들통난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대학 측에 과거 추천 기록이 없어 신뢰가 없으니 무슨 말을 하건 의미가 없다. 미국 대학 입학 사정관은 추천자의 적중률을 기록하여 참고하기 때문에 일부 추천자에게는 “이사람이 추천한는 학생은 틀림없다”라는 신뢰가 부여된다. 그런 추천자에게 긍정적인 추천을 받는 것이 이상적이다. 즉 추천서로 재주를 피울 여지란 없는 것이다.
4. 대학 측에서 의심 없이 존중할 추천자에게서 받는 것이 유리하다.
내 학생 하나 보현양은 11학년 말 MIT 여름 캠프 WTP에 참가했는데 캠프에서 실험을 할 때 그 전에 배워온 자료 분석 실력을 시치미 떼고 발휘하여 담당 교수를 감탄시켰다. 보현양은 전부터 Mathematica로 자료 분석을 배워왔는데 MIT 캠프에서는 배운 언어와 다른 종류인 Matlab을 사용하여 배워온 것을 직접 사용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보현양은 Matlab이 비록 처음 보는 생소한 언어이지만 Mathematica와 비슷하기 때문에 원리를 속히 파악하여 준비 없이 온 다른 학생보다 먼저 결과를 얻는 모습을 보여 마치 컴퓨터 언어를 쉽게 배우는 천부적인 소질이 있는 것 같은 인상을 풍긴 모양이었다. 결국 이 첫 인상은 여름 내내 지속되어 보현양은 그 MIT교수로부터 추천서를 받아 MIT에 지원했다. 보현양은 그 외에도 인턴일을 한 연구실의 대학 교수로부터도 추천서를 받았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고등학교 선생님이 시즌마다 수 백장 쓰는 추천서의 한 장을 받아 제출하는 것이 전부이지만 보현양은 대학교수 두 명이 보현양과 함께 일하며 겪은 경험을 (=풍부한 일화) 바탕으로 보현양만이 MIT에만 합격하도록 써 준 추천서를 받았으니 추천서만 보면 정상에 선 것이다. 그리고MIT에 합격 했다. 함께 MIT에 지원한 USAMO급 수학의 영재 급우는 불합격 하고 저조한 AMC성적을 언급조차 안 한 보현양은 합격한 것에 추천서의 영향이 있다고 본다.
5. 좋은 추천서는 고등학교 첫 등교하는 날부터 쓰여지기 시작한다.
이런 추천서를 받기 위해서는 첫째 내가 추천자를 잘 알아야 하고 둘째 추천자가 나를 잘 알아야 한다. 수업 시간에 마지막 줄에 앉아 조용히 있다 나오는 내성적인, 소극적인 학생은 이상적인 추천서를 받을 수가 없다. (그래서 명문대학에는 내성적인 학생도 소극적인 학생도 거의 없다.) 고등학교 재학 중 선생님을 한번도 찾아가 아무것도 물어본 적이 없는 학생은 좋은 추천서를 포기한 학생이다. 마지막 판에 가서 갑자기 추천서를 써 달라고 하는 것은 가장 흔한 평범한 자세를 보이는 것이고 가장 흔하고 평범한 추천서를 받게 된다. 그러니 좋은 추천서를 받는 준비는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동시에 시작되어 항상 지속되어야 한다.
그리고 추천자가 학생의 인격과 지적 능력을 돋보이게 하는 일화를 추천서에 기입하기 위해서는 일화가 필요하다. 선생님 피해 다니는 학생은 추천서 포기한 학생이 되는 것이다. 일화가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일화를 기억하고 기억 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혼자 남아 일을 완성 했으면 귀가 하기 전에 일부러라도 빌딩 반대쪽에 계신 추천서 써 줄 선생님 찾아가 작별인사를 하고 귀가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고등학교 다니며 해낸 일을 기록하는 바인더를 하나 만들어 추천서를 부탁할 때 그 바인더의 하이라이트 내용을 복사해서 선생님께 드리면 훨씬 더 구체적이고 마음을 움직이는 추천서를 받을 수 있다.
일반 학생이 만나기 어려운 학자나 교수의 추천서를 받기 위해서는 그들과 함께 일할 기회를 일부러 만들어야 한다. 기회를 만들어도 명심해야 할 것은 첫 인상을 줄 기회는 한번밖에 없다는 것이다. 보현양의 경우처럼 잘 준비를 해 가서 첫 만남에 “어 똑똑한 학생이네!”라는 인상을 주어야지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인상을 주면 만회를 하지 못하고 말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인턴이나 자원봉사 일을 하면서 친구 생일이라고 빠지고 한국에서 사촌이 왔다고 빠지기 시작하면 점수는 급강하 하여 무책임한 학생이라는 인상으로 끝난다. 그러니 아무리 왕년에 부모님이 연구소장의 목숨을 구해준 일이 있어 연구소장이 “다 가르쳐 주겠다!”라고 시원스러운 소리 하는 연구소에 인턴자리를 얻었어도 반드시 준비를 하고 가서 첫 인상부터 똑똑한 학생이라고 강렬하게 주어야 하고 시종일관 도저히 고등학생으로 보이지 않는 철저한 professionalism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여야 한다.
박사님,
영어로 된 글은 어디서 찾을 수 있나요?
영어 버젼을 지금 올렸습니다. http://students.sabioacademy.com/2011/10/04/an-ideal-recommendation-letter/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