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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t/Benefit, 낮은데 달린 과일, 19단 외워야 하나

Cost/Benefit, 낮은데 달린 과일, 19단 외워야 하나

Written on May 27, 2005

By James H. Choi
http://Korean.SabioAcademy.com
원문출처

Cost Benefit Analysis

세상에 무슨 일을 하건 cost benefit analysis를 (비용편익분석) 한다.  감정에 휩쓸려 결정하는 일이라도 최소한 표면상으로는 “이런 비싼 차를 타면 사업에 도움이 되어 본전이 나와….” 하며 별로 신빙성 없는 이유라도 대고서 cost benefit을 정당화한다.

미국 내 일년에 pool (개인 pool포함) 에서 익사하는 아이 숫자가 총기사고로 죽는 아이의 숫자보다 40배가 넘는다.  (자료출처 클릭).  하지만 cost보다 benefit이 더 큰 것을 모두 알기에 수영장을 금지하자는 법안이 아직 국회에 제안되지 않았다.

Low Hanging Fruits

말 그대로 낮게 달린 과일들이다.  아슬아슬하게 꼭대기 까지 올라가지 않아도 그냥 손만 뻗으면 닿는 곳에 있는 과일들이다.  누구나 이 과일들을 우선 따서 먹게 되고 더 이상 손 닿는데 과일이 없으면 나무를 타고 올라가기 시작하고 그나마도 없어지면 삼일 버티다가 남의 담을 넘기 시작한다.

결국엔 cost benefit analysis와 같은 말이다.  과일은 과일이니까 benefit은 같고 cost를 떨어뜨리기 위해 쉬운데 있는 과일부터 따기 시작하는 것이다.  물론 배고픈 정도에 따라 체감 benefit이 달라진다.  그래서 때로는 남의 담 넘는 cost보다 허기를 채우는 benefit이 더 커져 보이게 되는 것이다.

수학교육의 Cost Benefit Analysis 와 19단

수학교육에서는 이 자연의 법칙이 잠시 중단되어 cost는 생각 안하고 benefit만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신기롭게도 아래 달린 과일들 무시하고 제일 높이 달린 과일을 따느라 안간힘을 다하는 경우도 많이 본다.

그 대표적인 예가 한국에서 유행한다는 19단 외우기 이다.  찬반이 아직도 엇갈리고 있는 것 같은데 이 역시 많은 사람들이 돈을 벌고 있는 유행이기 때문에 그들 생계를 걸고 무슨 수를 써서든 지속시킬 것 같다.  19단 상품 팔려고 하면 “IT 강국인 인도“와 “19단”을 연관시키는 말이 빠지지 않고 나오는데 몇가지 집고 넘어가자면

  1. 인도에서 정말 19단을 외우는지 확실치 않다.  한 특파원 말씀

사실 나도 인도에 특파원으로 나오기 전부터 들은 바가 있는지라 교수나 고위관료 등 공부깨나 했다는 인도인들 만날 때마다 빠뜨리지 않고 물어보는 이야기가 19단의 진상에 관한 것이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내가 만난 사람들의 절반 정도는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었고 나머지 절반도 “과거엔 있었지만 지금은 없다” 는 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왜 없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한결같았다.  “필요가 없기 때문에” 내지는 “미친 짓이기 때문에”(전문).

  1. 정말 인도에서 19단을 외우더라도 무슨 상관인가?  인도가 IT강국인 이유는 임금이 싼 이유가 가장 크다.  내가 왕년에 대기업에서 근무할 때 인도 소프트웨어 청탁개발 매니저로 일한 경험도 있고 인도에 두 번 출장도 (링크) 다녀온 경험도 있다.  내 학원에 사용하는 software도 인도에서 만들어 온 것이 있고 앞으로도 많을 것이다.  인도가 한국보다 IT청탁 개발이 앞서는 이유는 단 둘.  영어가 통하고 임금이 싸기 때문이다.  한국인이 다 19단 외운다고 해도 둘 중에 하나도 해결 안 된다.
  2. 인도사람들이 다 똑똑한 것이 아니다.  어떻게 측정했는지 모르지만 출판된 국민 평균지능을 보면 한국이 훨씬 우월하다. 남한 106 인도 81 (다른 나라 국민의 평균 IQ) (source)  단지 인도인중 5%만 똑똑하면 그 숫자가 남한의 인구가 100% 똑똑한 것을 능가하는 것이 인도의 무서운 경쟁력이다.  (인도인구) (한국인구)

인도 이야기 그만하고 다시 수학 이야기를 하자. 

19단을 외우면 효과가 있다고 많은 전문가들이 증언을 한다.  물론 19단 외우는 효과가 있다.  공통분모 계산이 빨라지는 것이며 숫자를 알아보는 눈이 발달하는 등 나는 그들이 말하는 모든 benefit에 다 동의를 한다.  가정부와 운전기사 두고 살면 생활이 편리하다는 것도 동의한다.  내가 놀라운 것은 다들 benefit만 이야기 하지 아무도 cost를 언급하고 있지 않다.  이 19단이란 지식은 cost가 얼마나 드는가?

주먹구구로 구구단을 비교해보자.  9×9단은 72개의 숫자가 나온다.  19×19단은 342개의 숫자가 나온다.  그 중 이미 외운 72개를 빼더라도 270개이다.  자리 숫자가 느는 것을 무시해도 구구단의 약 4배 분량이다.  그 4배를 외우면 구구단 4배의 benefit이 있는가?  그리고 cost는 얼마인가?  학생에 따라 다르다.

어떤 학생은 구구단 외우는데도 경을 치고 고등학교에 가서도 확실히 몰라 계속 틀린다.  이들에게 19단은 엄청난 cost이다.  간단히 4배라고 했지만 구구단 외우는데 3개월 걸렸으면 19단은 일년 동안 오르막길을 오르는 고행이다.  비싸다.  이런 학생들은 반드시 소화해야 하는 낮게 달린 과일들이 아직 잔뜩 널려있는데 하필이면 저 높이 있는 19단들 따느라고 시간을 보내는 모양이 된다.  그 19단 외우는 시간에 Algebra 2 다 배우고도 남는다면 어느쪽에 시간을 보내는 것이 현명할까?

어떤 학생은 뚝딱 외워버린다.  이런 학생들한테는 19단의 benefit에 비해서 cost가 싸다.  이미 낮게 달린 과일은 다 딴 상태이면 저 위에 있는 과일을 노리는 것이 당연한 다음 절차다.  이들에게는 19단을 배우는 것이 유리하고 모든 19단을 외우는 장점이 해당된다.

누구나 외워야 할 숫자들

공과나 물리과 같이 수학 많이 하는 사람들이 저절로 외우고 있는 숫자가 몇가지 있다.  이 숫자들은 SAT에 자주 나오기도 하는 아주 작은 cost에 비해 큰 benefit을 가져오는 숫자들이다.  112 = 121 에서 192 = 361 까지 9개 숫자,  그리고 22=4 에서 210=1024 까지의 9개 숫자가 바로 그 숫자들이다.  (28=256을 모르면 software engineer가 아니다)  나는 학생들에게 반드시 이 열 여덟 개의 숫자들을 암기하도록 만든다.  처음에는 학생들이 “계산기 쓰면 되는데 무엇 하러 외우나?” 하지만 수학을 배울수록 이 열 여덟 개의 숫자들이 얼마나 자주 등장하며 이 숫자들을 한눈에 인지하는 것이 SAT 문제해결의  열쇠가 됨을 깨닫고 후배들에게 잔소리말고 최선생님 말 들으라고 충고를 한다.
https://i0.wp.com/c.sabio.tv/Column/Info/Korean/SpecialEvents/SpecialEvents.gif주입식이네 비논리적이네 하고 딴지걸어오는 사람도 있는데 역시 내 대답은 cost benefit이다.  숫자 18개 외우는 작은 cost로  algebra 배우는 내내 많은 문제를 정확히 뚝딱 풀어버리고 SAT에 적어도 한 두 문제는 복잡한 문제를 뚫어보는 시야를 주는 benefit이라면 지극히 낮게 달린 과일이다.

결국 이 방황하는 긴 글에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19단은 학생에 따라 외워야 할 가치가 다르지만 이 열여덟개의 숫자는 누구나 반드시 외워야 한다.

https://i0.wp.com/c.sabio.tv/Column/Info/Korean/Copyright.gif